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연재 13>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착한재벌샘정 2009. 7. 12. 20:26

 

 

완소남 이야기 3 - 어부인, 이리와 보시오.

 

 

‘마누라에게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당신 한 마디가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아요?’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거 아는 지....’

아내가 그런 말을 할 때도 그저 늘 하는 잔소리겠거니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밥상 앞에서 아들놈이 이러는 겁니다.

“엄마는 잔소리 좀 그만 하시죠.”

옆에 있는 딸도 거들고요.

“엄마하고는 대화가 안 돼. 말이 안 통한다니까. 잔소리만 늘어놓지 말고 생각을 좀 해보시라고요.”

아들놈이 이때다 싶었는지 또 한 마디해요.

“엄만 진짜 답답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 가서 그런 말씀 하지마요. 우리니까 그래도 듣고 있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아내는 어금니를 지긋이 물더군요.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 추측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했어요. 아이들보고는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얼른 먹고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간 뒤 아내가 목소리를 아주 낮춰서 이러더군요.

“잔소리 좀 그만해, 당신하고는 말이 안 통해, 생각을 좀 해 생각을, 답답하구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  그래도 이 말까지는 안 나왔네?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자식에게서 엄마 하는 일이 다 그렇다는 소리까지 들을 뻔했는데 그마나 다행인가.....그런 소리 들어 마땅한 나 때문일까 아님 그런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당신 때문일까? 아이들 나무랄 수 없어요. 그 아이들은 보고 배운 대로 하는 것뿐이니까.”

저녁 식탁에 앉기 직전에 내가 무슨 말을 했던가 생각해 봤습니다.

‘팔뚝이.... 봐라 당신 팔뚝 굵기가 내 허벅지만하다. 나이 들수록 기운도 없어지는데 무겁지 않냐? 빼라 빼라 살 좀 빼라, 응?’

허벅지만하다는 말은 하지말걸 싶었지만 그래도 자극을 좀 주어야 자신의 살의 무게와 부피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생길 테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 갔습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몇 사람이 전근을 왔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젊은 교사가 있었어요.

“네, 그래요. 내가 퇴근해서 가는 길에 사가겠소. 희수는 낮잠은 잘 잤소? 부인도 같이 한 잠자지 그랬소? 하긴 아이가 잘 때는 다른 집안일로 더 바쁘지. 수고가 많소. 미안하고 고맙소. 이따 퇴근 후에 봅시다. 부인이 먼저 끊어요.”

참나, 지금이 무슨 조선시댄 줄 아나?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청학동 출신인가? 왜,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출근하지? 싶었습니다.

백선생의 말투는 금방 교무실 화제 1위에 올랐고 재미삼아 흉내 내는 일도 생겼고요.

“유 선생님, 그 반의 한 아이가 아직도 등교를 하지 않았소. 어찌 된 영문인 지 한 번 알아보시오.”

“이 선생님, 오늘 우리 반 점심 급식 지도 부탁하오. 내가 출장인지라. 이 선생님만 믿고 다녀오리다.”

며칠 후에 열린 친목회 회식 자리에서도 단연 백선생의 말투가 화제 거리였지요. 같은 과에 담임도 옆 반이고 자리도 마주하고 앉는 지라 자연 옆에 앉게 되었는데 그새 집에 또 전화를 하는 겁니다.

“부인, 내 오늘 회식이 있어 많이 늦으니 그리 아시오. 희수 일찍 재우고 부인도 푸욱 쉴 수 있었으면 좋겠소. 열쇠는 가지고 있으니 내 알아서 들어가리다. 내 걱정하지 마시오. 희수 녀석이 애를 먹이지 않아야 할 텐데. 오늘도 혼자 고생이 많았소. 내 오늘은 조금의 도움도 주지 못해 몹시 미안하오.”

허참, 들을수록 기가 차는 겁니다. 특별히 큰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어도 남들이 듣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잠시 나가서 통화를 해도 될 것 같은데도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통화를 하는 백 선생을 보며 모두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죠.  

 

전체 회식 자리가 끝나고 같은 교과들끼리 한 잔 더 하자고 간 술집에서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은 백선생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 한다면서요? 학생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학생들에게는 반말은 하지 않지만 집사람에게처럼은 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저희 어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십니다.”

“어른들까지요? 허참 집안이 전부 그렇단 말입니까?”

