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짓 그녀의 이야기 8
- 결혼기념일 선물이 이불?
중학교 때 미장원에서 본 잡지책에 이런 만화가 있었어요.
# 고민에 빠져 있는 그리 형편이 녹녹치 않아 보이는 새댁
# 왜 그러냐고 묻는 주인 집 아주머니
# 주말에 동창회가 있는데 옷도 그렇고 마음이 편치 않다는 새댁
# 귓속말로 무엇인가 이야기 하는 주인아주머니와 얼굴이 환해진 새댁
# 수수하고 초췌한 모습의 새댁에게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으냐고 묻는 화려한 모습의 친구들
# 수줍게 고개를 숙인 새댁의 한 마디 “남편이....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 고개를 들고 혼자 반짝이는 새댁과 빛을 잃고 고개를 숙여버린 친구들
# 작은 선물을 들고 주인아주머니를 찾은 새댁
# 새댁을 향한 한 마디. ‘그 동안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고생했지?’
그런데 우연히도 그 만화를 결혼하고 한 번 더 봤지 뭐예요. 남편이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헌책방에 갔는데 세상에나 색이 누렇게 변한 그 잡지가 앞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만화가 그려진 페이지가 보이게 헌책방 한 구석에 있는 거예요. 주인아주머니가 뭐라고 했지,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 그 만화를 다시 보는 순간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결국 그 잡지를 샀답니다.
남편과 함께 주인아주머니의 귓속말이 무었이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중학교 때 이런 만화에 관심이 갔단 말이지? 너무 조숙한 거 아냐?”
“그냥 미장원에 머리 자르러 갔다가 봤다니까. 그 때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이나 뭐지, 했던 기억이 있는 거 보면 어느 정도는 인정! 아까 헌책방에서 이게 눈에 들어오는 순간 기분이 진짜 묘했다니까. 그러면서 그 때는 고개를 갸웃했던 것의 답이 순간에 선명해지는 거야. 혼자 웃겨 넘어가는 줄 았았다니까.”
“그래도 이걸 사다니. 쓰레기나 다름 없구만.”
“재밌잖아요. 당신은 뭘 거 같아요?”
“뭐가?”
“여기 주인아주머니의 귓속말?”
“당연하지. 밤마다 남편이랑.... 그거 아냐?”
“이런이런 상상력의 빈곤이 바다를 이루누만.”
“뭐? 그럼 당신은 뭔데? 말해 봐 말해봐? 여기 있구만. 초췌해 가지고 남편이랑...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이게 그거지 뭐야? 그리고 여기 여자들 봐봐. 한 방에 기가 꺽여 가지고. 그거 밖에 더 있겠어?”
“남편이랑 밤마다 불타는 밤을 보내는 부부라면 새댁의 얼굴은 처음부터 초췌해야지. 여기 첫 컷에는 전혀 아니잖아요. 네 번째 까지.”
“어디? 그러네? 그럼 남편 졸랐겠지 뭐.”
“뭐라고 졸랐을까? 동창회 가니 자랑하게 밤마다 불타보자고? 글쎄요, 남편이 갑자기 변강쇠로 돌변하여 그래 줬을까나.....”
“나 같으면 얼씨구나 좋다면서 그날로 변강쇠로 돌변한다. 지금 한 번 어때?”
“변강쇠로 돌변? 최강쇠아저씨 쫌만 이따가요.”
당연 헌 만화책 밀쳐내고 변강쇠 한 편 찍었죠. 어떻게 낮에 섹스를 하느냐는 친구도 있는데....글쎄요.... 나는 그런 건 문제가 안 된다고 봐요. 부부에게 있어 섹스는 아주 종요한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육체적인 사랑이 전부는 아니지만 우선순위를 뽑는다면 나는 당연 1순위라 생각해요. 요일을 정해 놓고 섹스를 하는 친구가 있어요. 들어 보면 무슨 큰 종교 의식 치르는 것 같다니까요. 정해진 날짜에 차례대로 샤워하고.... 그리고 다시 각자 샤워하고 둘이 각자 이불 덮고 잔대요. 아마 개들 부부는 양치질 안 하고는 뽀뽀도 안 할 걸요. 예전에 읽은 책 중에 남녀가 둘이서 섬에 있는데 남자가 여자 손만 잡고 잤대요. 여자는 그런 남자가 너무 멋져 보이고 믿음이가 서 결혼을 했대요. 그런대 그 남자가 왜 손만 잡고 잤느냐 하면요, 그 남자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혹시 섹스를 하다가 때가 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그 대목에서 얼마나 깔깔거리고 웃었는지 몰라요. 만화요? 아, 만화. 속옷만 걸치고 그 만화를 보니 또 다른 느낌인 거 있죠.
