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거부당하는 편지보다 더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 아이들입니다.

착한재벌샘정 2010. 12. 13. 08:43

비가 내리고 있는 월요일 입니다.

오늘은 꼭 올리고 싶은 글도 있고, 직원회의 늦을까봐 너무 일찍 출발하였더니 올 들어 제일 일찍 학교에 도착했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왜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는 지에 관해 이야기했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에 이어 아이들이 제가 주는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몇 분 답글에서 학교 다닐 때 이런 편지를 받아 보았더라면.... 하고 적으셨더군요.

저희 학교 아이들 중에도 많은 아이들은 제 편지를 마음을 열고 읽어 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과학실을 나간 뒤를 한 번 볼까요?

 

과학실 바닥에 구겨진 채 버려져 있는 편지

 

 


책상 위에 두고 간 편지는 그래도 괜찮다 싶은데.....

 


이런 낙서가 되어 있군요.

 



휴지통에 찢겨진 채 버려진 편지들도 있습니다.

 


버려지고 찢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밟고 지나간 흔적도 있지요.

 

 

 


오늘 제 이야기의 주제는 ‘변화에 대한 기대는 교사의 몫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교사가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준다고 모든 아이들이 고마워하고 그 편지에 적힌 내용에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면 ‘욕심’이 넘치는 교사라 생각합니다.

장난삼아 큰 소리로, 빈정거리듯이 읽는 아이도 있고, 읽지도 않은 채 접어 버리는 아이도 있고(결국은 읽히지 않은 채 과학실 책상 서랍에 버려지지요.), 위의 사진에처럼 읽고는 휙, 책상 위에 던져두고는 가버리거나, 구겨서 버리는 아이들도 있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가장 큰 마음은 ‘측은지심’입니다.

교사의 진심에 조차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들.....

누군가의 진심을 느끼거나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제 마음은 안타깝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오지요.

 

1991년, 경일여고 근무 당시 학교 축제 때 저희 반 아이들과 같이 만든 저의 문집입니다.

 

 

그 중 이런 글이 있습니다.

『그대 향한 내 기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었기에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에게 제가 해주어야 할, 해 주고 싶은 것을 해 줄 뿐입니다. 그 다음은 아이들의 몫이라 생각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 교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편지를 마음으로 받지 못하는 그 아이들은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1교시 수업 후 계속 씁니다.^^

이 글을 아침 일찍 올린 것은 1교시 수업에 필요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제가 시험 후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었는데 오늘 수업은 그 편지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었거든요. 아이들에게 지난 번 편지를 꺼내라고 했더니 '급당황'하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물론 당황한 아이들은 편지를 버린 아이들이 아니라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이지요.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편지를 준비하는 동안 이 화면을 열어 아이들에게 거부당한 편지들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올린 글들을 읽어 주었습니다. 왜 선생님이 이런 일들을 하는 지, 어떤 마음인지. 저는 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소통'이라 생각하기에.

오늘 가져 온 문집에 이런 글도 있습니다.

『언어가 내 진실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언어를 통해 소통의 시도는 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오늘 수업에 사용한 편지는 아이들에게 많은 질문들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편지를 쓰윽 읽어보고는 그저 접어서 넣어 두었을 겁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오늘 그 편지에 적힌 많은 질문들에 여러분들이 진지한 대답을 해주기 바랍니다. 선생님이 내 준 종이에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각각의 질문에 대답을 해 보십시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 하나의 질문을 더 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인지 적어 보십시요. 얼마전 ebs에서 10부작으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선생님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기에 여러분에게 그 편지를 쓴 것이고요. 선생님에게 학교란 무엇인가도 매우 중요하지만 여러분에게도 학교란 무엇인지 중요하고 또한 궁금합니다. 학교란 선생님만 있어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곳이니까요. 선생님과 여러분, 바로 학생이 함께 있어야만 존재의 이유가 있는 곳이 학교니까요. 그래서 꼭 그 질문에 대답을 해 주십시요. 시간을 내어 여러분도 그 방송도 꼭 한 번 보기 바랍니다."

 

과연 학교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교사는 어떤 존재,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