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오고 가신 분들, 외국에서 고국의 명절을 그리워하며 보내신 분들 모두 모두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명절 지내고 오신 뒤 몸살들 나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희 가족의 명절 이야기를 좀 할게요.
일요일 아침에 시댁에 갈 부산한 준비로 저희 가족의 명절 이야기가 시작되겠네요.
주부들 그렇잖아요. 며칠 집을 비울라치면 뭔 일이 그리 많은 지요.
우선 돌아왔을 때의 기분을 생각하여 집이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고(며칠만에 집에 돌아 왔을 때 급하게 가느라 던져 둔 옷가지 하나라도 있으면 집에 들어서는 기분이 왜 그리 찜찜한지 말입니다) 며칠 동안 집을 비울 거니 음식물들 정리해 보관해야 하고, 분리수거도 해야하고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도 처리해야하고 행주도 깨끗이 해두어야 하고, 정빈이가 아직 어리니 혹시 빠진 물건으로 인해 불편하지 않아야 하니 제대로 챙겼는지도 점검을 해야하고.
그 전날 대충해둔다 해도 아침을 먹고 출발을 하니 아침 설거지부터 자고 난 잠자리 정리부터 출발 당일은 온 가족이 왔다갔다 부산하기만 하지요.
저희 시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시댁과 명절 이야기로 바로 갑니다.)먼 길 오고가시는 분들에 비하면 진짜 아무 것도 아니지요.
두 분 형님 네 가족들이 모두 와 계시고 그리 바쁘게 서둘렀건만 저희 가족은 꼴찌였어요.
제게 맡겨진 가장 큰 일은 전기 후라 팬 앞에 앉아 구울 수 있는 것은 전부 구워내는 것입니다.
제가 부엌일을 준비하는 사이 예슬이는 집안 청소를 시작하더군요.
예슬이는 이제 제가 굳이 청소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할머니 댁의 청소는 알아서 아주 깨끗하게 한답니다.
청소를 끝낸 예슬이는 부엌에서 전을 부치고 있는 제 옆으로 와 일을 돕기 시작하더군요.
워낙에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이기도 하고 평소 제가 늙은 엄마(?) 일하는 거 보면서 돕지 않고 자기 일 하는 아이는 용서를 안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탓에 아이는 거들라는 소리하기 전에 얼른 제 옆으로 와서는 밀가루를 묻히고 뒤집게로 뒤집고 기름을 치고…….
조금 뒤에는 정빈이까지 가세를 하여 돕는 통에 저는 두 아이에게 전기 프라이팬을 맡겨 두고 잠시 작은 방에 가 누워 허리를 펴구요.
저희 형님들 절 어찌나 부러워하시던 지요. 제가 조금 우쭐해지기까지 했답니다.
자기 둘이서 알아서 한다고 들어 가 쉬라고 하는 통에 방에 가서는 한숨 잠까지 자는 호강을 했지 뭡니까!
에궁,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저는 두 아이 믿고 한 숨 잤는데 저희 두 아이 못미더우셨던 마음씨 좋은 저희 형님들이 나머지 전을 다 부쳐 놓으셨더군요.
제가 1시간 정도는 잤거든요.
전 아이들만 믿고 허리 펴고 누웠었는데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버렸어요. 얌체 같은 동서라고 흉을 보시지나 않았는지 원…….
우리 예슬이는 믿을 만한데…….
동족 촌이고 6번째로 제사를 지내는 저희 집이기에 나물 반찬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해도 충분하기에 이른 저녁을 먹고는 가까운 곳에 있는 온천으로 남편과 두 아이와 조카 이렇게 목욕을 갔었습니다.
정빈이가 목욕탕에서 두 번 넘어져 무릎과 발등에 상처가 조금 생기기는 했지만 그리 큰 것은 아니었어요.
기운이 없어 넘어지는 통에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요.
목욕을 다녀 온 뒤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9월에 보통 운동회가 있는 까닭에 운동회 이야기가 나왔어요.
"예슬이는 달리기 몇 등 했니?"
마치 "운동회 = 달리기"처럼 모두들 달리기 몇 등 했냐고 만 물으시더군요.
"운동회에 어떤 경기 종목이 있었니?"(이건 운동회를 다 거쳐 온 사람들이니 묻지 않아도 알겠군요.)
"단체 활동은 무얼 했니?"
"무엇이 제일 재미있었니?"
"운동회 연습하느라 힘들었겠구나?"
