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착한재벌샘정 2012. 12. 6. 08:32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대구에도 밤새 눈이 와 남편도 아이도 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 유난히 이른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저의 아침은 여유가 생겨 10시부터 있는 강의 마지막 점검을 위해 컴을 켜면서 열어 본 메일함.

참으로 길고 긴 메일이 와 있더군요.^^만원의 삥을 기억하시죠?(무슨 일? 하시는 분들도 게시겠지만...^^)

많은 분들의 정성으로 한 아이의 삶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또한 그 일로 제가 욕을 배터지게 먹기도 했었지요.ㅎㅎ

그때 저를 참으로 아프게 비난했었던 지인이 눈오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길고 긴 글을 보내셨어요.
그 일을 겪으면서 그래도 감사했던 것이 침묵만이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모든 사람의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시간이 약이고 끝끝내 진실이 전해지지 못한다해도 어쩔수 없다는...

담담함과 침묵이 그 시간들을 견디고 버텨낼 수 있게해준 힘이었지요.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그건 제 생각이지 그걸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오롯이 각자의 몫이니까요.
그분은 어제 새 책에 실린 만원의 삥 이야기를 읽고..그때 그렇게까지 비난했던 거 많이 후회하고 마음 아프고 미안하다고...왜 그때 한마디 말도 없이 그 비난을 고스란히 받고만 있었냐고..그때는 실망이었는데 지금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ㅎㅎ살아보니 알아지는 게 많잖아요. 내 맘같지 않다는 거...그러니 그저 묵묵히 있을수 밖에요. 그건 제 몫이 아니니.
제가 선생이 되면서 감사히 바뀐 것중 하나가 오지랖이 넓어졌다는 거예요.ㅎㅎ

그건 저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마음이 조금 넓어졌다는 의미기도 하니 감사한 일이고 그로 인해 감수해야하는 게 있다면 받아들여야겠지요.^^전 남 일에 관심도, 관여도 하지않으며 저만 아는 편협하고 이기적이었던 시절보단 욕을 배터지게 먹을지언정 오지랖이 한바가지인 지금이 좋고 고맙답니다.^^앞으로도 저의 엄청난 오지랖은 주욱~~~ㅎㅎ눈길 조심하며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