“어릴 때는 친구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부모님들이 이상했고 싫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울며 마당을 뒹굴며 떼를 쓰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제가 그런다고 바꾸실 분도 아니시고.... 제가 지쳐 할 수 없다고 생각 즈음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어서 그런다고. 홀홀단신 고아인 아버지께 시집을 와서 고생을 밥 먹듯이 하는 아내를 위해 해줄 것이 너무 없던 아버지는 어머니 생신 선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어머니께 존댓말을 쓰는 것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 생신을 앞두고 고민을 하던 아버지께서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하는 사극을 보게 되었는데 왕이 왕비에게 하는 말이 너무 멋져 보이더랍니다. 비록 당신이 왕은 아니지만 어머니를 왕비처럼 대해주시겠다 생각하셨다고. 그래서 어머니 생신에 종이에 왕비라고 적힌 종이를 선물로 드리면서 그러셨다는군요. 내 오늘부터 그대를 이 왕국의 왕비로 임명하노니, 자아~ 여기 그 증명서가 있소, 라고. 그리고 덧붙여 축하의 말씀도 하시고요. 왕비, 그대의 생신을 축하하오. 아버지의 진지한 모습에 어머니는 너무 재미있어 활짝 웃으셨는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난 뒤 가장 화사한 웃음이었답니다. 그 웃음이 아버지 가슴에 박히더라고. 그래서 아버지는 생신선물로 준비한 것을 평생을 하게 되었다고. 그것 때문에 동네 사람들로부터 핀잔도 많이 받으시고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소리도 들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아들인 제가 마당을 뒹굴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실 때는 갈등도 많이 하셨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그 화사한 웃음이 너무 선명해서 계속 그렇게 하실 거라고. 그러시면서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해서 한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면 아버지처럼 말을 그렇게 하지는 않아도 그 마음만은 닮아주었으면 한다고 부탁까지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은 세상의 누구도 안 부럽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와 사는 왕으로 한 평생을 살고 있으니 그 누가 부럽겠느냐고. 두 분 모두 평생 농사를 지으시느라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굵은 주름 많아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열 살은 족히 나이 들어 보이고 아름답거나 예쁘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두 분은 서로를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귀한 사람으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 오셨고 살고 계셨던 겁니다. 온 몸에 흙투성이가 되고 땀 냄새가 진동을 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두 분의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그 자리에 모인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백선생을 바라보았습니다. 백선생이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가난하고 배운 것이 없는 두 분이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네 못 사네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요. 언젠가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린 학생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되곤 싶은 지 삶의 포부가 무엇인지를 묻자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하자 아나운서가 어찌나 당황을 했던 지 그 다음 멘트를 잇지 못해 하마터면 방송사고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당황해하던 아나운서처럼 어저면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의 꿈이 참 소박하구나,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유엔총장이 되겠다, 우주선 개발자가 되겠다는 대단한 포부를 이야기 하는 아이보다 더 위대해보였습니다. 그 아이는 삶이 무엇인지 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는 아이라는 생각에서요. 아이가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싶다는 꿈은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성공했다는 전제하에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요? 여기 모이신 선생님들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교장 교감이 되는 거? 장학사가 되는 거? 교육부에 한 자리 하는 거? 하지만 그 많은 것들 위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사랑의 가장 기본은 제가 국어 교사여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말,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삽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를 향한 배려와 사랑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어는 도구라고 하지 않습니까.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마음을 담은 선물 상자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저는 아내에게 마음을 담아 말을 합니다. 아무리 마음이 드뿍 담겨 있다 하더라도 그 형식이 너무 천박하거나 가볍다면 아내는 제가 가진 마음을 다 알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말이라는 것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농담 삼아 가볍게 했던 이야기가 습관이 되는 경우....

주변에 있는 친구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래요. 처음에는 세상을 다 갖다 줄 것처럼 연애를 하던 친구도 막상 결혼을 하고 난 후에는  집 사람을 대하는 것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내 사람이 되었다며 더 존중해주고 아껴 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세상에 나만 믿고 살아가는 사람 아닙니까? 내 아이를 낳아 길러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쉽다는 이유로 가깝다는 이유로 함부로 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범할 수 있는 잘못이라는 생각이에요. 편하다는 이유로, 밖에서 늘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말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마누라에게라도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교 아이들에게도 저는 경어를 씁니다. 경어를 써주니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려 받고 존중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야 임마, 라는 말보다는 이름을 불러주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로 이야기 하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한 작은 배려의 마음이고 그건 아이들도 느낀다고 하거든요.

어머니께 경어를 쓰시는 아버지는 특별히 의도하셨던 것은 아니겠지만 저희는 아주 큰 것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웠지요. 아내도 이런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희는 중매로 만났는데 처음에야 어색하니 그러겠지 싶었는데 친해지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어서도 계속 말을 높이니 친밀감이 적은 것 같고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요.“

 

회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집까지 걸어  갔습니다. 연애 2년 결혼해서 16년. 그동안 나는 아내를 어떻게 대했는가 생각해 보았지요. 물론 사랑해 결혼했고.... 그런데 조금 전 백선생 말처럼 사랑해서 나에게 와 주었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 준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그릇에 내 마음을 담아 건네면서 살아 왔는지 생각을 해보니....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아내에게 한 말이 뭐였더라 생각해 보니...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이 모자라... 생각을 해 생각을 쪼옴~.

