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주들을 만나는 설렘으로 편지를 쓰던 새벽이 어제 같은데 벌써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그 동안 우리 공주들이 보여 준 모습들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 편지를 쓴다.
우리 공주들이 7층이라는 무시무시(?)한 높이에 위치한 교실에 지각하는 사람 거의 없이 일찍 와 주어서 고맙고, 매일 점심 시간 그곳까지 급식통을 나르는 우리 공주들의 힘든 수고가 너무 고마워.
특별구역 청소가 많고 힘든데도 매일 열심히 해주는 공주들이 고맙고, 어제는 교실 청소 깨끗하게 하느라 수고한 공주들도 고마워.
파마한 머리 깔끔하게 정리하라는 말을 잘 들어 주어서 고맙고, 반장을 비롯하여 자신이 맡은 일들을 너무 열심히 해주어서 고맙고, 힘든 친구를 잘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씨가 고마워.
교실에 들어서면 우리 공주들의 환한 웃음이 선생님을 참 기쁘게 해주어서 고마워.
선생님이 학급 간부 선거를 할 때 자기 소개와 함께 올해의 희망짱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라고 했었는데 그 날 캠코더로 찍은 것을 다시 보니 희망짱을 이야기한 사람은 35명 공주들 중 네 사람뿐이더구나. 왜 그랬을까?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 아님, 선생님의 말을 귀 기우려 듣지 않아서? 비밀로 할 생각이어서?
선생님이 지레짐작을 하면 안되지만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우리 지 않아 그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어때?
선생님이 그랬었지? 지각한 아이를 혼내기보다는 일찍 온 아이를 칭찬하겠다고. 그처럼 자신의 희망짱을 이야기했던 그 사람들에게는 좀 더 많은 고마움을 전한다.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선생님이 제안한 급훈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것을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 해 준 몇 사람. 여기서 굳이 이름을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을 거야. 고마워.
그리고 아직 자신의 희망짱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도록 해. 곧 숙제로 나갈 테니까.
오늘은 한 가지만 부탁할게. 우리 공주들이 선생님이 담임으로서 학급의 일을 의논할 때나 어제처럼 부탁을 할 때 우리 공주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우리 공주들은 앞에 앉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듣지도 않고 무관심하게 반응한다면 기분이 좋을까? 굳이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아도 그건 누구나 비슷하게 서운할 거야.
우리 공주들이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친구가 핸드폰으로 문자 넣는다고 정신 없거나 옆으로 돌아앉아 다른 친구와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면? 아님, 숙제한다고 엎드려 건성으로 응응 하는 대답만 한다면 공주들의 기분은 어떨 것 같니?
우리가 조금만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준다면 훨씬 더 좋은 사이가 될 것 같은데 우리 공주들 생각은 어떤 지?
우리 공주들을 만나 선생님이 참 행복하다고 했었지?
우리 공주들도 2학년 9반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2004년 3월 12일에 공주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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