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교무실 복사기를 한동안 독점(?)하는 바람에 많은 선생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답니다. 아이들에게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읽기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서였어요. 내일부터 별자리 수업에 들어가는 반이 있어서 미리 준비를 해두기 위해서지요. 작년 수업 일지에 별자리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준비하고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 참 많은 궁리를 하다가 나름 준비하게 된 읽기 자료입니다. 신화 속 이야기와 찾는 방법 등에 관해 정리를 해보니 A4 24쪽 정도가 되더군요. 이것을 전교생에게 전부 프린트를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양면 복사로 12장짜리 얇은 책으로 한 학급 학생 수인 33권을 만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읽기 자료로 6학급의 학생들에게 돌려가며 쓰기 위해서지요.
태양계에 관한 수업에도 흥미로운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반성이 적혀 있어 올해는 작년에 해보지 않았던 ‘태양계에게 멋진 별명을 붙여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해보았는데 ‘이거 재미있다 그쟈?’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태양과 각 행성의 모양과 크기, 특징들을 외우는 것은 사실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아이들은 여러 자료를 통해 각각의 특징을 스스로 공부하고 그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별명을 붙여주고 별명에 걸맞는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것인데 아이들의 창의성이 아주 돋보이는 수업이었습니다. 태양에게는 ‘빨강머리 앤’, ‘여드름 난 얼굴’ 등의 별명을 붙여주었고 목성에게 ‘줄무늬 팬티’라고 붙여준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기도 했지요.
개별 학습지에 태양과 각 행성에게 별명을 붙여주고 그것을 조별로 모아 한 장의 표로 정리를 한 다음 그 중 가장 어울리는 별명을 하나씩 선택을 합니다. 그렇게 선택된 별명과 함께 그 별명에 어울리는 그림은 그리도록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는데 제가 요즘 워낙 바쁘다 보니 사진을 컴퓨터에 옮길 시간이 없어 사진을 같이 올리지 못합니다. 오늘은 현장학습때 빠진 수업 보강까지 8시간의 수업을 했답니다. 혀가 부어서 입천장에 붙어버린 느낌이에요.ㅠㅠㅠ
수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작년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가를 찾고 그것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늘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있나?’
이 수업을 하고 난 뒤 새삼 느낀 것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 전 시간에 각 행성들의 특징을 설명할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수업을 힘들어하고 딴 짓하고 하던 아이들도 이 수업만큼은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요. 그래서 어깨가 더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정말 필요한 수업을, 재미있게 잘 해야 할 텐데.... 하는 중압감.
아이들이 조금만 더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답니다. 제가 얼마 전 강의 때도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중학교 2학년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지구가 둥근 증거 중 하나로 고위도로 갈수록 북극성의 고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위도가 무엇인지 고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북극성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과 사회과정에 나오는 것이지만....
그러다보니 고위도를 알기 위해서는 위도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데 지구본을 가져다 두고 위도와 경도를 가르치다보면 정작 중학교 2학년에서 가르쳐야 할 고위도와 북극성의 고도를 가르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래위에다 성을 쌓을 수도 없고. 위도, 경도, 고도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면 고위도와 북극성의 고도, 정말 중학교 2학년에서 배울 내용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물론 알고 있는 아이들도 몇 명 있지만 단원 들어가기 전에 알고 있는 용어에 관한 조사를 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모르고 있거든요. 지구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엇각의 크기가 같고 호의 길이는 중심각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수학적 개념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이번에는 수학으로 시간을 다 보내고. 비례식을 세우지 못하는 아이, 식은 세울 수 있으나 계산 방법을 모르는 아이, 두 자리 수 곱하기나 세 자리 수 나누기를 못하는 아이 등등 수학이 아닌 산수가 안 되는 아이도 너무 많지요. 아이들은 과학이 어렵다고 하는데 정작 아이와 마주해보면 산수와 수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때가 너무 많아요. 중학교는 한 학급에 학습 능력의 차이가 매우 커서 고등학교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책읽기를 통해 문장 이해력을 길러주는 것이 너무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매 시간하게 된답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도 일일이 다 가르쳐가며 가지 못하니 미안하지만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느리고 너무 쉬운 것으로 인해 도리어 학습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늘 소단원이 끝나고 형성평가를 풀고 나면 심화문제를 준비하여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에게 제공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심화문제를 받고 풀어보고 싶다는 동기유발도 꽤 커서 나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급에서 심화, 일반, 보충의 단계로 나누어 아이들의 능력에 따라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업을 마치면서 그날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부탁을 하지요.
