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엄마의 전화 - 강인호

착한재벌샘정 2012. 12. 27. 18:57

엄마의 전화 - 강인호

잠도 덜 깬 아직 이른 새벽 엄마한테서 장거리전화가 왔다
서울엔 눈이 많이 왔다던데 차를 가지고 출근할 거냐고

설마 그 말씀만을 하시려고
아니다 전화하신 게 아니다
목소리 사이사이 엄마 마음 헤아리려 가슴 기울인다

웬일로 엄마는 전화하셨나
무슨 말씀 하고싶으셨던가
창 밖은 아직 일러 어둑한데 엄마한테서 새벽전화가 왔다///

잘때는 폰을 꺼두거나 무음으로 해두는데...새벽에 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무슨 일이냐 전화를 했더니 어제 동지였는데 팥죽은 끓여먹었냐고...
설마 그 말씀하시려고 전화를 하신걸까? 그게 궁금하신다면 어제 전화를 하셔야하지 않을까? 아니, 그저께 전화해서 끓여먹을거냐  엄마가 끓여줄까 물으시는게 맞을것 같은데...동지가 지난 오늘 팥죽을 빌미로 전화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목소리 사이사이 엄마 마음 헤아리려 가슴 기울인다>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는 걱정이 되었던 겁니다. 지지하던 후보가 다른 당신을 설득하느라 애쓰던 딸이 걱정이 되어서. 울컥하며 저절로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군요. 울음을 삼키느라 한마디밖에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그제서야 어머니도 팥죽 핑계대신 속 마음을 보이시더구요.
"걱정이 되서...아프지만 않음 됐다. 너무 애끓이지 마라. 진짜 괜찮기야하겠냐만 그래도...오늘은 학교 안가는 날이니까 하루종일 누웠거라. 푹 쉬고나면 좀 나아질끼다. 밥하는 것도 귀찮을낀데 엄마가 팥죽 끓여 갖다줄까?"
괜찮은 지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어머니 팥죽 꼭 먹고 싶으니 저희가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굳이 안와도 괜찮다는 어머니....
저희 아이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엄마는 바쁘니 안와도 된다는 말 안 할 거야. 바빠도 너 보고 싶으니까 와라, 이렇게 말할거야. 혹시 엄마가 더 늙은 뒤 안와도 괜찮다해도 그건 말뿐인거니 너희가 알아서 와줘 알았지?"
오늘 저녁은 어머니와 마주 앉아 팥죽을 먹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ps : 저녁에 어머니 집에서 만난 팥죽입니다. 손이 커도 너~~~~무우~~ 큰 친정어머니의 맛있는 팥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