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나무처럼 - 오세영

착한재벌샘정 2012. 12. 27. 19:06

고등학교 1학년 아이는 오늘로 네 번 지각을 했습니다. 한 번은 많이 아파서, 세 번은 늦잠을 자서.
선생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깨워서라도 제 시간에 등교시키지 하는 마음 크지만 전 교사이기전에 아이의 엄마입니다. 물론 엄마입장에서도 지각을 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부모와 함께 있는 동안 자율과 함께 책임에 대해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침에 깨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일어나는 일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고 1이 오로지 학교 수업만 하고 그 외에는 대부분 스스로의 선택으로 살고 있는 아이입니다. 물론 인문계 고등학교를 간 것도 본인의 선택이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대학을 다녀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판단에서요.
제가 아이에게 바라는 가장 큰 것은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보다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지요.
가슴 뛰게 해보고 싶은 일을 찾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한 번 흔들어 깨워주면 될 것을, 하며 서운해하기도 하지만 안깨워준다는 걸 알기에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어야함을 깨닫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늦잠 세 번이면 나름 괜찮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비바람 속에서도 크듯, 그래서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 알듯이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내기를 바라면서...

나무처럼 - 오세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