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남 이야기 4 - 일주일에 한번, 잡힌 물고기가 되어주자
휴가 때였어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침방송을 집사람과 같이 보게 되었는데 ‘행복하게 나이 드는 부부’라는 주제로 전문가가 나와서 강의를 하더군요.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여 가며 텔레비전도 꽤 쓸모 있을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볼멘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말도 안 돼. 이건 순전히 남자들 중심이잖아. 왜 남편의 취미를 같이 해보라는 거야. 아까 예를 든 거 봤죠? 등산이 취미인 남편을 따라 산을 오르게 되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바둑이 취미인 남편을 따라 바둑을 배우면서 남편이 혼자 바둑책을 보고 컴퓨터와 마주 하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아내 이야기. 웃기잖아요. 아내의 취미는요? 남편이 혼자 등산 간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시간 있으면 기원으로 달려간다고 잔소리 하지 말고 남편의 취미를 같이 해보라고, 그러면 남편을 이해하게 되고 같이 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잖아요. 아침방송을 듣는 사람이 대부분 아줌마여서? 정말 그 이유만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런 거 볼 때마다 비슷해요. 그래서 이런 방송이나 강의 들으면 길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벽을 하나 더 만나는 것 같은 답답함이....”
그리고 길고 긴 한숨을 쉬는데 그 한숨이 너무... 뭐라고 해야 하나... 나를 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러던 중 친구 놈과 술 한 잔 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 친구가 그러는 겁니다.
“요즘 세상 참. 우리 마누라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마누라가 손재주가 좋아요. 연애할 때는 생일 때마다 직접 뜬 조끼다 스웨터다 매년 선물을 하더라고. 사실 그 때는 이렇게 촌스러운 걸 선물로 주는 거야 싶은 것이, 왜 돈 주고 산 것이 쌈빡하고 훨씬 세련돼 보이는 건 사실이잖아. 하여튼 연애 4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정성을 쏟더니 아, 이번 생일에는.... 넥타이를 선물했더라고.”
“그럼 됐지 뭘? 생일에 아침도 못 얻어먹는 남자들도 많다는데. 우리 과장은 자기도 생일인 줄 모르고 출근했다가 회사에서 직원 생일에 주는 케이크 받고 생일인 줄 알았다는데 뭐.”
“아니, 선물도 선물이지만 말이 괘씸하잖아. 연애할 때 하고 왜 이렇게 다르냐고 했더니 아, 마누라 하는 말이 잡아 놓은 물고기 밥 주는 거 봤냐는 거야?”
“뭐? 잡아 놓은 물고기? 그거 남자들 멘트 아닌가?”
“내 말이. 나도 그렇게 말했지? 그건 남자들이 하는 말이라고. 그랬다가 한 방 크게 먹었다니까.”
“어떻게?”
“그 말이 남자들 전매특허냐고? 잡아 놓은 물고기인 건 서로 같은 처지 아니냐고.”
“그래?”
“울컥하는 마음에 내가 잡아 놓은 물고기라면 양동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수가 있다고 했더니”
“그랬더니?”
“눈도 꼼짝 안 해. 눈은 고사하고 속눈썹 한 가닥도 꼼짝 안하고 이러는 거야. 물고기가 물이 든 양동이 뛰쳐나가 봐야 숨쉬기만 어려울 거라고. 흙바닥에서 파닥여 봤자 몸에 흙만 덕지덕지 붙고 숨만 찰 거라고. 게다가 혼자 힘으로는 다시 양동이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불쌍하기 그지없는 신세라나. 강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물고기 잡은 사람이 들어 올려 양동이속으로 집어 넣어주지 않는 한 그 신세 볼 장 다 봤다는 거지.”
“제수씨 장난 아니네.”
“결혼하고 완전히 딴 사람 같아. 어떨 때는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싶을 때도 있다니까.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건 지.”
“그렇다고 안 당당할 건 또 뭐냐?”
“넌 누구 편이냐? 불을 지르는 것도 아니고.”