“선생님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성에 대기와 물이 없다, 라는 것을 배우면 대기가 없다면? 공기의 이동이 바람이니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못하는구나, 공기뿐만 아니라 물도 없다니 침식작용도 일어나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운석이 떨어진 생긴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겠구나. 대기가 없으면 태양 빛이 있을 때는 태양빛이 그대로 땅에 와 닿으니 너무 뜨겁고 태양이 없는 밤에는 빨리 식어버리니 춥고, 밤과 낮의 기온차도 아주 크겠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들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 달달 외워야 하는 것도 거의 없죠. 수성의 특징은 대기와 물이 없음, 풍화와 침식 작용이 일어나지 않음, 운석 흔적이 많음,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큼을 별 연관 없이 다 외우려면 공부할 것도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대기와 물이 없음만 외워두고 그 다음은 생각을 통해 끌어낼 수 있다면 공부도 훨씬 쉬워지는 거지요. 혜성의 꼬리가 태양풍에 의해 태양의 반대쪽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문장을 적어 놓고 태양에는 대기가 있을까, 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수성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무슨 태양에 태양풍은.....쌤~~~ 그건 안 배웠는데요, 라고 말하기 전에 잠깐,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태양풍이라면 태양에 바람이 분다는 것인데 바람이 불기 위해서는? 그렇죠. 공기의 이동, 즉 대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여러분들이 정말 키워야 하는 것은 배운 몇 가지의 지식을 이용하여 내 생각의 힘으로 많은 문제들을,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해결하는,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10개를 배워서 10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0개를 배워서 20개, 50개, 100개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힘, 생각과 재조합의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생각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것도 언어 이해력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별자리에 관한 읽기 자료를 만든 것도 조금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관심 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읽기에 재미를 붙이기를, 그래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생각과 재조합, 그를 통한 문제 해결에 관해 저의 생각이 비슷한 책이 있어 소개를 합니다.
『최상위권 1%의 비밀 추론력』입니다.
이 책에서는 추론력을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미 습득하고 이해한 정보를 가지고 비교, 분석, 첨가, 삭제 등의 종합적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라고.
초등학생을 둔 부모를 주대상으로 하고 있는 책이지만 중고등학생들에게는 1부와 2부를 직접 읽어보게 하고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어떻게 채워야 할지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책에 나오는 점수는 상대적임을 감안하여 아이가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정빈이는
‘어머니가 늘 이야기 하던 것이 다른 사람 책에 쓰여 있으니 이상해요.’라고 하면서
‘왜 어머니가 이야기를 할 때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 하니 더 크게 느껴질까요?’하더군요.
‘남들에게는 어머니 말이 이렇게 느껴질까요?’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정빈이가 과학 시험을 위해 선택한 책도 함께 소개합니다. 다른 과목도 그렇지만 중학교 과학은 이미 초등학교에서 거의 대부분 기본 개념을 공부한 것이 조금 더 심화된 것에요. 그래서 초등학교 과정을 조금 더 깊이 다뤄준 『손에 잡히는 과학교과서 - 우주』
이 책은 초등학교 각 학년에서 다룬 우주와 관련된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중학교 과학책의 내용 정도로 깊이를 가지고 있어 아주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랍니다. 이 책은 한 권 전체가 이번 시험공부에 모두 필요한 내용이랍니다. 저도 이 단원 수업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던 책이기도 하고요.
『자신만만 과학책 - 지구과학』, 『묻고 답하는 과학 톡톡 카페 - 지구과학ㆍ생물』
(책 이미지는 모두 인터넷 교보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두 권은 다른 내용도 같이 있어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개념을 잡아주고 교과서를 보고 문제집을 풀겠다고 하네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선생님, 갑자기 정빈이 공부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빈이는 자신의 목표를 정했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으로 대학을 가야하고 이제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정빈이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오늘 제가 너무 피곤해 하니 남편이 음식을 시켜주어 거실에서 먹게 되었는데 제가 너무 기운없어 하니 정빈이의 급 제안.
“유쾌한 기분으로 저녁을 먹읍시다. 어머니 좋아하는 영화 보면서 먹으면 어떨까요? DVD 보면서 먹어요, 즐겁게.”
영화를 보려고 텔레비전을 켰는데 마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를 하고 있었는데 정빈이가 영화대신 그것을 보고 싶다더군요.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나오니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더 귀를 기울여주게 되고 나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자신만의 비밀이나 힘든 이야기를 해 올때는 느낌이 특별하다고.^^ 철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인데 더욱 생각이 많아지고 관심도 커졌고요. 이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필요한 공부이기에 정빈이도 예전과는 많이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고 그런 정빈이를 잘 도와주기 위해 저도 나름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러다 보니 공부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아, 읽은 지 좀 된 책이기는 하지만 글을 자주 쓰지 못하니 함께 소개를 합니다.
『지금 당장 자기주도 학습을 시작하라』
제목만으로는 너무나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 교육의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가 많이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학원에서 배운 것이기 때문에 수업에 참여를 거의 하지 않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학원에서 배운 것인데 또 들어야 해?’라는 생각에 수업 시간에는 거의 안 듣게 되고, 학원에서는
‘지금 꼭 이렇게 앞서 안 배워도 학교에서 어차피 배울 텐데 뭐’하는 마음에 집중 안하고. 그러다보니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습관처럼 되어버려서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그저 멍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학원 다니는 것이 나쁘다거나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예슬이 고3때 사탐 학원 2개월 보냈던 것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예슬이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까요. 그것뿐입니까? 영어 과외도 2개월 했었다고 했죠? 고3때. 영어 문법 때문에. 이렇게 저도 사교육을 시켜보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으로 사교육이 전혀 필요치 않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는 습관과 힘이 길러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로교육과 함께 책읽기를 통한 언어 이해력의 기초를 닦아준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이 글을 씁니다. 이러면서도 이 글을 쓰는 것은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고민하는 엄마로서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아시죠?
아, 이제 강의 들어야 하는데.... 그래도 참 도움이 많이 되는 강의랍니다. 장애아와의 통합학급을 운영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이라 많은 도움은 되는데.... 솔직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자고 싶어요, 정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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