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이렇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학생들은 자랑해야겠죠?

착한재벌샘정 2006. 6. 1. 14:55

교내 댄스 대회 준비 중이라는 글 기억하시죠?

대회 준비 동안 저희 반 공주들이 고생이 아주 많았답니다. 믹스한 음악 중 뒤의 음악이 같다는 이유로 3학년 선배들과 엄청난 갈등이 있었고 많은 갈등 끝에 저희 반이 음악을 바꾸라고 했다는 거.

음악을 바꾼 것이 목요일 오후였고 대회는 그 다음 주 화요일이었습니다. 음악 다시 다운받아 CD작업하고 밤새다 시 피해 안부 새로 짜고. 앞에서 준비한 아이들의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그렇게 새로 준비 된 것을 짧은 시간에 자신의 것으로 소화를 해야 했던 저희 반 공주들 모두 정말 너무나 수고가 많았답니다. 토요일 2학년 전체 리허설이라니 새 동작을 연습할 시간은 금요일 딱 하루 뿐이었거든요. 그러니 솔직히 음악을 바꾸는 엄청난 양보를 하자고 설득했던 저였지만 걱정이 태산이었지요. 날씨는 또 왜 그렇게 더운지요. 체육과에서 짜준 연습 시간만으로는 도저히 부족하여 교감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다른 교과 시간을 빌리기 까지 했습니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음악이 같은 반이 비단 그 두 반뿐인 것도 아닌데 3학년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며 그냥 원래 연습하던 것으로 하라고 하셨지만 이미 3학년들에게 음악을 바꾸겠다 이야기를 했고 준비도 했으니 저희 계획대로 하겠다 말씀을 드리고 시간 빌리는 것만 허락을 해 달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다른 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과학실 실험 테이블을 옆으로 몰아 두고 그곳에서 연습을 했답니다. 음악 소리 흘러나올까 조심조심, 아이들 의논하는 목소리 커질까 조심조심. 더운 날 과학실 창문 하나 열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해야 했어요. 물론 하루 종일 모든 시간을 다 빌리는 건 말도 안 되죠. 수업을 해야 하는 시간 반, 빌린 시간 반인지라 수업하다 연습하고 연습하다 수업하고. 하지만 저희 공주들은 정말 잘 해 주었답니다. 6교시 마치고 종례를 하러 갔더니 아이들 하는 말.

“쌤~~~~, 저희들 다 했어요.”

몇 시간의 연습으로 새로운 동작을 모두 해치워(?)버렸다고 큰소리로 외치는 아이들. 아마 아이들은 오기로 그 시간을 버텨냈을 겁니다. 2학년이라 선배들에게 양보해야 했다는 서러움이... 무서운 담임의 양보하라는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했지만 아이들 마음속에 ‘어디 두고 보자’는 마음이 아마도 넘치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양보하기를 바랐던 것은 이 댄스 경연대회가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회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도 축제여야 한다는. 어쩌면 저희반 이 끝까지 음악을 바꾸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준비하는 내내 3학년과 저희 반 아이들, 70명에 가까운 아이들은 서로를 원망하는 마음과 오고가면서 마주칠 때마다 불편하고 험악한(?) 눈길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많은 선생님들과 다른 반 아이들도 결코 마음이 가볍지 않았을 것이고요. 하지만 저희 반 서른 네 명의 공주들이 많이 속상하지만 양보함으로 해서 양보 받은 3학년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댄스 대회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주변 모든 사람들도 이 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해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사실 생각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3학년들은 동생들의 어려운 양보에도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하는 마음 대신 ‘애초에 음악이 같은 일은 만들지 말았어야지’하는 말과 행동으로 여전히 저희 반 아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고 그런 선배들로 인해 저희반 아이들은 ‘어렵게 양보까지 했는데 도대체 왜 카는데?’라며 저에게 불평을 해댔습니다. 물론 그 반 아이들 전부가 그런 마음도 아니었을 테고 그리고 그런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나타낸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상해있는 저의 반 아이들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답니다. 급기야 같은 3학년 몇 명이 저에게 와서 이러는 겁니다.

