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사랑하는 멋진 공주들에게(5월 22일 편지)

착한재벌샘정 2004. 5. 22. 11:08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구나. 지난 주 토요일 스승의 날 우리 공주들로부터 너무나 감동적인 선물을 받고도 고맙다는 인사를 이제야 전하게 되었다.

우리 공주들의 예쁜 사진이 붙은 마음이 듬뿍 담긴 편지에 선생님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정말 감동이었어. 우리 공주들은 정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멋진 것 같아. 이러니 어떻게 선생님이 우리 공주들을 사랑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지 않겠니?

 

우리 공주들이 준 편지들을 선생님 칼럼에 자랑을 하고 싶었는데 <칭찬 일기> 쓰기 숙제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라 일주일 동안은 선생님 칼럼의 메인 화면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루다 보니 아직 자랑을 하지 못했단다.

많은 공주들이 자신의 칭찬 일기를 올려 주어서 정말 고마워. 아직 글을 올리지 않은 공주들도 꼭 자신의 칭찬 일기를 올려 주기 바래.

 

며칠 전에는 우리 반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선생님 마음이 참 아팠었어. 수진이와 은주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찾으려 애를 쓰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반 모두 힘들었을 거야.

 

다른 반 친구들을 통해 들었겠지만 목요일 오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선생님은 금요일 과학 시간에 과학 책은 펼치지 않고 대신 휴대폰을 잃어버린 일,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친구들 간에 서로를 의심 할 수밖에 없게 됨으로 인한 안타까움 등에 대해 선생님의 생각을 이야기를 했었단다.

 

특히 7반 아이들에게는 미안함을 정식으로 사과도 했지. 특별 교실에서 7반과 얽혀 일어난 일이었고 그로 인해 폰을 잃어버린 공주들이 그 반 아이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일, 사물함을 확인하자고 했었던 일들에 대해 사과를 했어.

 

우리 공주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우리 반이 그런 의심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면 우리도 자존심이 상하고 억울하고 기분 나빴을 거잖니. 우리 공주들이 조금 경솔했던 것이 아닐까 해. 혹여 장난으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잠깐 숨겼다 돌려주려고 했는데 일이 갑자기 커져서 그 친구도 놀라고 당황해서 돌려주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선생님이 몇 번이 간곡히 당부했었지. 어떤 것이든 학교에서 물건이나 돈을 잃어버리게 되면 물건을 잃어버린 것 보다 더 슬픈 것이 친구들 중 누군가가 아닐까 하는, 어쩔 수 없이 우리 마음속에 꼬물꼬물 자라나는 그 불신일 거야.

 

아마 공주들도 누구누구지  싶다, 누구는 그 휴대폰 봤다더라 등등 이야기도 많았고 굳이 입 열어 말하지 않았더라도 마음속에 많은 생각들이 있었을 거야. 그런 것들이 우리를 참 많이 힘들게 한다는 것을 공주들도 경험했으리라 생각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어제 하나, 오늘 다시 하나, 잃어버렸던 휴대폰이 모두 주인에게 돌아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그것을 가지고 갔었던 친구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그리고 돌려주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정말 나쁜 마음에 가지고 갔었다 하더라도 그 친구는 그동안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을 살았을 거야. 그리고 용기를 내어 돌려주었으니 그 친구를 용서하기로 하자.

 

더 이상 우리의 지레짐작으로 무고한 친구를 의심하지도 말고 누군 지 알 수는 없지만 폰을 가지고 갔었던 친구를 욕하지도 말자꾸나. 잃어버린 친구들도, 그것을 내 일 같이 마음 아파하고 흥분했던 친구들도, 그것을 가지고 갔었던 친구들도 모두 우리의 소중한 친구들이잖니.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자기의 물건은 자기가 잘 챙기도록 더더욱 조심하고 너무 비싼 물건들, 학생의 분에 넘치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도 자제를 하고, 특별 교실 갈 때 교실 문단속도 잘 하고 해서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는 눈과 마음으로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니?

 

누구나 좋은 물건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있어. 선생님도 그런걸 뭐. 하지만 나 스스로를 절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고 비싼 물건, 유행하는 물건 등으로 인해 겉모습을 치장하고 그런 것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으려 하지 않도록, 바로 삶에 대한 나 자신의 가치관을 잘 정립하는 것이 참 중요해.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을 믿어. 비싸고 화려함으로 겉치장을 하는 대신 가만히 있어도 누구나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우리 아프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우리 마음에 생겼던 불신의 조각들을 말끔히 날려버리고, 누군지는 모를 그 친구의 등을 마음속으로나마 다독여 줄 수 있는 우리가 되어보자꾸나.

사랑한단다. 너희 모두들.                                                   

 

                                                                               2004년 5월 22일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