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는 희망만 가질래요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괜히 이야기를 했나, 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태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정빈이 소식이 궁금하실 것 같아 잠깐 소식 전합니다.
우선 결론을 이야기하면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에요.

정빈이는 심장정밀 검사 결과 폐동맥의 협착이 많이 심했어요. 검사를 하는 도중 교정시술도 함께 했는데, 무려 10번이 넘는 시도를 해 보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실패"였습니다.

마취 부작용이 심한 아이라 잠드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전날부터 금식을 했는데도 엄청난 구토와 기침으로 검사하는 내내 아이도 힘들고 검사하시는 선생님들도 힘들었다고 하네요.

마취를 이기려고 잠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마취시간도 길어졌고 교정시술도 함께 하는 통에 사타구니에서 심장까지 혈관을 따라 넣은 관도 굵은 것이어서 출혈도 많았어요. 겨우 지혈을 하고 병실로 와 침대에 옮기는 순간 다시 출혈이 있어서 잠시 병실은 긴장과 함께 긴박감으로 술렁.

1시간 정도 지나자 다행이 지혈이 되어 안심을 했어요. 하지만 그 일로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어야 했고 근 23시간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먹지 못했답니다.
평소 안 먹기로 유명한 아이가 이럴 때는 왜 그리 배가 고프다고 울어대는지.

하지만 입원한 날부터 혈액검사, 소변 검사, 항생제 반응, 심전도, 심에코, 핵의학 검사, x-선 촬영 등등 이어지는 검사에도 울지 않고 잘 참았고,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링거액도 잘 꽂고 있는 무지무지 착한 환자였답니다."조금만 더 아프면 울려고 했는데…."하면서 아주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답니다.

기대했던 것은 실패를 했고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시술에 필요한 재료가 국내에는 없다고 하네요. 1, 2년 안에 들어 올 것 같다고.

하지만 아이의 상태에 따라 그 전에 다시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라 5월 6일에 다시 병원으로 가 의논과 결정을 해야할 것 같아요.

제주도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어린이 날 제주도에 갈 거라고 혼자 들떠 있는데….
이번 어린이날에는 제주도가 아닌 서울에서 보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기도와 마음을 보태주셨는데 좋은 결과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는 속상한 데 정빈이의 주치의 선생님은 이러시더군요.
"정빈이는 정말 성공적인 거예요. 그런 상태로 태어나서 심장 판막 하나 그렇고, 폐가 이렇고. 이 정도면 정말 성공인 거죠."
지혈을 위해 정빈이 곁을 지키시던 선생님이 한 말씀입니다.

'뭐라고요? 심장에 작은 구멍 하나 있어도 난리 법썩인 집도 많을 텐데 이 정도면 성공이라니요? 판막도 정상이 아니고, 혈관도 이 모양이고 이제는 폐까지도 이런데 뭐가 성공적이라는 거예요?'
이런 말이 제 목구멍을 넘어오려다가 꿀꺽하고 넘어가더군요.

모든 일은 그 기준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너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정빈이를 수술해 주셨던 선생님이 제게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제가 의기소침해진 얼굴로 쳐다볼라치면
"뭐가 문제야 뭐가? 살아 있잖아. 근데 뭐가 문제야? 문제가 있기는 있지. 욕심. 그게 늘 문제야."

맞아요. 정빈이는 제 곁에 있잖아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고 정빈이와는 비교도 안되게 더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과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 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저와 정빈이는 내일 대구로 내려갑니다. 정빈이는 아직 회복이 덜 되어 다음 주에도 학교에 가기 힘들 것 같아요. 그런 아이를 두고 출근 해야는 직장 다니는 엄마의 이 고충, 적지 않답니다.^_^

이런 거 걱정하는 거 보니 저 씩씩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