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연재 27>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착한재벌샘정 2009. 9. 7. 21:40

 

 

여우짓 그녀의 이야기 7

 - 내 얼굴은 나보다 남편이 더 많이 보잖아요.

 

여자들이 제일 하고 싶은데 남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뭘까요? 같이 쇼핑하기일걸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른 건 맞아요. 제 친구 오빠는 오빠가 쇼핑을 너무 좋아해서 올케가 겁내한다고 그러던걸요. 남편이 쇼핑가자고 할까봐. 그런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남자들이 더 많을 거예요. 제 친구들 불만 중 하나가 남편에게 쇼핑가자고 했다가 결국은 ‘알았어, 혼자 가면 될 거 아냐.’하며 화가 나서 현관문 나설 때라고 하거든요. 남편요? 이렇게 표현하죠. 아주 완곡한 표현으로.

“여보, 남자들 쇼핑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물론 그 남자들에 남편도 포함이 되어 있고요. 제 반응요?

“알아요.”

그러면 남편은 이 때다 싶어 덧붙이죠.

“나도 그래.”

못들은 척 이렇게 이야기 하죠.

“세상 남자들 다 쇼핑 싫어해도 당신은 좋아해야지이~~~이유는 두 가지. 이렇게 이쁜 아내와 함께 쇼핑하는 거니까 좋아해야 하고 또 하나는 당신 그 멋진 얼굴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니까. 그거 세상에 좋은 일 하는 거예요. 많이 많이 다니면서 잘생긴 얼굴 보여주는 거. 쇼핑해서 아내를 기쁘게 하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주 보람찬 일이니까요.”

“핑계하고는. 일단 가 보자.”

쇼핑 싫다는 남편에게 절대하면 안 되는 말.

‘내가 쇼핑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싫은 거예요? 나랑 같이 다니는 게 싫은 거 아니에요?’

‘그렇게 귀찮아서 숨을 어떻게 쉬는지 몰라. 쇼핑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래요? 그 높은 산에는 잘도 올라가더구만.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다 있는 백화점 가는 게 그것보다 힘들까?’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됐어, 됐다구. 혼자 가면 될 거 아냐. 하긴 따라 가봤자 잔소리만 할 텐데 뭘.”

그럼 처음부터 같이 가자고 하지를 말았어야 겠죠. 사실 여자들 남편이랑 쇼핑 가자는 거 꼭 뭘 사는 것 보다는 그냥, 같이 다니는 게 좋아서 일 때가 더 많잖아요. 이거 예쁘냐 저거 나에게 어울리냐 물어 보면서 내게 관심 가져주는 것에 기분 좋아하는. 그걸 이해 못하죠. 실컷 구경만 하고 그냥 나오면 뒷골이 땡기지 않느냐는 둥,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얼른 하나 사지 뭘 그렇게 재고 고르느냐는 둥. 쇼핑, 특히 아이 쇼핑의 재미가 그건데 그죠? 그리고 입어 봤다고 다 살 거 같으면 어디 무서워 쇼핑하겠어요?

쇼핑의 노하우 공개 할게요. 일단 언제 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즉흥적인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사전에 계획을 하고 미리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요. 미리 혼자서 아이 쇼핑을 좀 해두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무엇을 살 것인가 하는 것도. 그리고 일찍 가는 게 좋고요. 백화점에 사람들이 가장 몰릴 때가 경험으로 본다면 주말 오후 두 세 시? 느긋한 아침 보내고 점심 먹고 한 번 나가 볼까 하는 시간이죠. 일단 주차하는데서 부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짜증이 나기 시작할 수밖에요. 쇼핑을 계획하는 주라면 일요일 늦잠은 포기하고 백화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죠. 주차 빨라 좋고 사람들 북적여 정신없다는 잔소리 듣지 않을 수 있고 이러다 하루가 다 간다는 강박감도 가질 수 없게. 꼭 필요한 것을 메모해서 일찍 쇼핑을 왔다지만 막상 시작하게 되면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가끔은 충동구매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어머, 저기 뭐가 많이 누워 있네. 당신 그거 알아요? 아줌마들의 본능 중에 매대 본능이라는 게 있다는 거? 본 매장의 신상품보다는 이렇게 누워 있는, 즉 매대에 누워 있는 이월상품을 향해 저절로 발길이 가는. 일명 매대 본능.”