“몇 명 아이들의 행동은 정말 같은 3학년으로서 부끄러워요. 2학년 5반 아이들이 정말 너무 안됐어요. 아까도 연습하는데 진짜 유치하다면서 핀잔주고.... 선생님 반 아이들은 대꾸도 못하고. 성질 같으면 정말 한 마디 하고 싶을 것도 같은데... 아마 선생님이 무서워 입도 뻥긋 못하고 참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이 3학년들한테 한 마디해주세요.“ 

“그러게 말이다. 선생님도 많이 속상해. 고마워해 할 줄 알았는데.... 정말 이러면 안 되지. 동생들에게 양보 받고도 이러면 정말 안 되지. 그래도 조금은 기다려 보자. 다 그런 것도 아니고 몇 명일 텐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들도..... 에휴~~~ 어렵다 정말.”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대회 전날 월요일이 되어 저희 반은 몹시도 더운 강당에서 한복을 입고 마지막 연습을 했습니다. 요즘 한복을 잘 입지 않아 한복을 구하는데 모두들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173㎝의 가영이는 너무 짧은 한복 때문에 친구들은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아야했고 제일 앞에서는 가인이는 너무 어두운 색깔의 한복이라 행사 진행을 맡은 3학년들로부터 다른 것으로 바꾸면 안되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이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차에 싣고 다니던 저의 한복으로 간단히(?) 해결을 했습니다. 제가 한복을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제 한복이 쫌(?) 이쁜데다가 가영이만큼은 아니지만 키도 큰지라.... 제 한복 중 더 고운 것은 맨 앞에 서는 가인이를 입히고 키가 큰 가영이에게 다른 것을 입힌 뒤 가영이의 한복은 어두운 색의 한복을 입은 다른 아이에게 갈아 입혔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서로 자신의 것도 어둡다며 뛰어왔지만 진행하는 아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그 날 종례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일 부채춤을 출 때 우리 반 전체가 예뻐야 할까 아니면 나 혼자 예뻐도 될까?”

“우리 반요.”

“그렇죠? 아까 여러분들 연습을 지켜 본 언니들이 이런 충고를 해줬어요. 한복이 전부 달라서 도리어 산만해보이고 안 예쁠 수 있어요. 대충이라도 색이 비슷한 한복으로 좀 바꿔 입었으면 좋겠다고. 실장도 그 의견에 공감을 해 그러자고 했더니 싫다고 한 공주가 있다면서요. 내께 훨씬 이쁜데 내가 왜? 하면서요. 물론 내 한복을 내가 입는 게 당연하잖아, 그리고 내꺼보다 이쁘면 또 몰라. 내께 더 이쁜데 내가 왜 바꿔 입어야 해? 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 몰라요. 아마 선생님도 그랬을지 몰라요. 하지만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내>가 아닌 <우리>가 정말 멋질 수 있도록. 누구누구 서로 바꿔 입어라, 이렇게 선생님은 말 할 수 없어요. 그건 여러분들이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야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선생님은 여러분들을 믿어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그리고 선생님이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제가 그날 저희 반 공주들에게 전해 준 편지입니다.


  사랑하는 공주들에게


많이 지치지? 날씨까지 후덥지근하여 우리 공주들 너무 많이 힘들 거야.

하지만 힘들었지만 열심이었던 연습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 같지 않니?

드디어 내일이면 우리 공주들이 그 동안 참으로 열심히 연습한 결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내 보이게 되는구나.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몸살 난 공주는 없는지 모르겠구나. 어쩌면 지금은 내일 대회 때문에 아픈 줄도 모르고 있지만 대회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나타날 지도 몰라. 선생님이 미리 호~~~오오, 해줄게. 지난 번 편지 기억하지? 아픈 공주들은 선생님에게 ‘공주들의 건강’이라는 선물을 주기 싫어하는 줄 알겠다고? 호호호 아프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 해주기를 부탁해.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한 공주들을 위해 어떤 응원을 해 줄 수 있을까 곰곰 생각을 해봤어. 선생님도 우리 공주들처럼 한복 입고 체육관에 갈까 하는 생각해 봤어. 더운데 속치마까지 입고 고생할 우리 공주들과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선생님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 한복 입고 버선을 신으면 미끄러운 체육관 바닥 때문에 넘어질 지도 모른다고 양말을 신기로 했다는 실장의 말에 선생님이 우리 공주들에게 하얀 양말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댄스 대회 때도 신고 이제 하복을 입으면 스타킹 벗고 흰 양말 신어야 하니까 우리 공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  같아서 말이야.

행사가 많은 5월이어서 선생님 용돈이 그리 여유가 없어서 말이지....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토요일에는 대신동 시장을 헤매고 다녔단다. 같은 가격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예쁜 거 사고 싶다는 마음에서 리어커마다 모두 다녀보았지. 그래서 고른 건데 우리 공주들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 

이 양말 신고 우리 공주들이 이제까지 연습한 그 모든 것을 100% 쏟아내는 멋진 무대를 만들어 줘.

사랑한다는 거 알지? 우리 공주들 파이팅!!!!


우리 공주들에게 큰 힘을 전해주고 싶은 선생님이

 


그리고 드디어 대회 날.

저희 공주들의 멋진 모습들입니다. 공주들이 춤을 추는 동안 저는 캠코더로 촬영을 하느라 옆의 동료에게 부탁해 받은 사진들입니다.  고마워요, 김남현 쌤~~~!

