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경상여중 예쁜 공주들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착한재벌샘정 2010. 11. 25. 12:16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목요일, 1,2,3 교시 수업을 하고 단 한 시간 비는 4교시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자주 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편안(?)해야 아이들에게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제가 너무 지치거나 다른 일로 감정이 상해 있으면 수업시간에 활짝 웃은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거나 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이성적으로 반응하고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이영미’의 감정과 시간과 ‘교사 이영미의 감정과 시간’의 구분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결론이기에.

주당 24시간이라는 수업은 결코 제게 쉽지 않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방과 후 수업은 따로 수당을 받지 않느냐고 하지만 수당을 받는 수업이라 하여 힘이 안 드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올 한 해 아이들과 참으로 많은 것들을 하면서 오려 노력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루에 많이 비어야 2시간, 1시간인 시간동안 교재 연구와 수업 후 결과 분석 및 피드백, 자기반성과 새로운 방향 모색 등 숨 가쁘게 보낸 나날들이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위해 사설이 좀 길었습니다. 수업이 많다보니 교사 연수는 보통 일과를 마친 후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3번이나 연달아 듣게 된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교사 연수에서는 제가 하는 수업에 관해 많이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제 강의를 들으신 선생님들의 공통 질문이 이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하시면, ..... 정말로 그렇게 하신다면.... 다른 선생님들이 불편해 하실 것 같은데.... 저는 솔직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지 오늘의 연수가 저를 많이 불편하게 합니다. 다른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해 보시지는 않았는지.... 그로 인한 갈등을 없었는지.....”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어제 오늘 제가 경상여중 공주님들에게 작은 선물(?)을 했습니다.

며칠 전 서점에서 산 책 중에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이미지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가져왔습니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첫 실업고 출신 골든벨 우승자

세계 매출 1위 기업 매니저가 되기까지

단 하나의 꿈도 허락지 않은 세상에 던진

김수영의 특별한 도전


올해 저의 수업 목표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여 책장을 넘기게 되었고 결국 사게 되었지요.

제가 먼저 읽고 정빈이에게 읽힌 후 아이들에게 어떻게 ‘김수영’이라는 사람과 만나게 해 줄까를 고민하다가 책의 표지와 차례, 그리고 84~99쪽까지를 복사하여 저와 수업하는 6반 모두에게 줄 수 있도록 인쇄를 했습니다. 200부를 스테이플러(이 글을 쓰면서 이게 표준어인 줄 처음 알았네요.^^)로 찍는 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과학실에서 혼자 꼬박 1시간 반이 걸렸어요.

 

그리고 편지를 한 장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련한 저의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입니다.

 

 

 

사랑하는 경상의 예쁜 공주님에게


며칠 전 서점에 갔다가 책을 통해 정말 멋진 한 사람을 만났단다. 그래서 우리 공주님에게도 그 사람을 소개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쓴다. 누군지 궁금하지?

그 사람이 쓴 책의 일부를 우리 공주님에게 선물할게. 책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나보았으면 해. 우리 공주들에게 주는 선생님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해.^^

선생님은 우리 공주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은 거 알지? 우리 공주들이 조금씩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에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주고 싶어. 선생님은 우리 경상의 공주들을 많이 사랑하니까. 그건 다들 알고 있으리라 믿어.^^ 우리 공주님들이 선생님에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인지. 그리고 많이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거. 과학이라는 과목이 결코 쉽지 않은데 과학실에서 늘 열심히 하려 노력해주는 공주들이 있어 선생님이 많이 고맙고 행복하다는 거. 솔직히 가끔은 화가 나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하고, 상처 받을 때도 있어. 그렇지만 우리 공주들에 대한 믿음이 더 크기 때문에 이겨내려 노력한단다. 선생님으로 인해 속상하고 상처 받는 공주가 있을 거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조금 더 먼 미래의 공주를 위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해. 예전에 이야기 했었지. 교사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불쌍한 직업이라고. 선생님도 그런 생각할 때가 가끔 있어.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내가 그 어떤 직업도 아닌 교사이기 때문이야. 당장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하여도,  서운한 마음을 갖게 한다 하여도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 생각이거든.

