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작은 아이 정빈이와 조금 특별한(?)데이트를 하기 위해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반바지를 마련한 것입니다. 짜잔~~~ 바로 이것입니다.
자주 입을 것이 아니니 큰돈을 들이기는 아깝고 하여 중고 의류 가게를 뒤져 6,000원에 산 것입니다. 깨끗하게 세탁하여 딸아이에게 보여주며
“이쁜 딸, 너와의 데이트를 위해 준비했어. 커플 반바지. 어때? 이 나이에 이러는 거 쉽지 않다. 감동이지?”
시크한 표정의 정빈이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한 단 더 접어 입으면 이쁠 것 같아요.”
정말 헐~~~~
꼭 같이 가야지 하면서도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결국 전시회 마지막 하루를 남겨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했지요. 위에 무엇을 입을까 이것 저것 바꿔 입으며 정빈이에게 물었더니 또 한 번 헐~~~
“그건 아줌마 같아요.”
“그럼 내가 아줌마지 아가씨냐?”
“아줌마 아이네요.”
아주 오래 전에 여기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래나?ㅎㅎㅎ
정빈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누가 저를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발끈 하여 꼭 한 마디 했거든요.
“우리 어머니 아줌마 아니에요. 아가씨에요.”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들이 참....
어떤 사람은 돌아서며
“미혼모가 뭐가 그리 자랑이라고...쯧쯧쯧”
하시기도 했답니다. 하하하하
열일곱이 된 정빈이는 여전히 절보고 아줌마 아니라고 우깁니다.^^
결국 연한 레몬색 민소매 블라우스에 흰색 더블 재킷을 걸치고 데이트를 나섰지요.
현관문을 잠그는 저에게
“한 번 더 접으면 더 이쁘다니까요.”
“여보세요 아가씨. 지금 이것도 너무 짧아 혹시 전시회장서 누구 만날까 겁나구만.”
깔깔 넘어가듯 딸이 이러는 겁니다.
“꼭 그런 날은 다른 날 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니까요.”
“괜찮아. 어차피 입은 거, 당당하게.”
17세 딸과의 커플 반바지를 입고 즐거운 데이트 고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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