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교사다. 책을 쓰는 작가라고 하면 다들 국어선생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의 첫 책이 영어책, 영어공부법에 관한 책이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더더욱 의아해한다. 과학선생이니 과학책이거나 수필 정도는 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영어책?
초판도 거의 팔리지 않은 채 절판되어 버렸지만...^^
나는 두 아이의 영어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영어를 공부했었다.
아이가 자기는 엄마를 많이 닮았는데 영어 못하는 엄마를 닮아 자기도 영어를 못하면 어쩌냐는 말에 시작한 '가르치기 위한 배움'을 시작했었다.
올해 내게 주어진 1, 2학년 동아리 두 개. 영미스크린문화반과 쏼랄라English반.
무모하고 무책임한 도전일 수도 있지만 내가 영어동아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여상야간이다. 솔직히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오는 학교이다. 아이들은 '저명한 과학자'에서 '저명한'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아이들이 태반인 상황이다. 우리말이 먼저이고 책읽기나 독서토론반이 더 절실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들의 영어 울렁증 내지는 두려움도 생각이상으로 크다. 쇼핑백에 적힌 MINE를 미네라고 읽으며 서로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며 최소한 영어에 대한 두려움만은 없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동아리반 선택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음으로
I am not English teacher.
I don't speak English very well.
라고 했을 때 아이들의 얼굴은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아주 안심하는, 긴장이 팍 풀리는 듯한 얼굴들.
요즘 읽고 있는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교사의 존재란...학생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원인일 수 있다...》
학생들이 교사를 모든 것을 잘 아는 완벽한 지식체로 인식할 때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는 교사의 물음에 척척 대답해야하고 틀리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더 크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선생이 아닌, 영어를 잘하지 못하기에
Sometimes I make mistakes when I speak English. I speak a little English.
라고 말하는 교사에게서 느끼는 안도감을, 그래서 함께 배우며 영어를 잘하게는 되지 못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고 가르치기 위한 배움에서 즐거움을 느낀다.ㅎㅎ
마지막 7교시 2학년 동아리 시간을 위해 혼자 과학실에서 열심히 영어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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