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남편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했습니다.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면서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들고 나갔는데 남편이 무척 좋아하면서 갑자기 무슨 꽃이냐고 묻더군요.
“학교에서 어쩌다 보니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야기 끝에 드라마에 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을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살면서 그런 마음 아픈 이별 없이, 당신과 사랑하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너무 감사해서요. 당신에게 고마워서요.”
차에서 내린 남편은 책과 서류가 든 무거운 가방도, 빨래 할 것이 들어 있는 종이 가방도 제가 들게 하고는 꽃다발만 들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는 게 아닙니까? 남편은 양복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인데 양복을 입고 꽃다발을 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남편을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어요. 양손에 가득 든 짐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요. 남편은 집안에 들어설 때까지 꽃다발만 들고 걸었고 저는 무거운 짐을 들고 뒤뚱거리며 걸었답니다.
“아버지 꽃다발 누가 줬어요?”
“애인이 주던데. 이쁘지?”
정빈이는 저를 향해 한 마디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한테 꽃다발 선물 했어요?”
토요일 오전 남편이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간 사이 놀러 온 친구는 꽃다발을 보더니 남편이 제게 선물한 것인 줄 알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제가 남편에게 선물을 했다고 했더니 갑자기 정빈이를 툭 치면서
“너희 엄마 정말 왜 이러니?”하더군요. 그러면서 절보고
“아내에게 꽃다발을 선물 받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무슨 날도 아니고 드라마에서처럼 마음 아픈 이별 없이 살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유로. 하여튼 웃기는 부부야.”
제가 저 자신에게 참 고마운 것 중 하나가 아직도 남편이 너무 좋다는 겁니다. 말이 좀 이상한가요? 어쨌든 저는 지금도 남편 뒤만 졸졸 따라다닐 정도로 남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대학교 들어 가 만나 지금까지 저는 왜 이렇게 그 사람이 좋은지요. 늘 제가 더 많이 좋아해 손해 보는 것 같다 투덜대면서도 말입니다.
오늘 저의 두 다리는 정말 혹사를 당했답니다. 남편이 얼마 전 자전거를 사왔어요. 저를 뒤에 태우고 강변도로를 달리고 싶다나요. 아침에는 저 혼자 타고 남편이 일찍 오는 날은 저녁에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갑니다. 제가 한 몸무게 하는 지라 남편이 저를 뒤에 태우는 시간은 잠시이고 제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남편은 옆에서 열심히 달리지요. 오늘은 7시 30분에 나가서는 정빈이의 아침밥은 언제 줄거냐는 전화를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 왔는데 10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저를 뒤에 태우고 달리고 싶은 남편 덕에 둘이 같이 타다가 넘어져 상처도 조금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가을 산을 오르자는 말에 다시 산으로.... 산에서는 노란색으로 예쁘게 물든 나뭇가지들을 선물로 주더군요. 아마도 제가 준 장미 꽃다발에 대한 대답이었나 봅니다. 발바닥이 아파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지만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오지 못할 정도로 정말 바쁜 시간들이었어요. 언젠가 멘토 활동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이 바빴거든요. 멘티가 두 명이 되었고 한 명의 멘티와의 만남은 늘 카메라가 따라다니니 그 일도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학교에도 힘든 일이 있었고요. 저희 반 공주들이 저를 속상하게 한 일이 몇 가지 있었거든요. 물론 반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었었어요. 교사로서 저를 많이 되돌아보게 하는 일이었고 시간들이었답니다. 그럴 때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거든요. 정말 고마울 따름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랑한다는 말도 제가 더 많이 하고 뺨에 쪽쪽 뽀뽀도 제가 먼저 더 많이 한답니다. 저는 늘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 말하거든요.