등등 물을 말도 많을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모두들 달리기 몇 등 했는지 만 물으셨어요. 모두들요.
우리 예슬이의 달리기 실력은 6년 동안 50m(저학년), 100m(고학년)에서 6등 다섯 번 5등 한 번의 실력이랍니다.
작년 5학년 때 6등과 한 발 차로 극적인 5등을 한 번 하고는 늘 꼴찌였지요. 이번 운동회도 마찬가지이고요. 어찌나 절 쏙 빼 닮았는지요. (저의 6등 이야기로 바로 간답니다. 이 이야기를 알아야 다음 이야기를 이해하실 수가 있을 거예요)
이런 것도 유전을 하나요?(이거 과학 선생이 할 소리가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이제까지 딱 한 번 1등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손님 찾기』였는데 우리 예슬이가 태어나서 달리기에서 3등이라는 역사(?)를 만든 것도 바로 이번 운동회의 『손님 찾기』에서 였답니다.
<교장 선생님>이 적힌 쪽지를 들고 진짜 열심히, 예슬이의 실력으로는 최선을 다하여 교장 선생님이 계시는 본부석을 향해 뛰어가 단상 아래에서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니∼이∼임∼"이라고 목이 터져라 불렀지만 옆에 분과 이야기를 하시던 교장 선생님은 듣지를 못하고.
아이는 급기야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교장 선생님의 손을 잡아끌었고 그 때서야 깜짝 놀란 교장 선생님, 예슬이와 손을 잡고는 열심히 뛰었지요.
그렇게 해서 예슬이가 처음으로 달리기에서 3등을 했지요.
저희 모녀는 『손님 찾기』라는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답니다.아이는 그 날 운동장에서 그러더군요.
"어머니, 손님 찾기 정말 재미있어요!"
그 기분이야 그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지 않겠습니까?
좀 다른 이야기인데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아니면 이 고충, 정말 모르실 겁니다.
아니요, 남편도 모를 겁니다. 울 남편은 한 번도 아이 운동회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직업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같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엄마인 저는 그렇게 동동거리면서라도 아이의 운동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려 정말 거의 발버둥을 쳤었지요.
아이의 운동회 날, 아이는 엄마가 운동회에 꼭 오라고 졸라대고 직장에는 눈치가 보이고.
아침에 출근했다가 이리저리 당기고 밀어서 일을 해 두고 윗사람들에게 눈치보며 신호 위반까지 해 가며 헐떡이며 아이가 있는 운동장으로 뛰어 갔다가 점심먹이고 다시 직장으로 달려가면서 느끼는 그 비애를 말입니다.
늘 주변의 분들이 도와주시는 덕에 6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이의 운동회 구경을 갔었지만 그 때마다 밀려들었던 그 복잡한 심정이란…….
작은아이가 이제 여섯 살이니 앞으로 여섯 번은 더 그렇게 해야겠지요.
정빈이는 언니 운동회에 따라 가 보더니 운동회 날 학교 안가도 되는지 부터 묻습디다.
아마도 자기는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며 운동회 날 그냥 지금처럼 운동장 주변에서 엄마와 구경만 하고 있어도 되는지 말입니다.
물론 괜찮다고는 했지만 제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 지요.
그래도 후 내년이니 그 때쯤이면 운동회에서 무용도 하고 달리기도 할 수 있으리라 혼자 제 마음을 다독였지요.
그러면서 나이 차라도 적으면 몇 년은 함께 운동회를 했을 텐데 그것도 안되고, 할 수 없이 12년을 운동회 때문에 동동거려야지 어쩌겠어, 해보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버렸네요.
예슬이의 운동회 날이 마침 친정 아버지 생신이었던지라 동생 네 내외랑 식구들이 모였는데 몸이 불편해 외손녀의 운동회 구경을 못 오신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촬영을 한 것을 보았는데 제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더군요.
예슬이 손을 잡고 뛰는 교장 선생님의 외치는 소리
"이거 등수 안에는 드는 거가?"
달리기하는 사람 치고 등수 안에 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별 생각 없이 아이의 부르는 소리를 빨리 듣지 못해 미안해하신 말씀이시겠지만
"등수 안에…"라는 그 말은 왠지 제 가슴에 답답한 덩어리 하나를 턱 던져 주더군요.
예슬이의 100m 6등 소식으로 온 식구가 안타까워하더군요.
예슬이는 부채춤도 아주 예쁘게 잘 추었고 응원도 열심히 했는데…….
