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가을밤의 음악회에 같이 가보자

착한재벌샘정 2006. 9. 29. 15:31
 사랑하는 공주들



어제 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의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하구나. 경기가 끝나는 밤 10시까지 있었던 공주들도 많다고 하고 생각보다 육상 경기가 너무 재미있었다는 공주들도 많더구나. 가수들의 공연도 좋았다지? 어떤 공주는 경호원의 멋진 모습에 빠져 있기도 하던데....

문화라는 것은 그렇게 직접 경험을 해보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해. 우리가 이런 기회 아니면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겠니? 이런 기회가 쉽지 않은 거 사실이잖아. 그리고 서울과는 달리 가수들의 공연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공짜로 말이야.

 

사람들의 취향이 같지 않으니 이것이 좋다 저것이 더 좋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기회를 가지지 못해 접해보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해, 그래서 알지 못해 느끼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것도 너무도 많으니까 말이야. 선생님은 아직까지 팝송에 대해서는 그렇게 즐기지 못하고 있어. 학창시절 영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팝송까지 싫어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팝송을 듣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한국 사람이 가요가 최고지, 뭐 이런 주장을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 시절 고흐의 그림들과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몰입했었던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었어. 그 당시만 해도 정말 드물게 열리는 전시회를 쫒아 다니느라 혼자 숨 가쁘게 돌아다니던 기억은 지금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단다. 그래서 내게 고흐를 소개해주었던 미술 선생님이 지금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어려운 가정 형편, 불확실한 미래로 힘든 시절을 견디고 있던 내게 참으로 다른 세상을 보게 만들어 주었다고나 할까. 미술 시간에 그린 나의 암울한 그림을 통해 나의 고민을 알아채고 내게 마음을 열수 있도록 그림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셨거든. 그림을 하겠다는 꿈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시절의 경험들은 지금까지도 선생님에게는 참으로 좋은 인생의 밑거름이 되어 주고 있단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 선생님이 절대 음치라는 건 아미 잘 알고 있지? 그런 선생님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책을 통해서였어. 책을 쓴 사람은 어머니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단다. 그래서 어머니의 생신에 나는 그 책에 나오는 음악이 들어 있는 테이프를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는데.... 그 선물을 보신 어머니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말이 적힌 테이프를 심드렁하게 보시면서 이러셨단다. 이런 거 살 돈 있으면 엄마가 좋아하는 군만두나 한 통 사오지, 하고 말이야. 그 때 어머니가 참 많이 야속하고 미웠었단다. 그런데 어머니는 클래식을 들어 볼 기회가 없어서, 그래서 알지 못했던 것뿐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고는 그 때의 원망했던 마음이 그렇게 죄스러울 수가 없었단다. 선생님도 클래식 음악을 잘은 몰라. 차라리 휘성이나 SG워너비의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또한 즐겨 듣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그 때 그 책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클래식 음악으로 인해 선생님의 삶이 조금 더 풍부해졌다고는 말 할 수 있어. 선생님 작은 아이가 바이올린 연주가의 꿈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 보니 매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습 하는 것을 들어야 하는데 아마 미리 접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옆에서 들어 주는 것조차 고역이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단다. 또 그런 딸을 가짐으로 인해 예전에 비해 클래식 음악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대학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이 가요를 즐기는 나를 클래식을 즐기는 자신보다 수준이 낮은 것으로 여기는 것을 보면서 분통을 터트린 적도 있지만 여전히 선생님은 모차르트보다는 M to M의 노래가 좋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질까 싶지?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9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 우리 공주들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니? 선생님과 함께 음악회에 가자는 말을 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단다. 내일 오후 7시 시민회관에서 금난새 선생님의 지휘로 음악회가 있어. 옆 학교 예고에서 며칠 째 연습하고 있는 소리 들었지? 바로 그 음악회를 준비하는 소리야.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겹다며 고개를 저을 공주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 그 맘 선생님도 경험자니까. 그리고 이 좋은 토요일에 학교에서만 만나도 지겨운 담임과 무슨 음악회란 말이야, 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공주들도 있을 거라는 것도 알아. 그러면서도 이렇게 같이 가자 부탁을 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경험해 보지 못해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잖아. 물론 지금까지 많이 가봤던 공주들도 있고 몇 번 가 봤지만 나와는 별로 맞지 않는다는 공주들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이렇게 반 친구들과 함께 같이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은데, 어때? 만약 시간이 된다면 부모님이나 언니 동생들과 같이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남자 친구와 음악회도 멋지지 않니? 이 기회에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자랑도 좀 하고. 그리고 공짜니까 더 좋잖아. 선생님 공짜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긴 이러다 혹시 대머리? 얼만 전 인터넷에 그런 기사가 떴더구나. 우리나라 음악회 표 값이 너무 비씨다는. 40만원정도 하는 것도 있다잖니? 금난새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도 너무나 잘 아는 분이니 그분이 지휘하는 다른 공연을 보려면 꽤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건 말 할 필요도 없잖아. 그런데 공짜라니 얼마나 좋은 기회야. 음악회의 경험, 같이 해보기로 하자.


2006년 9월 29일 선생님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