 

 

 

 

 

그리고 이 사진은 문숙희 선생님 싸이월드 홈피에서 가져온 거랍니다. 허락도 안 받고 가져왔는데 '선생님~~~~~ 괜찮죠?'

 

정말 뜨거운 박수를 받은 무대였답니다.

저희가 어떤 상을 받았는지 궁금하시죠? 원래 대회를 시작하면서 준비한 상은 대상과 각 학년 우수상, 이렇게 네 개의 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반 때문에 문제가 생겨 행사를 주관했던 학생과와 체육과, 그리고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곤경에 처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답니다. 대상에 맞먹는 상이 없으니.... 대상을 주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대상 안 주셔서 섭섭했어요. 푸하하

3학년에게 대상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를 한답니다. 2학년들에게는 내년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까요. 물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해야하지만 댄스 대회가 올해 첫 행사여서 3학년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행사거든요. 그리고 냉철하게 점수를 따진다면 솔직히 3학년 반 보다 저희반이 <1점(?)> 부족했다는 심사위원의 뒷 설명이 있었습니다. 저희 반을 어찌할거냐는 문제를 두고 고민이 안 될 수가 없겠지요. 3학년들과 음악 때문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막상 대회를 시작해보니 음악이 겹치는 반이 생각보다 많아서 저희 반이 음악을 바꾸는 양보를 했다는 것이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예상 밖의 큰 칭찬거리로 급부상을 하는 일까지...

그래서 긴급하게 만들어 진 <특별상>이 저희 반에 주어졌습니다. 모두들 갑자기 생긴 특별상에 의아해하면서도 그런 상을 만들어 주신 여러 선생님들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저희 반 공주들의 기쁨이야 뭐라 말로 할 수 없었지요.

그리고 더 기뻤던 것은 이런 문자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3학년 언니들이 저희들 고맙대요.>

<어떤 언니는 자기들 춤 출 때 저희반 이 박수 제일 많이 쳐준 거 다 봤다고...>

<언니들이 미안하대요.>

<언니들이 저희들 잘했다고 말해줬어요.>

이렇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학생들은 자랑해야겠죠? 저 오늘은 진짜 팔불출 소리 안 듣겠죠?

 

너무 고마운 공주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 그 다음 날 종례 시간에 공개가 되었습니다. 교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는 자신들의 모습. 열심히 연습은 했지만 정작 춤을 추는 공주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잘 추고 얼마나 열심히 추는 지 볼 수가 없잖아요. 처음으로 보는 자신들의 춤추는 모습에 공주들은 자기도 모르게 박수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우와~~~ 진짜 잘한다.”

“우와~~~~ 저게 이렇게 보니까 더 진짜 멋지다.”

“어머, 저기 뒤에... 자리 모자라서 앉지도 못하고... 너무 웃긴다.”

“저거 내 맞나?”

“저기서 틀렸는데 금방 지나가니까 모르겠당 호호호”

아이들은 저마다 화면속의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깔깔깔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저의 잔소리. 제가 이런 담임입니다. 종례 간단히, 좋은 이야기로만 끝내면 좀 좋겠어요? 제가 종례 길게 하기로 유명하거든요. 

“우리 반 춤 끝나고 나오는 화면 잘 봐요. 2학년 10반과 우리 반 질서와 응원하는 모습 비교해보면 선생님이 왜 이러는 지 이해할 거예요.”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30반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처음의 대열 그대로 손에 든 노란 수술을 열심히 흔들며 응원하는 10반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그날 자신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랐습니다. 우리 반 공연이 끝난 뒤 덥다고 중간 중간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나가는 아이, 친구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이, 흐트러진 줄. 그런 화면을 보면서 아이들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조금은 깨달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장 다혜는 특히 10반 실장의 모습을 잘 봐둬. 넌 아이들이 응원 안한다고 선생님이 내려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좀 해 달라 문자를 보냈지만 지금 화면 속의 너와 10반 실장과의 모습을 한 번 봐. 많이 다르지? 10반 실장은 3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았어. 저렇게 서서 반 아이들을 리드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을 했거든. 반 아이들이 너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힘들어하고 불평하기 전에 네가 얼마만큼 하고 있는 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 이 기회에 잘 배워 두기 바래.”

이렇게 댄스 경연대회는 막을 내리고 저희 모두의 가슴속에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겪은 일들로 인해 양보가 결코 지는 것이 아니고,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도요. 먼 훗날 아이들이 댄스 대회 날을 떠올리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이번에 겪는 일들로 인해 그 때 아이들(이미 어른이 되어 있겠죠?ㅎㅎ)의 가슴이 조금 더 따뜻하고 훈훈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종례로 준비한 것이라 6교시 한 시간 수업 비는 동안 과학실에서 혼자 무지 바빴답니다. 이쁜 공주들 만나러 저는 교실로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