손님 찾기에서 3등을 했다는 소식도 그리 칭찬을 받지를 못했어요.
"손님 찾기에서 1등을 하려면 봉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는 봉투를 두 개를 집고는 그 중에서 찾기 쉬운 것 하면 돼."
"그럼 다른 아이는 어쩌구요?"
"내가 두 개를 보고 그 중에 한 가지만 하고 다른 거 하나를 바닥에 던지면 그 아이는 그걸 집어서 가겠지 뭐."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런 게 어딨기는 임마? 그렇게 해서라도 1등을 해야지."
시아주버님과 조카의 대화를 듣다가 제가 한 마디를 했지요.
"아주버님, 전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1등이 좋다고는 하지만 경기는 규칙이 있는 것이고 아이들은 그 규칙을 지키면서 경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하면 1등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이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해요."
"남들도 다 그렇게 해요. 그리고 1등을…."
"1등을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가요? 1등을 하기 위해 아이에게 그런 방법까지 가르쳐야 하는지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너무 고지식하고 막힌 사람인지는 몰라도 제 생각은 이래요.
비록 1등 아니라 꼴찌를 하더라도 아이는 그 나름의 규칙을 지키면서 경기를 해야하고 저희들은 그렇게 꼴찌를 하고 온 아이의 수고에 대한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고요.
1등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전에 그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봐요.
꼭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푸근한 마음, 그런 바탕 위에서 자신이 최선을 다 해보는 경험, 그리고 자기 보다 잘하는 사람을 인정해주고 축하 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왜 아이들을 그렇게 등수로 나누지 못해 안달들인지 모르겠어요."
눈 똑바로 뜨고 이야기하는 제수에게 저희 아주버님 많이 놀라셨을 테고 저희 형님 얼마나 노여우셨을까요?
손아래 사람이 어디 예의 없이, 하고 말입니다.
제가 이래서 늘 문제라는 말을 듣는 것이지요.
그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랄 뿐이지요.
다음 날 제사 상을 준비하면서 전 그릇 하나 하나에 음식들을 담고 예슬이에게 한 가지씩 정성스럽게 제사 상으로 옮기라고 했었지요.
예슬이는 엄청 가지 수가 많은 음식들을 잘 나르더니 마지막 하나 수박을 남겨 놓고는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
물론 저의 고집이 더 센지라 몇 번의 실랑이를 한 끝에 예슬이가 옮기기는 했지만 픽하고 삐쳐서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뒤 정리를 한 뒤 아이에게로 가 왜 그러냐고, 잘 하더니 왜 수박 한 가지를 남겨 놓고 억지를 부리느냐고 물었더니, 세상에나, 아이는 역시 아이인가 봐요.
할머니 댁에서 하는 일에 대해 별 말없이 잘 하던 아이가 그렇게 행동을 한 이유는요
"왜 저만 일을 해야해요. 영실이는 5학년인데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왜 저만 일을 해야하느냐구요? 속상하단 말이에요."
"이상하네. 왜 그런 것을 비교를 하는 거지? 비교할 걸 해야지. 아이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에는 나름대로 그 부모의 생각이 있는 거야. 그건 아주 주관적인 것이거든.
그리고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네가 해 주면 더 좋잖아."
"좋기는 뭐가 좋아요. 결과는 똑같은데요.
어머니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큰어머니는 당연히 영실이는 그런 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결과가 똑 같잖아요.
일을 많이 한 저에게 특별히 칭찬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을 안한 영실이에게 특별히 잔소리나 뭐 그런 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똑같은데 왜 저만 힘들게 일을 해야하느냐구요?"
"그게 어떻게 결과가 똑 같아?
그런 일들을 하다보면 남을 배려하고 궂은 일을 솔선수범해서 할 줄 아는, 하나의 새로운 심성이 너에게 베여 네 것이 되는데 그게 어떻게 똑같아. 그렇지 않아.
지금은 당장 나타나지 않을지 몰라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너에게는 그 누구보다 곱고 예쁜, 남을 배려하고 솔선 수범하는 자세가 어느 새 베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래도 속상하단 말이에요. 저만 일 해서 손해보는 것 같단 말이에요."
아이는 한 나절이 지나도록 입이 이 만큼 나와 있더군요.
이 글 혹여 저희 형님이나 조카가 보면 마음이 많이 상할 것 같네요. 부디 용서하소서. 붙이지도 빼지도 않았다는 걸 아실 테니 말입니다.
