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2학년 9반 공주들 읽으시게
지난주 인터넷 종례에 대한 우리 공주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번 주도 여기서 우리 공주들을 만나게 되었구나.
선생님이 낸 숙제를 모두 다 한 여섯 공주는 선생님이 준 책 선물이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하구나. 잘 읽고 학급 문고에 두어서 많은 친구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하자. 4월 달 독서노트 검사 때에는 이 번에 선물 받은 책으로 독서감상문을 써서 상도 받자.
3월에는 동화가 알퐁스도테의 <별>을 읽고 독서감상문상을 아주 잘 써서 상을 받았는데 정말 잘 쓴 글이라 언제 한번 우리 공주들에게 읽어 주고 싶단다.
우리 반에는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선생님이 참 고맙고 기쁘단다. 선생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9반 공주들을 만나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제는 앞산 공원에서 하루종일 민주시민 교육을 받느라 수고 많았다.
선생님이 고등학교 다니던 때에는 ‘반공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장소에서 교육을 받았었는데 세월이 지나다보니 그 이름과 내용도 많이 바뀌었더구나.
멀리서 아침 일찍 그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지? 모두들 예쁘고 깔끔한 모습으로 와 주었더구나. 집이 너무 멀어 조금 늦은 사람도 있었지만 교육 시간 전까지 다 와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 지 몰라. 지각생이 있었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차림의 아이가 있었다면 그곳 사람들에게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말이야. 어제 우리 공주들을 보면서 참 예쁘다는 생각 한 번 더 했었어.
어제 교육이 끝난 뒤 무엇을 했는 지 궁금하구나.
선생님은 어제 무척 오랜만에 헌혈을 했단다. 예전에 헌혈 차에서 하던 것과는 달리 시내에 새로 생긴 공원에 헌혈의 집이라는 것이 있더구나.
선생님이 잘 몰라서 어제 같이 시내에 간 선경이, 동화, 지혜가 친절하게 헌혈의 집 앞까지 같이 가주었어. 그 세 사람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선생님이 헌혈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어.
지난 번 선생님의 하늘나라에 간 아들 이야기를 했었지. 오늘은 그 오빠를 만났던 것처럼 1년 전 그 장소에서 새로운 오빠(고3이거든)를 만나러 가는 날이야. 그런데 헌혈은 왜 했느냐고?
선생님과 함께 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헌혈을 해서 헌혈증서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대학생 언니에게 주고 함께 받는 선물(영화 할인권, 도서상품권, 전화카드 등)은 오늘 만나는 친구들에게 주자고 제안을 했기 때문이야.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선생님도 기꺼이 동참을 했어. 헌혈로 누군가를 돕고 그로 인해 생긴 선물을 또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내가 돈을 주고 산 선물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질 테니 말이야.
우리 공주들도 헌혈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 선경이는 헌혈을 해보았다는구나. 만 16세에 몸무게 45kg중이 넘으면 할 수 있대. 생리가 있을 때는 안되고 감기 약 등을 먹었을 때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피해야겠지.
어제 선생님이 한 것처럼 전혈(혈액의 성분 전체를 뽑는 것)은 2개월에 한 번 정도 할 수 있고 혈액의 일부인 혈장만 뽑는 것은 2주일에 한 번씩 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어제 선생님이 헌혈의 집에 있으면서 참 많은 언니 오빠들이 헌혈을 하러 오는 것을 보고 흐뭇했었단다.
참, 오늘 선생님이 만나게 될 오빠와는 어제 잠시 전화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아주 멋있었어. 나중에 우리 공주들과도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과 그 오빠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우리 공주들이 기도해 줘.
오늘도 역시 숙제가 나가야겠지?
설마 여기까지 읽고 숙제는 안 보고 나가버리는 건 아니겠지?
오늘의 숙제는 ‘남을 도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거야. 우리 공주들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 이웃들로부터 참 많은 도움을 받았을 거야.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 글을 읽고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꼬리말에 올려 주기 바래.
혼자 생각하고 조용히 실천하는 것도 좋겠지만 다른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들을 계획하고 있는 지를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너무 거창하게도 생각하지 말고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지 않아 도 돼.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웃는 얼굴로 친구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그 인사를 받는 친구들에게는 참 큰 선물이 될 테니까.
우리 예쁜 9반 공주들은 얼굴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이 예쁠 거라 생각해. 그 예쁜 마음들을 세상을 향해 조금씩만 더 열고 살아가도록 하자꾸나.
우리 공주들의 사랑으로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리라 선생님은 믿는단다.
오늘 종례는 이것으로 끝이란다.
공주님들, 주말 잘 보내기를 바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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