이러며 이월상품을 살펴보는 거예요. 그리고는 가격을 확인 한 다음 신상품 중에 가장 비슷한 것이 있는 매장으로 다시 한번 가는 거죠.

“이거 봐요. 아까 누워 있던 거랑 너무 비슷하죠? 이렇게 옷걸이에 걸어두니 폼나 보이지만 그거랑 별반 차이가 없어요. 아마 그것도 작년에는 아마 이것보다 더 폼 나게 쇼윈도에 걸려 있었을 걸요? 이거 봐 봐요. 가격이 장난이 아니에요. 꼭 신상 살 필요 있나 뭐. 아까 그거 한 번 더 보러 가요? 가서 보고 마음에 쏙 들면 그 거 하나 사야지, 그래도 되죠? 그거 입으면 나 너무 이쁠 거 같지 않아요?”

사람은 상대적인 것에 약하잖아요. 비슷한 물건인데 가격이 차이가 나면 싼 물건을 사는 것이 마치 큰 횡재를 한 것 같은 느낌. 사실은 그것도 사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에요. 가끔 기분 좋을 때는 매대 본능의 마누라 안쓰러워 신상으로 쏘아 줄 때도 있다니까요. 당연 이 모두는 남편의 비자금으로 결제할 때에 해당하는 거죠.

화장품은 처음 한 마디가 10년 가까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요.

“자기는 하루에 거울 몇 번 봐요?”

“거울 볼 일이 자주 있나? 아침저녁으로 씻을 때 하고 가끔 화장실 갈 때. 그건 왜?”

“그렇죠. 그런데 나는 자기 얼굴 정말 많이 보거든요. 지금 그렇잖아요. 자기는 자기 얼굴 못 보지만 나는 자기 얼굴 보고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당신 얼굴은 내꺼라는 거죠. 내가 훨씬 더 많이 보니까. 그러니 내가 잘 관리해줘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늘 보는 얼굴이니 내가 신경 써야죠. 팩 해줄까요? 남자들도 얼굴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 많다는데?”

“팩은 무슨? 됐어.”

“그러지 말고 누워 봐요. 내가 맛사지하고 팩정도는 전문가 수준으로 할 수 잇다니까요. 얼른 누워 봐요. 얼른.”

“이거 뭔가 불안한데. 불안해 불안해.”

“빙고. 내가 당신 얼굴을 더 많이 보듯이 내 얼굴은 누가 가장 많이 봐요? 그거야... 내가 많이 보지.”

“그렇죠. 그렇죠? 그러니 내 얼굴에 대한 관리는 누가 해야 할까요?”

“이런이런 또 당했군.”

“당한 건 아니죠. 당신이 매일 보는 얼굴에 대한 관리와 투자를 당신이 해야 한다는 걸 알려 주는 것뿐이에요. 내가 이렇게 당신 얼굴에 신경 써 주는 것처럼. 그 후로 화정품은 늘 남편의 몫이죠. 화장품 가게에도 같이 가고요. 갈 때 마다 그래요. 샘플은 남자 걸로 주세요. 이렇게 돈 들이는데 샘플이라도 얻어야 할 거 아닙니까.”

한 번은 잡지책에서 진짜 마음에 드는 가죽 재킷을 본 거예요. 그런데 가격이 진짜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잡지책을 뜯어서 안방 방문에다 붙여 두었어요.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오고가며 늘 보일 수 있도록. 한 일주일 쯤 지났나? 작은 아이와 같이 시내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그러는 거예요.

“당신 좋아하는 백화점 보이네.”

“그러네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백화점이 저기 있네요.”

“저기 당신이 문에 붙여 둔 거 파는 매장이 있을라나?”

“글쎄요. 요즘은 백화점마다 매장들이 다 있지는 않아서. 그리고 여긴 내가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 잘 모르겠는 걸요.”

“일단 한 번 가 보자.”

“왜요?”

“그냥, 일단 한 번 보려고.”

