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여름 장마 때 같이 내리는 하루였습니다. 오늘 퇴근해서 집에 오니 예슬이가 왜 칼럼에 글을 올리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너무 바빠서 그렇다니까 자기가 대신 '저희 어머니가 너무 바빠 글을 올릴 수 없답니다'라고 쓸까를 묻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다들 잘 지내셨죠? 오늘은 퇴근 후에 아이들과 함께 '한국청년연합회(KYC)대구지부'의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대구KYC는 제가 <작은 친절>에서 '조금 낯선 봉사활동'으로 좋은 친구 만들기 '멘터'라는 것을 소개하면서 인연을 가지게 된 곳입니다. 이 멘터 프로그램은 대학생과 일반인들의 자원봉사자들과 범죄를 저지른 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라는 기간동안 보호관찰 중에 있는 청소년들로 구분된다. 멘터와 멘티들은 1:1 결연을 맺고 6개월 이상 지속적이고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자원 봉사자들은 삶의 보람을 찾고 청소년들은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새로운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책에 소개를 하면서 저도 꼭 한 번 멘터로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번에 대구 KYC에서 멘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작은 친절>에 '봉사활동에도 교육은 필수'라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멘터가 되기 위해서도 교육을 만만찮게(?) 받았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대구 보호관찰소에서 멘티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저와 친구가 될 아이는 그 자리에 나오지를 않았어요. 시작부터 참 기운이 빠지더군요. 혹시 저와 만나는 것을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전화 연락이 되어 수요일 퇴근 후에 시내 교보문고에서 만났습니다. 열 아홉의 잘생긴 청년이 제 친구더군요. 아마 그 친구는 다른 아이들처럼 대학생 누나나 형이 아니라 많이 실망했을 겁니다. 좋은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인데 저는 사실 너무 늙은 친구잖아요. 이번에 함께 활동을 시작한 멘터중에는 제가 담임을 했었던 제자를 비롯해 제게 배웠다는 사람이 셋이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아부가 어찌나 심한지 제가 스물 여섯 정도로 보인다네요. 세상에나. 저 그 날 좋아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답니다.^_^ 집에도 딸, 학교에도 딸, 제가 딸 부자 아닙니까. 드디어 아들이 생겼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어떻게 되느냐고 묻길래 우리 아들이라고 했지요. 대학교 3학년에 결혼을 한 제 친구에게 꼭 그 나이의 아들이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이제 첫발을 내딛고 있는 중이지만, 그리고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지만 저는 좋은 친구 만들기의 멘터 활동을 내년에도 후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계속하고 싶습니다. 우리 그런 말 종종하잖아요. 아이를 키우다보니 부모가 자란다는 말. 학교에서도 가끔 저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갑자기 제 자신이 훌쩍 커 있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날 제 친구에게도 그랬습니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되자고. 그 친구는 언젠가는 저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좋은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서로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제가 1년 동안 직접 활동을 해 본 후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정확하게 잘 전달을 해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년에는 멘터 활동을 시작하려는 후배 멘터들에게 제 경험담을 전해주는 봉사활동에 필요한 교육 강사로도 일해 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봅니다. 모든 봉사활동이 그렇지만 특히 이 멘터 활동은 저와 제 친구가 함께 성장해간다는 점에서 너무나 큰 매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그랬지요. "나는 딸이 아주 많아. 그리고 그 딸들 덕분에 호강하며 살 것 같아. 나중에 미용사가 되어 파마와 염색은 자기에게 맡기라는 딸도 있고, 네일아티시트가 되어 손톱을 무지개색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딸도 있고, 심지어는 내가 늙고 병들면 똥오줌 받아내 주러 오겠다는 딸도 있는데 오늘 아들이 생겼으니 나중에 이 아들 덕도 좀 봐야겠지? 너 나를 어떻게 호강시켜줄건가 생각 좀 해봐." 처음 만남이었지만 3시간 정도를 함께 하면서 우린 어느새 꽤 괜찮은 친구가 된 것 같았어요. 그 친구가 알았다고, 호강시켜주겠다고 분명히 약속을 했거든요. 그 웃는 모습이 참 멋지더군요. 오늘 총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 가장 큰 이유는 예슬이 때문입니다. 남편이 집에 있었더라도 예슬이는 데리고 갔을 거예요. KYC의 활동 중 공부방운영이라는 것이 있는데 예슬이에게 고등학교 2학년 정도가 되면 그곳에서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물었더니 대답은 않고 그저 씨익 웃더군요. "세상에 제일 좋은 공부는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보는 거야. 내 공부하기도 바쁜데 하는 생각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다 보면 결국 네 실력도 쑥쑥 높아질걸. 예슬이도 오늘 모임에 참가를 해보고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잡아가야 할 청소년기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 중에 하나가 되도록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봉사활동 또한 그런 취지에서 잘 활용이 될 수 있도록 학교와 부모님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래 글은 일요일 모든 멘티와 멘터들이 함께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 그 전체 프로그램을 앞두고 대구 KYC에서 보내 온 글입니다. “나도 그랬어”하고 말을 걸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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