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이 좋은 가을에 책을 선물합니다.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9월 25일이 예슬이의 열 두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예슬이는 내심 생일 잔치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남편과 저는 꿋꿋하게 버티었지요.(아이의 생일 잔치에 관한 글로 바로 갑니다.)

제가 예슬이를 위해 해준 것은 케이크 하나와 서점에서 예슬이가 고른 두 권의 책을 사 준 것이 전부입니다.

새록새록 성경 이야기, 연극이 희희낙락.

요즈음 예슬이가 부쩍 성경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절에 다녀서 인지(1년에 서너 번 정도) 아이도 이제까지 그런 쪽으로 별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더니 말입니다.

다양하게 관심을 가져 주니 고맙고 반갑지요.

마침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이 왔기에 그것도 생일 선물이라 밀어붙이려다 추석선물이니 그 때가서 보자며 책장 저 위에 얹어 두었지요.

"해리포터 시리즈"랍니다.

그 책은 저와 예슬이, 우리 집 남자, 그리고 저희 반 37명의 공주들, 영어 공부 중인 동생, 이렇게 두루두루를 위해 마련한 것이지요.

지난주에 저희 반 서른 일곱 명의 공주들에게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몇 권 마련해 주었습니다.

예슬이가 읽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학교에 가져갔더니 재미있어 하기에 이 참에 이런 종류의 책으로라도 책 읽는 재미를 좀 들여 주자는 마음에서요.

원서도 함께 샀는데 여하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의 끝이 늘 그렇듯 조금 허망한 기분을 갖게 하지만요.

"재미"라는 것은 책읽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침니스의 비밀, 커튼, 쥐덫, 오리엔트 특급살인, 비트램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살인.

이렇게 구입을 하여 학급 문고에 보탰더니 도서 담당을 하는 미정이 말로는 인기가 아주 좋다는군요.

그래서 그 다음으로 고른 것이 해리포터 시리즈입니다.

그 책 때문에 신문이고 서점이고 떠들썩할 때 어쩐 일인지 저희 집에서는 그 책에 대해 모두 무관심했었습니다.

예슬이도 서점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이 보는 책 빌려서 보기도 했었지만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사 줄까, 물어도 별로, 라며 고개를 살레살레 젓더군요.

저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고나 할까, 아닙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제가 아직 영화 "쉬리"를, "공동경비구역JSA"을 보지 않았고, "타이타닉"을 보지 않았다고 하면 주변의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합니다.

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저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랄 까요.

지난 번 칼럼에서 그 때 그 때 입맛에 당기는 책을 고른다고 했는데 아마도 영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저처럼 직장 다니고 살림하고 따로이 공부를 하느라 혼자 바쁜 척 하는 사람이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은 온 가족이 함께 갈 때 가끔 이고 대부분 비디오를 빌려보는 남편과 아이는 자신들의 선택으로 그 영화들을 보았습니다만 전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보지를 않았지요.

이 글을 쓰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아도 못 본 것이 아니라 진정 저의 마음이 내키지를 않아 안 본 것이 맞는 이야기입니다.

가끔 제가 마음이 내켜 빌려오는 비디오를 보고 남편이 한 마디씩 할 때가 있습니다.

"아줌씨! 이거 당신 말고 빌리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야."

얼마 전에 빌린 "왕과 나"를 보면서도 남편은 그 말을 하더군요.

"텔레비전에서도 10번은 더 해줬을 거다. 이 걸 또 왜 빌려 오니?"

전 그저 빙긋이 웃고 말지요.

그런데 제가 틀어 두면 옆에 와서 보면서 말이 많습니다 그 남자.

이처럼 개인의 기호라는 것은 참 다양해요 그죠?

참, 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책 한 권 소개할게요.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저자는

물리학자와 영화를 보면 영화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물리학자들 아니 더 나아가 과학자들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이며,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것까지 꼼꼼히 따져봄으로써 영화보기의 새로운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한석규, 야시경을 쓰고 전등을 비추다

<쉬리>에서 유중원(한석규)과 다른 OP 요원들이 이방희가 남한의 주요 인사들을 살해하는 현장을 추적하기 위해 건물에 잠입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유중원과 그 일행은 야시경을 쓰고 어두운 건물을 수색한다. 그러고는 이미 이방희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여기서 강제규 감독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만다. 바로 OP 요원들이 나이트 레이져(Night Laser)를 비추며 돌아다니고, 시체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추는 장면에서다.

만약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야시경을 쓴 상태로 전등의 불빛을 보게 된다면 한석규는 눈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될 것이다.