이제 2학년 마지막 시험이 다가오는구나. 다들 시험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겠지?  시험이,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고 묻고 싶은 공주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매일 매일의 일들이 소중하다는 생각과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시험공부’에 올인을 해보기를 바래. 국어 제일 열심히 하고, 영어와 수학도 열심히 해. 모든 공부에 가장 기초가 되고 중요하니까‘중요 과목’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과학 공부는 안 해도 되느냐고?

으음~~~~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열심히 해주는 것으로도 고마워.^^

추워지는 날씨에 늘 건강하고 자신의 삶에 주인공인, 멋진 나날을 살아가는 경상의 공주님이기를 바란다. 사랑해.♥♥

 

과학 선생님이 마음을 담아 쓴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렇게 하면 정말 그 선생님의 말씀처럼 다른 선생님이 불편해 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반 아이들이 첫 시험을 칠 때 머핀을 구워 갈 때도 가장 힘든 것이 바로 그 점이었지요. 아마 보는 선생님들 보다 제가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교무실 선생님들 거 까지도 다 굽기도 했었고.....

경북여정에서 시험기간 아침 시간에도 책을 펴지 않는 아이들에게 시험 공부시켜 보겠다며 혼자 교실 청소를 하기도 했었는데....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청소 대신 할 테니 제발 책이라도 좀 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면서....  시험 셋째 날 옆 반 선생님 저에게 와서

“선생님, 제발 이런 거 좀 하지 마세요. 저희 반 주번 저에게 밀대 던지고 갔어요. 옆 반 쌤은 쌤이 청소한대요. 그러니 쌤이 해요, 하고요. 정말 왜 이러시는 거예요?”

라는 상황을 겪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했을까......

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도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어른이잖아요. 그저 저로 인해 불편한 정도, 그리고 무시해버려도 괜찮은 것일 수도 있는... 선생님의 인생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런 이유로 제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해주고 싶은 것들을 그만둔다면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인생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잘난 척 하는 것 같지만 선생님들은 저거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유난 떨기는 하고 넘어가실 수 있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추억이 되고 인생의 작은 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저도 참 많이 고민하며 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전들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었겠습니까? 그러면서 제 마음은 편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결론은 늘 이것이었습니다. 오직 아이들만 생각하자. 그 어떤 것 보다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판단하자.... 였습니다. 저도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시행착오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생님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까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은 ‘공유’의 의미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할까에 대한 공유. 그저 불편한 마음만으로 끝난다고 하여도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불편한 마음이 어쩌면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생님 나름의 방법으로 조금 덜 불편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바람요. 제가 하는 것이 다 잘한다는 것도 절대 아니고, 저 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은 일들을 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서 느껴봤던 열패감을 저 또한 기억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 강의의 주제는 ‘오고 싶은 학교 즐거운 학교’입니다. 그 중심에는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바로 제가 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제가 저의 삶의 현장인 학교에 가고 싶고 거기서 즐겁고 행복할 수 있고 싶기에. 어쩌면 지금까지의 저는 아이들을 위해 살았다기 보다는 저를 위해 살아온 것일 수 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제가 행복하고 싶었기에 그 방법들을 찾아오면서 왔고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그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렇게 주책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던지요.ㅠㅠ

 

4교시 마칠 시간이 다 되어 급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경상여중의 공주님들과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지 못함을 이해해주세요. 늘 고맙습니다, 여러분. 

어제 저의 선물을 받은 한 아이가 와서 그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 지 궁금하다기에 책을 통해 꼭 만나보라 했더니 너무 궁금하다며, 꼭 읽어보겠답니다. 고마운 아이들 맞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제가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