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거실 창을 통해 하늘을 보다가 문득 창틀이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바깥 풍경을 제맘대로 잘라서 자기 틀안에 가두어 버리는 창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거실을 나가 베란다 창을 열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나는 저 창틀처럼 아이들을 내 테두리 속에 가두려는 교사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서 읽은 시입니다.
표정이 있는 사물함 - 조향미
복도에 즐비한 아이들의 사물함
번호대로 숫자만 두 세 개 적힌 채
자물쇠 꼭꼭 잠긴 아이들의 세계
어쩌다 살짝 들여다보면
그 좁은 곳에도 저마다 살림살이 다르다
좋아하는 배우의 사진도 붙여 놓고
친구의 편지도 꼭꼭 숨겨 놓고
예쁜 인형도 하나, 좌우명도 걸어 놓았다
겉으로 보면 꼭 같은 네모잡이 상자 속에
삐뚤빼뚤 아기자기 아이들의 표정이 차곡하다
같은 교복에 같은 단발머리 찰랑거리며
같은 선생에게 같은 교과서를 배우지만
하나도 같은 마음 없듯이
저 작은 사물함도 신기하게 제 각각이다
지금, 아이들은
복도까지 줄지어 앉아 시험을 치고 있다
꼭 같은 문제에 꼭 같은 답을 써 내려고
한 글자라도 다른 답을 쓸까봐
아이들은 끙끙 용을 쓰고
사물함은 꼭꼭 입 다물었다//
시인의 표현처럼 같은 선생에게 같은 교과서를 배우지만 하나도 같은 마음 없는 아이들...
'나는 어떤 선생인가???'를 수 없이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감히 나는 행복한 교사라고 말할 수 있음입니다.
표정있는 자신의 사물함처럼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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