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3월 31일 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

착한재벌샘정 2004. 4. 1. 13:19

2학년 9반 공주들의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올 해 경북여자정보고등학교 2학년 9반 담임을 맡은 이영미라고 합니다. 보통 3월 중순쯤에는 편지를 드리는데 올해는 제가 이 학교로 전근을 온 탓에 일이 많다는 핑계로 미루다 보니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저는 과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고 교직 생활을 한 지는 올해로 18년째입니다.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두 딸을 가진 엄마로 사십을 조금 넘긴 사람입니다.


내세울만한 거창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아이들을 참 좋아합니다. 늘 부족한 것을 느끼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한다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통해 저의 허물이 전해지더라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때론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십사 하는 부탁도 드립니다.

 


부모님들께 소중한 딸인 것처럼 저희 2학년 9반 서른 다섯 명의 공주들은 담임인 제게도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저는 예의를 참 중요하게 생각하고 책임감도 많이 강조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우리 아이들이 가지기를 바랍니다.

 

그러기에 부모님의 방식과 다르게 아이들을 대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고 조금은 지켜봐 주십사 하는 부탁도 드립니다.


한 예로 저는 교복을 입었을 때는 반지나, 귀걸이와 같은 장신구를 못하게 하고 교복을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기를 권하고 머리도 염색이나 파마를 못하게 합니다. 반지를 저에게 빼앗긴 아이도 있습니다.

 

욕을 하거나 거친 말을 하는 아이들도 아주 엄하게 꾸짖습니다. 수업 시간에 남에게 방해가 되는 아이와 휴대폰을 사용하는 아이도 많이 꾸짖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저는 매일 아이를 야단만치는 사람 같아져 버렸지만 열심히 하는 성실한 아이, 규칙을 지키는 아이는 많이 칭찬도 해준답니다. 저는 꾸중보다는 칭찬의 힘을 믿는 사람이거든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저는 사랑과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학창시절을 지내기를 바라며 작지만 담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언제든 지 궁금한 점이 있거나 의논할 일이 있으시면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 해 주세요. 제가 목소리는 예쁘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우리 아이들 많이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3월 31일 2학년 9반 담임 이영미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