"엄마 말을 잘 한 번 생각해 봐. 이게 엄마가 주는 추석 선물이 될 것 같아."
추석 선물? 이게 선물이 될 수 있을려나? 아이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었으니 그것도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싶네요.
선물, 뭘로 누구에게 하셨는지요?
지난 칼럼에서 "해리포터"를 추석 선물로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말이 나온 김에 선물 이야기 좀 할게요.
사진에 있는 컵 속의 꽃은 예슬이와 정빈이가 저에게 준 추석 선물입니다.
큰아버지와 도토리를 주우러 앞산에 갔다가 저에게 주려고 꺾어 온 꽃이에요.
아이들은 제게 산이나 들에 간 날은 잊지 않고 작은, 한 줌도 채 안 되는 꽃다발이라도 늘 안겨 주지요. 제가 꽃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좀 시들기는 했지만 집까지 가져와 컴퓨터 모니터 옆에다 꽂아두고 보고 있지요.
꽃 옆에 있는 작은 호박 보이시지요?
그건 남편이 정빈이에게 준 선물입니다.
저 호박 찾느라 남편이 저희 시댁의 양주 밭을 샅샅이 헤매고 다닌 끝에 정빈이에게 딱 알맞은 크기로 가져 온 것이지요.
저 호박 무엇에 쓸 건지 궁금하시죠?
저 호박은 바로 Halloween에 jack-o'-lantern을 만들 거랍니다.
위의 그림이 만드는 방법이에요.
예슬이가 보는 "The Garden Fairy"의 Pumpkins에 나오는 걸보고 만들고 싶어해 그 날을 위해 남편이 준비한 것이랍니다.
정빈이는 아버지의 호박 선물에 입이 양쪽 귀에 걸렸답니다.
에그머니나, 드디어 침실까지 공개를 하게 되는군요.
남편이 제게 준 추석 선물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제게 남편이 저의 친정 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갔다가 산소 부근에서 꺾어 제게 안겨 준 것이지요.
침대 옆에 두고 해리포터를 읽으니 그 향기에 취해 책의 글자가 눈에 잘 안 들어 올 지경이었어요.
혹여 칫, 하며 입을 삐죽이면서 시샘을 하시는 분 안 계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러려니 하세요.
저희 부부가 "한 닭살" 하걸랑요.
이렇게 저희 가족들은 서로에게 이런 추석 선물들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에게는 어떤 선물들을 했느냐구요?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는 현금 아니면 웃는 얼굴과 말로 넘기는 게 되네요.ㅎㅎㅎ
그런데 제가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참으로 적은 선물이지만 제 마음이 듬뿍 담긴 것이었어요.
저희 학교에서 일하시는 아저씨 두 분에게 드릴 식용유 선물이었습니다.
저희 직장에서 가장 일이 많고 힘드셨고 수고를 많이 하신 분이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두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고등학교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저희 학교는 건물의 5, 6층을 쓰고 있습니다.
교무실이 5층에 있어 저희들은 늘 천상(?)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요.
그런 학교의 궂은 일은 두 분이 다 하십니다. 20학급의 못 하나 박는 거, 형광등 하나 가는 것에서부터 페인트 칠 등등 학교의 잔손질이 가는 일은 두 분이 1층에 있는 목공 실에서 5, 6층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을 오르내리며 일을 하시지요.
게다가 지난여름 얼마나 더웠습니까? 대구의 더위, 20일이 넘는 기록적인 열대야…….
그 더위에 교실의 위치를 바꾸느라 몇 개의 교실을 망치로 쳐서 콘크리트 벽을 부수는 일을 비지땀을 흘리면서 그 두 분이 다 하셨답니다.
연세도 적지 않으신 분들인데 볼 때마다 고개 숙이고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릴만큼 수고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시지요.
제가 일 욕심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과학 선생이다 보니 특별 교실로 과학실도 사용하고 있기에 아저씨들의 도움을 엄청 받아요.
사회 생활에 선배라며 남편은 교장 교감 선생님께 선물을 해야지 않겠느냐고 은근히 권했지만 전 그 두 분을 위한 작은 선물만을 준비했지요.
추석 선물.
아이에게 주는 몇 마디 말, 한 줌의 들꽃, 호박 하나, 식용유.
그것들로도 충분한 선물이라고 전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가 선물로 새는 바람에 다음 이야기는 뒷날로 미루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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