그렇게 매장에 갔는데 옷은 사진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거예요. 매장 아가씨는 워낙 인기가 있어 손님이 예약해 놓은 거 하나 밖에 없다며 일단 한 번 입어 보라고 하더군요. 팔을 끼고 있는데 남편이 그래요.

“물건이 모자란다고요? 이햐아~ 허리 휘청거리는 남편들 많겠구나.”

못 들은 척 하고 다 입고 두 팔을 활짝 펴고 한 바퀴 돌아 보이며 어떠냐고 물었죠. 옷이 아주 디테일이 강한 특이한 디자인이 있어요.

“요즘 디자이너들은 도대체 왜 이런 옷을 만드는 거야. 독특하다 진짜. 그리고 이걸 입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심리도 모르겠고. 이게 예약해야 할 정도라니 이해가 안가 이해가."

거침없는 표현에 매장 아가씨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하더군요.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있는 걸요. 가죽이지만 젊어 보이는 디자인이라 삼사십대 여자분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요. 친구들끼리 와서 같이 사는 경우도 많고요.”

“남편들 허리가 휘는 줄은 모르고 말이야.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되지 이런 옷 입고 젊어 보이고 싶은가?”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그랬죠.

“근데 진짜 이쁘다 그죠? 나 이거 입고 싶어요. 사주세요, 네? 네? 자기가 봐도 이쁜 거 맞죠?”

최대한 애교를 부리며 입고 싶다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편이 그래요.

“그러네. 이쁘다. 일단 한 번 생각해 보자. 그 옷은 다른 사람이 예약해 놓은 것이라니 벗어주고. 집에 가면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럴 때 이렇게는 절대 금지. 이 옷을 얻어(?) 입는 것이 궁극의 목표니까.

“매장 아가씨 보기 부끄럽게 뭔 잔소리가 그렇게 많아요. 디자인이 어떠니 사 입는 여자들이 어떠니.... 창피하게스리.... 이래서 같이 오면 안 된다니까.”

“다른 집 남편들은 다 사준대잖아. 그래서 물건이 모자라 주문해야 한다는 말 못 들었어요? 이럴 거면 와보자는 말은 왜 했어요?”

그냥 내가 가장 원하는 것만 다시 한 번 이야기 하면 되죠.

“나아아~ 저거 진짜 맘에 들어요. 입고 싶어요.”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그 해 겨울 내내 그 옷을 입고 폼 나게 다녔죠. 며칠 후 남편이 그 옷을 사왔거든요. 나중에 일이 있어 매장이 갔더니 매장 아가씨가 그래요. 그날 부부 싸움 할 것 같아 불안했다고. 그런 경우 옷은 고사하고 감정이 상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위의 절대 금지 사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보통 그렇게 될 거라는 나름의 결론이죠. 남편은 그래요. 세상 남편들 다 같을 거라고. 아내가 원하는 거 다 사주고 싶다고. 그런데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자신이 화가 나는 거라고. 그러면서 뇌물 받는 사람들 대부분 공처가 내지는 애처가 일거라나요. 이거 받아 가면 아내가 원하는 거 다 살 줄 수 있을 텐데 한다나요. 남편 뇌물에 관심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아내들의 몫이라나 어쩐다나. 어거지가 심한 논리기는 하지만 자신에 화가 난다는 말에는 공감이 가더군요.

남편이 사 온 옷을 입고 신나하는 나는 보면 그날 같이 갔던 아이가 그래요.

“아버지가 사 올 줄 알았어요. 나 같아도 사 주고 싶겠던데요. 그렇게 애교를 부리면서 이거 입고 싶어요 하는데 누가 안 사 주겠어요. 사실 저 그날 속으로 돈 계산 했었어요. 아버지가 돈이 모자라면 좀 보태드릴까 해서요. 내 통장 깨고 아버지 통장도 깨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그럼 너 통장 깨서 아버지 좀 드려.”

“지금은 그럴 마음 없는데요. 이미 아버지 혼자서 사왔는데 제가 뭐하러 보태겠어요. 그날 통장 이야기 안하고 꾹 참은 덕에 돈이 굳어 얼마나 다행인데요.”

이럴 때의 센스. 찐한 키스와 반찬 값 아껴 둔 것으로 카드 값 걱정하고 있을 남편 주머니를 조금이라도 채워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