40대의 아내는 그 말을 얼마나 아프게 삼켰을까 생각하니....

“어부인 나 왔소.”

현관문을 열어주는 아내에게 한 마디 했더니 되돌아 온 말이 이랬습니다.

“회식한다더니 이 양반이 뭘 잘못 먹나? 얼른 씻어요. 으으~~~ 술 냄새. 세상 술은 혼자서 다 마시지 정말 내가 못살아.”

그런 아내의 말을 듣고 있으니 눈물이 납디다. 아내의 저 말투는 나의 메아리구나 싶은 것이. 그동안 내가 아내를 향해 뱉는 말들이 아내에게 상처가 되고 그 상처를 그대로 나에게 메아리로 돌려주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요.

“어부인 이리 와 보시오. 내 부인 주려고 요 앞 편의점에서 당신 좋아하는 바바나 우유 사왔소. 당신 연애 할 때 이 바나나 우유 참 좋아했지 않소. 두 병 사왔으니 우리 연애 할 때처럼 같이 마십시다.”

이러는 나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바나나 우유? 당신이 내 허리가 바나나 우유통 같다는 말을 한 이후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나나 우유라는 걸.... 하긴 알 턱이 없지. 자기가 한 말에 마누라 몇 번씩 죽었다 깨어나는지를 모르니. 아, 저리 치워요. 꼴도 보기 싫으니.”

바나나 우유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속이 상해서 내가 다 마셔버렸죠. 두 통 다 마시고 현관 앞에 큰대자로 누워 버렸더니 아내가 평소하고는 다른 게 조금 마음에 걸렸던 지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왜 그러냐고 묻더군요.

“당신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당신 예전에는 참 애교 있다는 칭찬 많이 들었었잖아. 우리 고모가 당신 그 애교에 후한 점수 줬다고.... 그런데 당신 나와 살면서... 당신이 한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걸. 아이들이 당신에게 함부로 하는 거 다 내 탓 맞아. 내가 당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내가 참 바보야 바보 맞아. 당신 늘 내게 그랬잖아. 다른 사람들한테는 뭐 하나 흠잡을 거 없는 예의바른 사람이면서 당신한테는 함부로 한다고. 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은 당신인데... 나 오늘 젊은 후배한테 엄청 많이 맞고 왔어.”

“맞아요? 어디를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맞았지. 그것도 엄청 많이. 그 놈이 나를 흠씬 두들겨 패더라고. 여기를 여기를 말이야.”

“가슴을요? 세상에나 이게 무슨 일이야? 병원 안가도 되요? 사진 찍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그런데 그 놈한테 말로 그렇게 두들겨 맞은 거 보다 아까 당신이 한 몇 마디가 더 아퍼.”

“뭔 소린지. 뭔 술을 이렇게 횡성수설 할 정도로 마시는 지.”

“여보, 어부인. 미안하오. 내가 이제부터라도 당신을 아주 극진히 대접 할 테니...”

“어부인이고 뭐고 대접 안 해줘도 좋으니 얼른 일어나 씻고 옷 갈아입어요. 현관 앞에서 이게 뭐하는 거예요?”

“부인, 내가 말이오 지금부터라도 부인을...”

마누라 이 말에 그날의 상황 종료되어 버렸답니다.

“이 양반 접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나? 부인은 자꾸 무슨 부인이래? 주인공이 어부인인가?”

아, 온몸의 기운이 빠져 정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더군요. 아내도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겠다며 방으로 들어 가버리고.

 

“마님, 오늘 회식이 있어 많이 늦을 거 같사옵니다.”

“이런이런 집에 할 일이 산더미인데. 마당쇠는 오늘 할 일이 뭔지는 알고 있는 감?”

“알고말곱쇼. 술 한 잔하고 속히 들어가 다 할 터이니 마님은 걱정 하시 마시고 맛사지나 하고 계십시오.”

“푸하하. 너무 재밌는데 여보? 회식은 즐기는 거 알죠?”

“넵, 마님. 명심합죠.”

가끔은 마당쇠가 되었다가 가끔은 오대감도 되었다가 이씨조선 옆에 작은 오씨 왕국이 있었다 우기며 임금마마도 되는 지금은 참 행복합니다. 내가 마당쇠가 되는 날은 아내는 마님이 오대감이 되는 날에는 오씨부인이 내가 오씨왕국의 임금이 되는 날에는 중전이 되는 아내. 말이 그렇더군요. 정말 내 마음을 담아 건네는 선물상자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에요. 백선생요? 이러는 나를 보며 아주 보람 있어 하죠. 아이들이 달라진 건 진짜 멋진 보너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