야시경이란 …….

-본문 중에서 -

물론 전 쉬리를 보지 않았으니 한석규씨가 야시경을 끼고 전등 불빛을 비추었는지도 모르고 저 같은 좀 무식한 과학 선생은 설사 그 장면을 봤다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이처럼 영화 속의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랍니다. 목록 중 몇 가지도 소개할게요.

콘택트 / 조디 포스터는 외계인과 18시간 동안 접촉할 수 없다

뽀빠이 /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가 아니라 올리브가 된다.

은하철도 999 / 장거리 우주 여행, 연료는 무얼 쓰나?

포켓몬스터 / TV 만화를 보다가 발작을 일으킨 일본 아이들

44편의 영화를 과학으로 읽어내고 있는 책이라 소개를 해 봅니다. 물론 어린이 대상의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가버렸네요. ㅎㅎㅎ

추석 선물을 생각하다가 문득 그 유명하다는 "해리포터"를 중학교 2학년 인 저희 반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읽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아침 자습시간에 물었더니 1권만 읽어 본 아이가 2명, 1권은 빼고 2권부터 4권까지 읽어 본 아이가 1명.

37명의 아이들 중 해리포터라는 책을 한 권이라도 접해 본 아이는 3명이더군요.

아이들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토요일부터 긴 추석 연휴, 이 기회에 예슬이와 남편에게도 해리포터를 슬쩍, 책이라고는 거의 없는 시골집에서 긴 연휴에 무료함을 느낄 때쯤 챙겨 간 "해리포터"를 권해 보려고요.

해리포터를 접해 본 아이의 숫자만으로도 저희 반 아이들이 책읽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건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요.

아마도 경제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 전근 와 첫 담임을 했던 3년 전 이야기입니다.

한 아이가 체육 시간에 돈을 잃어 버렸답니다. 아이는 너무 속이 상해 울다가 그만 기절을 해버렸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잃어버린 돈이 "고작 천 구 백원"이라는 사실에 제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 아이의 "한 달 용돈이 삼 천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게는 고작 천 구 백원"인 그 돈이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가 있었지요.

제가 십 구만 원을 잃어버린 것 보다 그 아이는 더 속상하고 안타까웠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저희 학교의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저희 반도 37명 중 무료 급식을 하는 아이가 9명, 정부로부터 학비를 지원 받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15명입니다. 갈수록 그 수는 늘어나고 있지요.

저희 가족이 주말에 "러브 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잘 본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함께 만드는 러브하우스로 바로 갑니다.)

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에 감동을 받지만 늘 마음 한 편으로는 속이 아주 많이 상하곤 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분들이 고치기 전의 집을 둘러보면서 괴성(?)을 질러대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수가 있느냐"는 식의 표정과 혀를 차는 안타까움을 너무나, 너무나 자주 나타냅니다.

지붕에서 비가 새 얼룩이 지고 목욕탕이 없어 천을 가리고 마당 한 귀퉁이에서 바가지 물로 샤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허물어지기 직전의 벽을 보는 진행자의 눈빛에는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과연 여기서 사람이 산다는 게 사실이냐는, 그래서 정말 이런 곳에서 이제까지 살았단 말이냐는 물음을 보게 되는데(물론 저만의 삐뚤어진 시각인지는 모르지만요) 그 때마다 속이 상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기까지 합니다.

제가 이런 일에는 좀 다혈질입니다.

직장에서도 이런 제 기질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때도 많습니다.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

"이 선생만 입다물고 있으면 학교가 조용하다"고 까지 하십니다.

TV에서 도저히 여기서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며 호들갑을 떠는 그런 집들, 그 정도의 집은 저희 반 학생들의 집도 많습니다. 그 보다 더 한 집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생들의 집이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에는 그 보다 더한 집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곳에서 살았고 "러브 하우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앞으로도 그 집에서 살아가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런 곳에서?" 하면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진행자들의 표정과, 손으로 흙벽을 긁어내며 지르는 그들의 감탄 섞인 외침에서 저는 너무나 큰 분노를 느낍니다.

그들이 사람이 살 수 있는(?) 멋진 집으로 고쳐 줄 집이 과연 몇 채나 될까요?

앞으로도 그들이 말하는 그런 집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그들도 알텐데 어찌 그리 쉽게 그런 말들을 내 뱉는지 말입니다.

