시와 이야기

부부 - 함민복(24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서...)

착한재벌샘정 2012. 12. 27. 19:02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한 발///

12월 24일 오늘은 저희 부부의 24번째 결혼기념일입니다. 결혼식 날을 크리스마스 이브를 선택한 이유는 선물 한 번만 줄 수 있는 남편 나름의 전략이었다나요.ㅎㅎ

결혼 기념일에 선물 달라고 하면
"왜 나만 너한테 선물 줘야해? 너는 결혼하고 나는 동거 중이냐?"
라며 선물 안주고 큰소리만 뻥뻥 치는 남편입니다.

결혼해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거...
시인의 말처럼 긴 상을 마주 들고 옮기는 것처럼 높이도 속도도 서로를 읽으며 맞추고 조율해야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그것이 싫다며 힘들다며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함께 한 지난 24년을 되돌아보니...
저희도 서로를 제대로 읽지 못해 삐걱이고 상대와 눈빛 교환없이 혼자 허리를 펴기도하고 굽히기도해 상대를 화나게, 맘 상하게 하기도하고, 때론 혼자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 갈등의 정점에 이른 적도 있었지요.
솔직히 가끔은 내가 왜 결혼은 해가지고...싶었던 적도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해 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거나하게 취해와서는
"나 좋다는 사람 많아. 젊고 이쁘고 너처럼 얼굴도 안 크고 주먹만한 얼굴... 너 위기 의식 좀 느껴야 할 걸."
하며 큰 소리치는 남편이 마냥 귀여운 건 제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남편 인생의 최고의 아킬레스건이 마누라의 큰 얼굴이거든요.ㅎㅎ
작고 연약하여 주머니에 넣어다니고 싶은 여자가 이상형인 남편인데 여러분 아시다시피 저는 남편의 이상형과는 멀어도 너~~~~무 먼 당신이지요.^^
아는 사람은 다 알지요. 제가 따라다녀 억지로 결혼한거...ㅎㅎ
다음 생에 다시 저와 결혼할거냐는 질문에 몇 년째 생각중이라고만...쫌 더 고민해봐야한다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제가 살면서 가강 잘 한 것은 몇 번을 생각해봐도 남편과의 결혼이네요.ㅎㅎ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은 우리들. 그래서 지금이 더 많이 사랑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긴 상을 마주보며 들고 걸어가야 할 부부라는 이름의 우리들이기에 그 동안 산 세월만 믿고 이젠 다 읽어낸다 자만하지 않고 더 섬세하게 상대를 읽어주며 가리라 다짐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무디어지지 않는 사랑을 하면서 살고 싶거든요. 나가수에서 더 원이 부른 <썸데이>를 들려 주었더니 이럽니다.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걸 보니 넌 아직 소녀구나. 근데 소녀랑 사는 거 힘든거 아냐? 정말 힘들어요."ㅎㅎㅎ앞으로도 주욱 힘들 남편을 위하여!!
여러분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더원의 썸데이를 선물로 드립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AbY28xiw_XY

 

런던에 있는 큰 아이의 부탁으로 송희양이 직접 만들어준 케이크로 파티를 했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사람들에 치이기 쉽다고 집에서 저녁을 먹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