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지금 하고 싶고, 지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착한재벌샘정 2010. 12. 30. 00:17

오늘 방학식을 하면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며칠동안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방학식을 하고 난 뒤 과학실에 들러 그동안 아이들이 한 작업들을 마주하고 앉아 다시 한 번 그것들을 살펴 보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참 열심히 해주었구나, 싶은 것이 새삼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수업이나 강의 때 ppt자료를 많이 이용하고 그러다 보니 이동식디스크에 작업한 파일들을 담아 다니는데.... 갑자기 이런 화면이 뜨는 겁니다.

 

 

어떤 상황인지 아시겠죠? 이동식디스크이 자료들이 순간에 싹 다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혹 살릴 수 있을까 싶어 전문가에게 의뢰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백업을 시켜가며 작업을 하곤하지만 문제는 노트북도 한 번 난리를 쳐서 자료 다 날리고, 학교 컴퓨터도 마찬가지 사태를 맞았고. 그러다보니 제게 남은 자료들이 거의 없다는 현실.ㅠㅠ 거기에만도 ppt가 98개나 된다는 사실.

이 일로 새삼 확인하게 된 것이 있지요. 단 1초 전의 일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제가 원래 뒤돌아 보는 성격은 아닌데....

그걸 일찍(?) 깨달은 덕분에 지난 일에 연연해하지 않고 오늘에 최대한 충실히, 열심히 살아 오긴 했는데....

그래도 그 순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쏱아지지 뭡니까. 물론 곧 받아들이고 새로 자료를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는 중이지만요.ㅎㅎ

그런데 그 와중에도 사진을 찍어 아이들과 '현재'의 중요성에 관한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이 '수업 본능(?)'을 어찌할까요. 시간이 부족해 6학급 모두와는 다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몇 반과 이 자료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 미래, 어디를 살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근데 오늘은 또 이런 일이 있었네요. 파일이 지워진 것은 일단 선뜻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 예전에 쓰던 것이라도 사용하려고 했는데....상태가 보다시피 좀 불량이긴 했는데.... 이런 고물을 쓰는 기념으로 한 장 찍어 뒀는데 그 사진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자료를 저장하고 노트북에서 분리를 하려고 나름 살살 뺀다고 뺐는데.... 허걱 

며칠 요긴하게 잘 썼는데 결국 사고를 치더군요.

 

 

노트북과 이동식디스크가 분리가 된 것이 아니라 이동식디스크가 분리가 되어 버렸어요.ㅎㅎㅎ

이 일로 놀라기는 했지만 자료가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살살 다시 잘 끼우고 테이프로 단단히 감싼 뒤 글루건으로 고정시켰더니 꼴이 망측하게는 되었지만요.ㅋㅋ

처음부터 상태를 잘 살피고 수선을 해서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뜸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제가 바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주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때 좀 더 잘 해줄 걸. 그  때 이렇게 해 줄 걸....'이라는 후회는 0.001%의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도 애쓴 보람을 느끼게 해준 아이들도 많답니다. 그래서 마무리하는 오늘이 참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출근하니 제 책상 위에 이런 것이 있었어요. 사진에 보듯 긴 편지이지만 아이의 허락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편지는 일부만 공개할게요.

 

과학실에 수업을 하러 오면서 늘 빈손으로 오더니 12월이 되어서야 과학책을 처음으로 가지고 와 준 아이였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지나가 버려 아쉬웠다며 이런 편지를 제게 주었답니다. 긴 기다림이었지만 너무 가슴 떨리는 편지였습니다. 편지와 함께 놓여있던 것 때문에 제가 빵, 터졌다는 거 아닙니까.ㅋㅋ 볼펜인데 아주 깜찍한 선물이었어요.

 

  

볼펜 끝이 너무 예쁘죠?

 

또 한 통의 편지를 소개할게요. 이 편지는 위의 것의 3배는 되는 긴 편지였습니다.

 

 

 역시나 조금만 소개할게요.^^

 

 

 

과분함에 많이 쑥쓰럽기도 하지만 자랑하고 싶어요. 이렇게 예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제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책을 40권쯤 선물을 했어요. 새 책은 아니고 제가 읽거나 정빈이가 읽었던 책들이지만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마인드 맵 수업을 열심히 해준 아이들을 반마다 2명씩 뽑으니 12명, 그 외에도 1년 동안 제게 질문을 가장 많이 해 준 아이, 수업 시간에 태도가 가장 좋았던 아이, 제게 쪽지 편지를 보낸 준 아이들, '자기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생각 쓰기'라는 글쓰기 수업에서 자신을 밝히고 글을 쓴 아이 등등 나름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선물을 했더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배달 된 3개를 인증 샷으로.ㅋㅋ

 

 

맨 위의 것은 책이 아니라 예쁜 분홍색 벙어리 장갑이에요. 그동안 저를 가장 많이 도와준 아이를 아이를 위해 준비한 것이랍니다. 

저의 올 한 해 과학 수업의 목표 중에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가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중학교 2학년, 열 다섯의 시간을 되돌아 보았을 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과학 시간에 까르르 웃었던 기억이 많기를.....

그런데 아이들이 제게 너무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네요.^^

먼 훗날....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준비하던 일, 과학송 부르는 모습 동영상에 담던 일, 실험에 성공하여 마치 노벨상을 탈 듯 의기양양해 하던 아이들의 모습, '그녀는 너무 예뻐'라는 노래를 불러 저를 당황하고 감동하게 해주던, 파일이 날아가버렸다는 말에 저보다 더 걱정을 해 주던, 울상이 되던 아이들의 얼굴, 아이들을 위해 초콜릿을 사던 순간, 그것을 받고 함성을 지르던 아이들, 단체로 초콜릿을 손에 들고 먹으면서 수업을 했던 기억, 복도에서 만난 저를 안아주려 두 팔을 벌리고 걸어 오던 아이, 그리고 제 품에 안겨 오던 아이의 느낌, 선생님 냄새가 너무 좋아요, 하던 아이의 목소리, 선물로 줄 책에 일일이 편지를 쓰던 일, 미끌미끌한 포장지로 최대한 예쁘게 포장해보려 끙끙거리던 이 시간들, 아이들의 편지에 눈물 흘리던 일, 볼펜을 보고 깔깔 웃던 일들은.... 모두 저에게 큰 추억이 되어 주겠지요.    

단 5초 전의 일도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삶. 그래서 저는 오늘을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디자이너 임헌우 교수의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에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17살 때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하루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명히 올바르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저에게는 감동적이었고, 그 이후 33년을 살아오는 동안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슺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고 하는 하는 일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계속 "아니오"라고 대답하게 된다면, 저는 무엇인가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오늘이,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하고 싶고, 지금 해야 하는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책 제목을 <십대, 지금 이 순간도 삶이다>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십대들만 지금 이 순간이 삶은 아닐겁니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이 삶이기에 저도 여러분들도 오늘을 열심히 살아기기로 해요.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고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