그곳에 집을 고쳐 달라고 사연을 보내는 분들은 그나마 자신들의 집이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자기 집이니 고쳐달라는 편지라도 보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집조차 가지지 못하고 그런 집에, 단칸방에 몇 식구가 세 들어 사는 가족들도 많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이럴 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저의 이 짧은 언어에 통탄할 따름입니다.

제가 너무 흥분을 한 듯합니다. 너그러이 이해를…….

좀 가라앉히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비단 이런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지만 여하튼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려 참 무던히도 애를 쓰건만(저 혼자 생각인지도 모릅니다만) 아이들은…….

"재미"라는 부분에서 생각한다면 "해리포터"가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추석 연휴가 지나고 곧바로 중간 고사가 있을 예정이니 시험 끝나고 아이들에게 읽어 보라 권할 생각입니다.

원서도 함께 구입을 했습니다. 번역본까지 모두 14권이 되더군요.

제 동생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전 사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에 그리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된 책을 읽는 즐거움이 그 책으로 절 끌어가는군요.

저는 요술 공주가 나오는 만화나 그런 종류의 것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요술 봉을 휘두르는 종류의 만화를 보고 싶어 할 때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노력이 없다는 것이지요.

어떤 일을 해결함에 있어 마법의 힘을 빌려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

요술 봉만 휘두르면 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넓혀준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에서 발을 떼고 환상만 쫓게 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종류의 만화의 공통점이 자신의 그런 능력을 감추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그것도 전 마음에 걸리거든요.

제가 좀 과민한 사람이죠?

저녁에 서점에 들렀을 때에 예슬이가 "명탐정 코난"을 들고는 저를 쳐다보더군요.

아시겠지만 그 만화 속의 코난도 셜록 홈즈와는 다른 인물이지요.

아이는 제 얼굴을 한 참 보더니 슬그머니 책을 내려놓더군요.

아마도 예슬이가 "해리포터"에 큰 흥미를 갖지 않는 것도 이런 제 영향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아이 둘을 옆구리에 끼고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1-9

를 읽어 줄 때는 저희 세 사람 모두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기도 한답니다.

이야기가 또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제가 "해리포터"의 이야기와 걸작(?)영화들을 보지 않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개인의 취향과 기호라는 것은 정말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예슬이는 어쩌면 해리포터를 안 볼지도 모릅니다. 제가 아직 "타이타닉"을 안 본 것처럼 말입니다.

영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재미"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고 개인의 기호도 마찬가지이고요.

예슬이가 방학 때부터 영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Oxford Storyland Readers 시리즈입니다.

이 책은 12단계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 단계별로 4권의 책과 2개의 테이프가 있습니다.

지금 예슬이가 하고 있는 것은 7단계 입니다.

책의 안쪽을 조금 소개할게요.

1단계 중 한 권의 첫 쪽입니다.

2단계 중 Daddy's Present를 조금 들어보세요.

1단계 테이프를 찾을 수가 없어서요. 어느 구석에 있는지 원…….

7단계의 한 권 중 첫 쪽이구요.

예슬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예슬이가 긴장도 좀 되었고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할까 라고 묻기에 그냥 됐다고 했어요.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아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발음은 처음부터 제대로 잘 해야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지만 아가들이 우리 말을 배울 때에 발음이 처음부터 정확하지는 않찮아요.

서서히 좋아진다는 걸 전 믿습니다.

그건 제가 산 증인이니까요.

예슬이는 금요일쯤에 다른 것을 녹음해 올리겠다고 하네요.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할 모양입니다. 우리 예슬이에게 많이 격려해 주세요.

이 책은 읽기 교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와 예슬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일반(?) 기준으로 좀 늦게 영어를 시작한 예슬이가 듣기와 읽기를 함께 하기에 위해 입니다.

1권부터 책을 보면서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테이프 없이 책을 보면서 이 녹음기에다 자신이 읽은 것을 녹음을 하여 들어봅니다.

파닉스를 따로 하지 않고 그저 테이프를 들으면서 통째로 단어를 익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소리로 듣고 단어를 익힌 다음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을 해서 들어 본 후에 계속 교정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의미 파악은 제쳐두고 소리만을 계속 따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소리와 테이프의 소리를 비교하기 위해서도 듣기에 집중을 하게 되구요.

4쪽마다의 간단한 퍼즐을 통하여 어휘력과 독해력을 알아보는 것이 있는데 처음에는 하지 않고 3단계까지 모두 듣고 읽을 수 있게 연습을 한 다음에 4단계 시작하면서 다시 1단계의 퍼즐을 풀어 보도록 했어요.

