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그때그때, 입맛에 당긴 책을 사서 보면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책을 고르는 것에 대한, 특히 아이의 책을 골라 주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책 고르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때그때, 입맛에 당긴 책을 사서 보면, 자연 그 다음에 골라야 할 책이 알아지게 마련이다.

벽 한 쪽을 절반쯤 차지하고 있는 이 책장을 보고 있으면, 그 책들을 사던 앞뒷일이며, 그렇게 옮아 간 그의 마음의 나그네 길이, 임자인 그에게는 선히 떠오르는 것이고, 한 권 한 권은 그대로 고갯마루 말뚝이다.

책장을 대하면 흐뭇하고 든든한 것 같았다.

알몸뚱이를 감싸는 갑옷이나 혹은 살갗 같기도 하다.

한 권씩 늘어 갈 적마다 몸 속에 깨끗한 세포가 한 방씩 늘어가는 듯한, 자기와 책 사이에 걸친 살아 있는 어울림을 몸으로 느낀 무렵이 있었다.

두툼한 책 마지막 장을 닫은 다음,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눈에는, 깊은 밤 괴괴한 풍경이, 무언가 느긋한 이김의 빛깔로 색칠이 되곤 했다.

♥ 최인훈의 광장 중에서 ♥

참 오래 전에 읽은 책 중의 한 대목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대목이고 이런 표현을 대할 때마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경외의 마음을 가지게 되지요.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는, 입안에 뱅뱅 도는, 머릿속에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는 것을 이리도 선명히 언어로 표현을 해내는 사람들 앞에서 어찌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한 권씩 늘어 갈 적마다 몸 속에 깨끗한 세포가 한 방씩 늘어가는 듯한

전 이 구절을 특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입맛에 당긴 책을 사서 보면, 자연 그 다음에 골라야 할 책이 알아지게 마련이다.

오늘 이야기는 이 구절에서부터 풀어 가보려 합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주워 온 신문(어머니, 신문 주워올까요?로 바로 갑니다.)에서 <아스테릭스 시리즈1-3>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스테릭스 1-3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심취해 있던 예슬이에게 더 없이 좋은 계기다 싶었지요.

만화라니 아이는 당연히 좋아할 거구요.

이윤기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심취해 있는 아이였기에 이 기회에 이집트 쪽으로 연계 확장시켜 보자는 마음에서 아스테릭스 시리즈를 세 권 다 구입을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예슬이는 2권 <아스테릭스 클레오파트라를 만나다>에 가장 큰 관심을 나타내더니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책들을 찾기 시작하더군요.

예전에 읽은 책들은 거의 없어져 버렸고, 빌려준 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것들이 꽤 되더군요.

미라의 비밀이왕이면 이집트

이 두 책은 그 전에 읽은 것이지만 자연히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되나봐요.

제가 맨 처음 예슬이에게 슬쩍 권한 책은 바로 이것입니다.

클레오파트라 : 파라오의 사랑과 야망

첫 장을 펼치면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의 그림이 좀 생소한 가 봐요.

자신이 생각한 일명 클레오파트라 머리에 새까만 피부의 그녀와 너무 다른 모습에 좀 놀라더군요.

긴 금발을 늘어뜨린 통통한, 흰 피부의 클레오파트라의 그림에 저도 놀랬었으니까요.

그러면 당연히 그림에 관한 책들에 손이 가게 되지요.

그림을 많이 접하기를 바라는 제 개인적인 바램에서 자꾸만 아이 부근에다 던져두곤 하는 책들입니다.

어쩌면 이 또한 욕심이겠지요.

당신의 미술관 1-2명화로 읽는 성서서양미술사

그 다음 예슬이 스스로가 선택한 책입니다.

클레오파트라 1-3

미야오 토미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3권 짜리 장편 소설이지요. 이 책과 함께 저의 집에는 마가렛 조지의 5권 짜리도

클레오파트라 1-5

함께 가지고 있는데 굳이 같은 제목의 책을, 장르도 같은 것을 두 종류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책들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였다고는 하지만 작가적인 상상이 들어 간 소설이라는 점 때문이지요.

미야오 토미코의 책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어머니가 그녀가 5살 때 병으로 세상을 뜬것으로 되어 있지만 마가렛 조지의 책에서는 3살 때 항구에서 익사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두 책을 읽으면서 예슬이 스스로가 진정한 역사적인 사실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면 좀 더 사실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입맛이 당기지 않을까 하는 저의 예상입니다.

그러면 이런 종류의 책들에도 손이 갈 것이고.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역사에서 과연 참된 진실, 정확한 사실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은 앞의 소설류들과는 또 다른 부분을 보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지요.

나폴레옹-나의 야망은 컸다로마인의 삶 : 축복 받은 제국의 역사

마야 - 잃어버린 도시들잉카 : 태양신의 후예들

아스텍 제국 : 그 영광과 몰락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그리스문명의 탄생람세스 2세 : 이집트의 위대한 태양

알렉산더 대왕

대부분 외국 번역서인데 비해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이집트

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리라 저 혼자 기대해 보는 거지요.