“마지막 컷에 정답이 들어 있잖아요. 그동안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고생했다는. 그러니까 주인아주머니는 동창회 갈 때까지 밥도 제대로 먹지 말고 최대한 초췌한 모습이 되라고 조언한 거야. 그리고는 그런 이유를 남편이... 잠을 잘 못자서... 이렇게 친구들 스스로 남편과의 섹스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자 얼굴이 까칠하다는 상상을 하도록 한 거죠. 친구들은 맘껏 상상을 했겠죠. 세상에나 얼굴이 반쪽이 되도록 밤마다.... 어머나 어머나 어쩜 좋아 너무 부럽당, 뭐 이렇게. 자기보다 초라한 차림의 친구가 남편과 뜨겁게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들의 다이아몬드 반지 귀가 축 늘어질 정도의 진주 귀걸이는 한방에 KO패.”
“그런 거야? 에이 난 또 이 자슥한테 괜히 주눅 들었잖어.”
“이 자슥 누구?”
“상상력의 빈곤이 바다를 이루는 건 당신도 마찬가지네. 이 새댁 남편 말이지.”
“뭐, 뭐라고요? 웃겨 정말.”
“야, 남자라면 다 그럴 걸. 마누라 얼굴이 반쪽이 되게 해 줄 수 있는 정력의 소유자.”
“당신은 조금 수위를 낮춰야 해요. 나는 얼굴이 유난히 작은데 여기서 반쪽이 되면 내가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니.”
“캬아~~ 이럴 줄 알았으면 얼굴 크기보고 마누라 정하는 건데. 이만한 얼굴 만났으면 이 실력을 밤마다 발휘해서 주먹 만하게 만들어 주는 건데 말이야. 아깝다.”
솔직히 결혼하고 그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 적은 처음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남편이 오픈 된 사람이라 가끔은 좀 지나치다 싶을 대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친근감이 더한 것이 묘하게 짜릿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나 비디오를 보거나 책에서 성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웃기는 이야기가 있어요.
‘젖소부인 바람났네’라는 비디오가 인기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남편이 거의 매일을 동네 비디오 가게를 갔었던 적이 있어요.
“여보, 드디어 빌렸다, 빌렸어. 드디어. 심봤다다 정말.”
검은 비닐을 흔들며 의기양야헤 들어오는 남편. 그런데 그게 뭐였는지 아세요?
“자기야, 이건 물소부인이야.”
“뭐? 물소부인이야?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이제는 환각증세를 일으키나? 아깐 분명 젖소부인으로 보이던데? 계산할 때 옆에 있던 그 남자랑 비디오가 바뀌었나? 눈빛이 어째 음흉해 보이더라니.”
엉뚱한 사람 때려잡는 헤프닝이 있었답니다.
최근에 영화 <색, 계>도 남편과 봤죠. 영화관 말고 기다렸다가 DVD로. 그래야 영화 중간에 분위기 타면..... 부부에게 있어 섹스는 서로를 이어주는 큰 끈이라 생각해요.
“여보, 원피스 지퍼 좀 올려줘요.”
“어허, 이 아줌마가 아침부터 자극적이네. 출근하기 싫은 거 아냐?”
“으흥, 당연 싫지.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죠. 우리 출근 하지 말까요?”
“어이쿠, 이제는 나보다 한술 더 뜨는군. 다 올렸으니 얼른 가자고.”
“오늘밤, 어때요? 나 오늘의 컨셉 뭐로 할까? 기대해요. 좋은 하루요.”
하루 종일 들떠서 보내게 되죠. 가끔 문자가 오기도 해요.
<오늘 컨셉은 뭐야?>
남편도 그렇다는 거겠죠.
<비밀, 특별한 이벤트!!! 기대하시라♥♥♥>
최근의 컨셉, 알려줄까요?
“뭐야? 입었던 슬립이고, 그럼 팬티? 지난번에 샀던 티 팬티도 있구만 이게 뭐야?”
“그거 끼여서 불편해요. 크크크 오늘의 컨셉은 세계의 명화! 섹시통통이라고.”
“섹시통통?”
“S라인은 이제 한 물 갔다니까. 대문자 S에서 배 볼록 엉덩이 볼록의 소문자 S로 흐름이 바뀌더니 이제는 팔 통통 다리 통통 배 볼록, 온 몸이 통통. 즉 세계적인 명화 속의 통통한 여자들의 섹시통통이 대세라고요. 들어보셨나욤? 어떤 그림 좋아해요? 당신이 원하는 그림 속의 원하는 여인이 되어 줄 테니까. 세계적인 트렌드인 섹시통통을 위해 온몸을 통통하게 만드느라 힘(?)들었다니까요. 어때요? 섹시통통?”
“진짜 못 말려. 이리와 봐. 내가 원하는 건 명화속의 여인이 아니라 내가 안고 만질 수 있는 우리 마누라거든. 심하게 통통인데? 심하게 섹시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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