그렇게 제게 조금은 벅차고 힘든 시간을 지내오면서 제게 남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고민이 많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기면서 시작한 것이 뜨개질이에요. 새 멘티가 공주라는 말은 했었죠? 그 아이에게 선물로 줄 목도리를 뜨기 위해 실을 샀는데 목도리를 다 뜨고도 실이 남아 이것저것 해보게 되더군요. 그래서 브로치를 참 많이 만들었는데 친구들에게 제자들에게 다 빼앗(?)기고 남은 것은 없고(조만간 다시 만들 계획!) 조끼 리폼을 한 것이 아주 걸작(?)으로 남았답니다. 제가 추위를 심하게 타는 편이라 조끼를 아주 좋아해요. 따뜻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너무 이쁜 조끼를 입은 사람을 보았는데 털실로 이런저런 모양을 만들어 붙여 놓은 것인데 눈에 쏙 들어오는 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집에 있는 조끼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탄생한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리폼 조끼 3종 세트>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아무 장식이 없는 조끼가 털실의 도움으로 변신을 했답니다.
분위기가 새롭죠? 그에 용기를 얻어 집에 있는 조끼 다 뒤져 두 개 더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래 왼쪽의 조끼는 지난 일요일에 만들었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남편이 이러는 겁니다.
“그냥 하나 사 입고 말아라. 얼마 하는데?”
“파는 거처럼은 못 만들겠지만 그래도 비슷하게는 해 볼려고.”
“얼마 하는데 그러냐?”
“놀랠걸요? 백화점 가서 가격보고 한참 눈을 의심했다니까요. 삼십이만팔천원.”
“뭐? 조끼가 뭐? ..... 그래? 그럼 계속 만들어라. 얼른 만들어.”
그 때 남편의 표정은 도저히 표현이 안되네요. ㅎㅎㅎ
물론 파는 것과는 비슷하지도 않지만(솜씨도 그 만큼 안 되지만 저만의 개성을 살리느라) 그 조끼 완성하고 정말 너무 마음에 들어 혼자 마구마구 감탄을 했었답니다. 남편도 돈이 안나가서 그런지 작품(?)이라며 아주 칭찬을 많이 해주었고 정빈이는 자기는 언제 코바늘뜨기를 배우느냐고 자기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들을 빨리 만들고 싶다며 성화였습니다.
가장 칭찬을 많이 받은 조끼는 맨 끝의 것입니다. 그 날은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있어,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잘 수가 없어 뜨개질을 시작했었는데 나중에는 잠이 와서 성이 막 나는 거예요. 사실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어서 맨 아래 달린 방울을 만들 때는 혼자 성을 팍팍 냈었답니다. 밤 10시까지 촬영하고 와서 뜨개질 한다고 앉아서는 새벽 2시가 다 되가는데 마무리가 안 되니까, 누가 저보고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막 화가 나지 뭡니까? 잠이 안 와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잠은 오고 마무리는 빨리 안 되고 해서 혼자 씩씩거리며 했지 뭡니까?
여러분들 중에 혹시 코바늘뜨기를 할 줄 아는 분이 있으면 모티브 뜨기를 이용한 리폼에 도전해 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으니 배워서 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관심>만 있으면 되는 거라 생각해요. 저희 친정어머니께서는 참 많은 재주를 가지고 계시는데 뜨개질 만큼은 영~~ 관심이 없으셔서 아직 바늘도 제대로 잡지 못하신답니다. 옷을 한 벌뜬 다 뜨는 건 사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이렇게 조금 덧대는 것으로도 옷의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진답니다. 요즘 유행이 남편 말을 빌면,
“촌스러운 거제?”인지라 코바늘뜨기를 이용한 옷과 소품들이 참 많은데 배우기는 쉽고 활용도는 만점이니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끼 세 벌이 분위기를 바꾸는 동안 참 많이도 고민하고 갈등하고 어렵게 선택한 결정들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중이라 그것도 감사하고요. 그 동안 멘토 활동이 쉽지가 않았거든요. 멘티들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것은 말씀을 드릴 수가 없지만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보람이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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