이런 말 정도는 아이의 관심을 끌어 보기 위해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건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이집트에 관한 책이야. 이제까지 네가 읽은 책들이 대부분 번역서였는데 그 것들과 한 번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꼭 읽으라고 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저 그 정도 해두고 기다려 보는 거지요. 영 읽지 않은 들 어떻겠습니까?(아이의 책읽기에 대한 저의 생각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갑니다.)

이 책들은 제목만으로도 한 번 쯤 펼쳐 볼 것 같죠?

세계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신화와 역사로 읽는 세계 7대 불가사의

그러다 보면 이런 책들을 읽을 날도 올지도 모르고요. 물론 예슬이의 선택이 되겠지요.

람세스1-5로마인 이야기1-9

아래 책은 지금 제가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입니다. 심지어는 학생들 필기하는 시간에 몇 장씩 읽어 볼 정도로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인데 700쪽이 넘는 적지 않는 양이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이 책도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기도 합니다.

세계문명기행 : 고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를 찾아서

그리고 예슬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이 생겼는데 자칭 바람의 딸이라는한비야님의 책들이 읽고 싶다는군요.

바람의 딸을 따라 세계 곳곳을 가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거기에서 또 다른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지요.

이처럼 책이라는 것은 한 권을 읽게 되면 그 책으로 인해 그 다음에 골라야 될 책들이 저절로 알아지게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보통 저의 책 고르기도 별반 다를 것이 없지요.

아참, 그러면서 미리 사놓은 책이 있답니다.

아스테릭스가 프랑스 만화인데 영어로 번역된 것이 있어 구입을 했지요.

예슬이가 읽느냐구요?

글쎄요, 아마 그림만 보는 거겠지요.

다행히 영문판은 우리말로 번역 된 것과 내용이 다른 것인지라 이 영어 만화책을 줄줄 보고 싶어서라도 조금 더 영어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해서 예슬이의 영어 이야기로 이어지려 했는데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다음으로 넘깁니다.

아스테릭스 만화를 보다 보면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담가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과 관련 된 기사가 있으니 아이들과 이야기하시는 데 작은 도움이 되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녹인 진주( 과학 동아 1998년 8월호 )

【식초에 넣고 화학반응 일으켜】

클레오파트라는 연회장에서 식초에 진주를 녹여 한입에 마심으로써 안토니우스를 놀라게 했다.

동양의 미인이 중국의 양귀비라면 서양의 미인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기원전 69-30)이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와 기지를 십분 발휘해 당대의 영웅들을 수없이 유혹에 빠뜨렸다.

로마의 실력자 안토니우스와 벌인 한판승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적을 그녀가 도와준 사실에 격분, 항의하러 이집트를 방문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직접 안토니우스를 만나 해명하겠다고 결심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단 한번의 연회에 막대한 거금(1만 세스테르티아)을 쓴다는 계획이었다.

연회의 처음 얼마 동안은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안토니우스는 코웃음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때 클레오파트라는 시종에게 술잔에 식초를 담아오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귀에 달린 거대한 진주 하나를 술잔에 떨구고는 식초를 한입에 죽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다른 귀에서 진주를 떼어냈다.

심판은 당황해서 승부는 여왕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취했을까.

진주의 주성분은 석회석이다.

따라서 식초를 포함한 모든 산에 잘 녹는다. 이때의 화학 변화는 다음과 같은 반응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석회석(CaCO3) + 아세트산(2CH3COOH) ⇒ 아세트산칼슘((CH3COO)2Ca) + 물(H2O) + 이산화탄소(CO2)

식초는 아세트산을 포함하고 있고, 아세트산은 석회석으로 된 바위를 녹여 아세트산칼슘이라는 염을 만드는 성질이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역시 석회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산을 이용해 진주를 녹인 사실 자체는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연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곧바로 녹여 마실 수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녀가 마신 식초는 당연히 몸에 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약한 산성을 띠었을 것이다.

따라서 진주 알갱이가 녹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연회 당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가지 해석은 당시의 화학 지식을 많이 갖춘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녹일 수 있는 어떤 물질을 연회가 시작하기 전 미리 식초에 타놓았다는 것이다.

한편 클레오파트라가 흰색의 석회로 된 가짜 진주를 귀에 걸고 있다가 교묘하게 속였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당대 최대의 부자이자 위대한 이집트의 여왕이 상대방을 속이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여왕이 식초와 함께 진주를 통째로 삼킨 상황이다.

클레오파트라가 들고 있던 잔이 금속 잔이었다면 진주가 실제로 녹았는지 아무도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클레오파트라가 인기를 끈 이유는 미모뿐 아니라 뛰어난 지략도 한몫 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