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희는 어제 온 가족이 함께 산에 갔다와서 늦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사한 동네가 앞산 바로 아래라 꼬불꼬불 논둑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예슬이는 2박3일 설악산으로 현장학습을 다녀 온 뒤라 산에 가는 것이 조금은 속이 상한 듯 했어요. 보통 때 같으면 좀 더 자라고 했겠지만 어제는 제가 뜻한 바(?)가 있어 굳이 데리고 나섰습니다. 다리 아프다는 정빈이와 저는 산의 입구쯤에 있고 남편과 예슬이는 약수터까지 갔다 왔어요. 여기서 잠깐, 물의 질량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대자면(과학선생 티를 내느라^_^) 물은 질량과 부피가 같아요. 즉 생수통에 2ℓ라고 적혀있다면 그 물의 질량은 2kg이 된다는 거죠.
즉 부피와 질량이 같아야 분자와 분모 약분해서 1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되겠지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오자 제가 남편 대신 그 배낭을 메었습니다. 정말 무겁더군요. 남편은 정말 멜 수 있겠느냐고 눈을 크게 떴지만 제가 기운하나는 장사 아닙니까? 그런데 너무 웃기는 것은 남편에게 저는 늘 너무나 연약한(?)존재로 인식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제가 몸무게도 훨씬(?) 많이 나가는데도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게 뭐겠어요? 이렇게 서로 무거운 짐이 있다면 나누면서 가는 거잖아요." 이 말은 어제 저의 뜻한 바의 첫 번째였습니다. 남편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예슬이에게는 가족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보게 하고 싶다는 의도였어요.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힘들다며 배낭을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배낭을 예슬이에게 메어보라고 주었습니다. "이제까지 늘 아버지 혼자서 이 배낭을 지고 산을 내려왔어. 이게 얼마나 무거운지 네가 직접 한 번 짊어져 봐. 아버지가 이렇게 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일 거야. 사랑에는 이렇게 힘든 책임도 따르는 거지." 이 말은 저의 뜻한 바의 두 번째이자 핵심이었습니다. 예슬이가 배낭을 메자 남편은 안쓰러워 어쩔 줄 몰라하더니 그리 많이 가지도 않았는데 급기야는 배낭을 빼앗다 시피 하더군요. 제가 예슬이를 굳이 산에 데리고 가고 배낭을 들에 메게 한 것은 지난 주 학교 아이들과 남자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과 인터넷을 통해 잠깐 본 어떤 연예인에 관한 기사 때문입니다. 수업 시간에 '남자 친구'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남자 친구가 있다, 라고 한 뒤의 대화입니다. "선생님 남편도 알고 계세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생각하는 '남자친구', 어떻게 생각되십니까? 이런 날은 저의 과학 수업은 삼천포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는 몇 번의 가출을 했었어요. 이유는 좋아하는 남자 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서였죠. 남자 친구도 그 아이와 함께 있기를 원했고 둘은 여관방을 전전하며 다른 아이들과 혼숙을 하기도 하고 결국은 양쪽 집에서 가져 온 돈으로 단칸방을 얻어 살림을 차리기까지 했었어요. 하지만 두 아이의 생활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고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상처를 안고 학교로 돌아 온 아이는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 제가 좋은 사람이 생기면 인사시키라고 하자 그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그 아이는 두려워하고 있어요. 자신의 그 아픈 상처들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자신의 어린 날의 그 행동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큰 무게인가를 새삼 절감을 하지요. 아이들의 성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호기심과 무지와 무절제로 인한 결과가 생각보다 많은 상처가 된다는 것에, 그리고 이 사회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매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음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많은 미혼모가 생겨나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어디 한 군데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도움(?)을 청하여 행동하는 결과는 대부분 불법 낙태이고요. 결과만으로 그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아이들이 예쁜, 가슴 설레는 사랑을 경험하고 그 사랑을 기반으로 하여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성숙한 성인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지요. 그 연예인의 기사를 보면서 저는 그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자식을 보듬어 감싸안을 수 있는 가족들의 사랑에.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랑이라는 감정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 이렇듯 그 사랑에 대한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어요. 산에서 내려 와 식탁에 마주 앉아 그 기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기서 어제 예슬이에게 미처 다 하지 못했던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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