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개미 한 마리 - 허형만(영화 26년을 보고)

착한재벌샘정 2012. 12. 8. 22:11

개미 한 마리 -허형만

개미 한 마리 또박또박 간다
(기어가는 건지 걸어가는 건지)

영하 수십 도의 안데스 설원
한 마리 개미 또박또박 간다
(눈 속에 묻혔다가 다시 헤쳐나왔다가)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설원을 벗어난 개미 한 마리
또박또박 간다
(삶이 아름다운 건지 희망이 목숨인 건지)///

오늘 영화26년을 보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제작두레를 통해 제작비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어났어요.

그 이름들을 꼭 봐주어야한다는 고맙고 뭉클한 마음에.^^
화면 가득 적힌 이름들이 올라갈 때 문득 그 이름들이 개미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난 시입니다.
유명해진 말, 젊은 사람들 내게 감정이 좋지 않나보네 당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 대목에서 역사의 무서움에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일더군요.

부모의 삶이, 누나의 삶이 자식과 동생에게로 저렇게 가슴 아프게 전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역사구나 싶어서요.

완벽하지않지만 마음에 남는 대사들입니다.
-해서 죽을 수 있지만 안하고는 살수없다는 것도 아시잖아요.
-지금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지 몰라
-그런 생각해본 적 없는 내 인생이 쪽팔린다.
진배때문에 감옥에 간 조직두목이 말한 세 번째 대사가 가슴에 와 박히더군요.

니가 선택한 방법이 옳은지 최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그런 일을 해보겠단 생각없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산 자신의 삶이 너무 쪽팔린다고..
내 삶은 어떠한가?
내게 역사란 무엇이며 어른으로서 다음세대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나라를 만들어주려 애쓰고 있는가?
아니, 나 자신을 위해 어떤 나라이기를 바라는가? 바라기만하고 남탓하며 무기력한 방관자는 아니었던가?

철학과 행동과 참여만이, 개미가 설원을 벗어난 개미가 될수 있을지언데..

시인의 마지막 말, <희망이 목숨인 건지>에 눈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스스로에게 질문이 너무도 많아지는 저녁입니다.

26년, 꼭 보셔요. 가족 모두가 함께^^삶이 아름답기 위한 선택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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