<

이 단계 결정은 그저 제 임의로 한 것인데 아이가 어려운 것을 하고 난 뒤 쉬운 것을 다시 할 때 느끼게 되는 기분, 아니 이렇게 쉬울 수가?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좀 더 동기 부여를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요.

예슬이도 3단계를 하고 난 뒤 1단계를 보더니 아주 코웃음을 치더군요. 쉽다고 말입니다.

고거, 괜찮은 기분이라는 거 경험 있으시죠?

그리고 1단계 4권을 다 하고 2단계로 넘어 가고 난 다음에는 1단계의 책을 보지 않고 테이프만 듣게 해 보았더니 아이가 자신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영어 문장에 놀라워하더군요.

한 참 후에 듣게 하는 건 외운 문장을 떠올려서 들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외운 것을 떠올리는 것인지 말입니다.

다른 일반 영어 책의 테이프를 틀어 주면 들리는 게 많아졌다니 효과가 있기는 한 가 봐요.

책의 뒷부분에는 Question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듣기로서 전체 내용 파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것도 듣고 읽기에 익숙해진 다음에 퍼즐을 풀고 난 다음에 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영어에 대한 즐거움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예슬이의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학 전 날

"학교에 가면 영어 시간이 새롭겠네?" 했더니

"영어 선생님 얼굴조차도 새로울 것 같아요."하면서 자신도 즐거워하더군요.

간혹 영어 수업이 빠지게 되면 속상해 하고 선생님 중에서 영어 선생님이 제일 좋다는 아이.

비디오도 즐겨 보지요.

이런!!!! 집이 너무 썰렁하지요?

제가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될 수 있는 대로 벽에다 못을 박지 않고 살아보리라 마음을 먹은 탓에 벽에는 그림 한 점, 사진 한 점 없이 집이 휑뎅그레 합니다.

핑계를 좀 대자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집이기를, 어디를 보아도 가족의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제 작은 바램에서 그 좋아하는 그림들도 창고에다 보관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 때 인테리어에 목숨까지는 안 걸어도 참 많은 신경을 쓴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훤한 공간에서 내 가족들의 모습이 그림도 되고 사진도 되게 한 번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또 이야기가 옆으로…….

우리 말 자막 부분을 가리고 있는 것은 제가 만든 것인데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뒤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 투명 유리인 탓에 베란다가 훤히 보이더군요.

다른 집도 그러나요? 뒤 베란다는 왜 그리 잡다한 것을 많이 쌓아 두게 되는지요.

그래서 반투명 시트지로 발랐는데 그러고 남은 조각을 7겹으로 겹쳤더니 아래 화면은 거의 보이고 글자만 퍼지면서 보이지 않아 우리말이든 영어 든 자막을 가리는데 딱 안성맞춤이더군요.

저 혼자 볼 때는 전 자막을 가리지 않고 봅니다.

번역하시는 분들이 어떤 대사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을 해 놓았는지를 알아보는 건 제 공부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물론 다 알아 듣지는 못합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제 동생이 영어 자막도 자꾸만 그쪽으로 눈이 가 듣기가 잘 안 된다고 하기에 동생과 볼 때는 꼭 사용을 하고 있지요.

"천국의 아이들"을 볼 때에 그 영화가 이란 영화라는 걸 깜빡하고는 자막 가려줄까? 하면서 자막 가리개를 갖고 나오다가 제가 놀랐지 뭡니까?

이란 말을 제가 어떻게 알아듣는다고 말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지금 동생이 "왕과 나"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예슬이는 벌써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자정이 넘었는데 동생은 염치(?)도 없이 언니 집에서 느긋하게 젖히고 앉아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저희 친정에는 비디오가 없거든요.

제가 다른 교과목의 시간을 빌려서 까지 저희 반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 주는 이유 중에는 집에 비디오가 없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 입니다.

쉽게 "요즈음 비디오 없는 집이 어디 있어?"

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가끔 만나지만 전 저희 친정 집처럼 비디오가 없는 집이 참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에게 3시간에 걸쳐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보여 준 것은, (그것 때문에 저희 반 진도 엄청 늦습니다. )

"이런 영화가 있어요. 여러분들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만 하고 넘어 갈 수 없었기에, 그걸 볼 수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지난 번 학부모회 때 저희 반 한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교무실의 컴퓨터를 보고

"컴퓨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처음이에요. 한 번 슬쩍 만져 봐도 괜찮겠지요?"

저와 거의 비슷한 연배이신 그 어머니의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고 합디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딱 한 번 만이에요. 두 번 만지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