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구나.
어제 집에 갈 때 비가 많이 와서 고생했겠구나. 선생님도 비를 흠뻑 맞았단다. 감기 든 사람은 없는 지 걱정이구나. 모두들 건강해라.
며칠 전 대청소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전한다. 모두들 너무 고생 많았어. 정말 고마웠어.
선생님은 지난 한 주 동안 이가 아파서 고생을 했단다. 이가 아프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러다가 결국 위장까지 탈이 나서 주말에는 거의 죽을 뻔했어. 그러다 보니 우리 공주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쓴 것 같아 미안해.
오늘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해. 우리 공주들 스스로에게 물어 봐. 나는 친구에게 어떤 존재일까?
친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선생님은 늘 이 구절을 빼놓지 않고 말한단다. 루이제 린저의 <고독한 사람을 위해서> 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어.
'친구는 서로 아첨해서는 안 된다. 서로 자극하고 서로 교정해주고 성장에 대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친구들은 서로를 너무나 점유해서도, 상대방을 자기의 소유물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 우정은 조심스럽게 키워야 하며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아픔을 넋두리하기 위해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도 순수하고 계산되지 않은 동정이 남겨진 무목적 성이 우정의 본질이다.'
어때? 물론 이 것이 친구에 대한 절대적인 글이라고는 생각지 않아. 하지만 가끔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를 생각해 보곤 해.
나와 내 친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위의 글 중에 '서로 자극하고 서로 교정해주고 성장에 대한 자극을 주어여 한다'는 대목은 어쩌면 우리 공주들 같은 10대의 시기에 친구들에게 해주어야 할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해.
우리 옛말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지. 가끔 우린 친구와 함께 정말 훌륭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친구와 함께 후회할 일을 하기도 하지. 지금의 너희들은 '친구들과 같이'이기에 용감해질 수도 있고 무모해질 수도 있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나로 인해 내 친구의 삶이 조금 더 의미 있어 진다면 우리의 삶 또한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친구가 참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시기이니 만큼 너희들의 우정 또한 참으로 소중한 것 일거야. 하지만 그것이 도리어 친구와 나, 모두를 퇴보시키거나 힘들게 한다면?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어. 우리 공주들 모두가 가만히 있어도, 친구라는 그 이유하나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랑해 공주들.
2003년 4월 27일 비 오는 새벽에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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