잡아 놓은 물고기라...... 집사람과 나는.....누가 잡은 사람이고 누가 잡힌 물고기일까? 부부는 같이 살아가는데 잡히고 잡힌 관계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잡은 사람과 잡힌 물고기는 같이 살 수가 없는데. 양동이에 담긴 물속에서도 안 되고 양동이 밖의 공기 속에서도 안 되고. 그런데 나도 집사람을 양동이 속에 잡아 놓은 물고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혼자서는 양동이 밖으로는 나갈 수 없을 거라는, 양동이 속에서 그냥 알아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면서 잘 지낼 거라는 무심함이 내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결혼하면서 나에게 있어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 아내는 왜 아침 방송을 열심히 보고 문화 강좌를 쫓아다니는 걸까? 그리고 어떤 답을 찾고 싶은 걸까? 아내 앞에 놓인 더 큰 벽은 무엇일까? 그저 투덜대는 일은 있어도 그런대로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아내는 나와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는 걸까? 나는? 나는 결혼하고 행복한가?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세줄 거미줄에 온 몸이 칭칭 감기는 것이라고 하는 말의 의미.....
그럼..... 우린 왜 결혼을 했을까?
결혼하기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아내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데.... 그저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이제는 결혼을 할 때가 되었지 않냐는 타인들의 시선에? 얼른 장가가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그런데 우린 결혼을 했고 같이 살고 있는데 아내는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하는 겁니다. 잡혀 온 물고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양동이가 너무 비좁은 걸까? 양동이가 아무리 커도 물속의 산소가 부족하면 물고기는 호흡 곤란을 느끼게 되는데.... 지금의 아내에게는 무엇이 문제일까? 잡혔다는, 결혼 그 자체? 양동이의 크기? 산소 부족? 나는? 결혼이라는 자체가 부담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총각 때와는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고 그것이 내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그건 나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아내도 그럴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본거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까를 궁리하기는 했지만 아내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양동이의 크기? 아내는 꿈이 큰 여자였어요. 직장에 다니면서도 대학원을 다녔고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했는데.... 직장도 공부도 아이를 갖고 어느 정도 키울 때까지는 잠시 미뤄두는... 그것도 아내의 생각이었지 솔직히 나는 아내는 그저 집안 실림이나 알뜰히 꾸리고 아이들 낳아 잘 키우기를 바라고 있고요. 지금 있는 이 양동이가 더 이상 커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어쩌면 이 양동이를 뛰쳐나가는 것 말고는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양동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아내를 숨막히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산소 부족? 남자치고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신기하다는 뭐 그런 눈치인 것 같군요? 나 스스로도 이렇게 까지 생각이 미칠 줄은 몰랐는데.... 결혼을 하고 나 스스로도 크게 행복하다, 결혼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 이런 끝없는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전혀 문제없이 괜찮았다면, 나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하다면 뭐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죠. 그건 아내의 일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날 아내의 서늘한 눈빛이 그리고 그 긴 한숨이 너무 강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었던 것도.....
나보다 결혼을 빨리 한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괜찮다고... 아이가 생기면 더 이상의 인생이란 없다고.... 하루하루 전쟁을 치른다는 기분으로 살아간다고. 그럴 때마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똑같죠.
“그럼? 안 살고 말까? 왜 그런 생각 안 하겠냐? 하지만 그게 말같이 쉽지가 않아요. 하여튼 다들 그렇게 살 껄. 너도 가봐라 별 수 없다.”
우리 스스로를 양동이에 잡아두고 더 이상 산소 공급도 없이 둘이 같이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는 부부라.....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해 보았죠. 양동이를 쏟아버리거나 부숴버릴 수는 없는 일이고, 물을 자꾸만 채운다고 해서 그 물에 산소가 풍부하게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의 이 양동이와 이 물의 양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산소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어떻게? 라는 문제가 막막하긴 했지만요.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는데...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뭘 좋아하는 지 솔직히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에 새삼 놀랐죠. 내가 좋아하는 것은 종이가 모자라게 적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오랜 생각 끝에 찾아 낸 것이 영화였어요. 그런데 사실 아내의 영화 취향은 나와 너무 달라서 연애를 할 때도 몇 번 같이 본 적이 없어요. 아내가 보고 싶다고 간 영화에서 내가 졸지 않은 적이 없었거든요. 자연 아내는 영화보자는 말에 그저 시익 웃으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라 가자고 했고. 아내는 내가 선택한 영화를 졸지는 않고 보았지만 점점 영화관 가는 일은 줄어들게 되었죠. 그러다 문득 아내의 말이 생각났어요.
“다른 건 몰라도 텔레비전은 큰 것으로 살 거야. 내가 좋아하는 영화, 영화관에 가서는 보지 못해도 집에서라도 실컷 보게.”
대형 벽걸이 텔레비전이 있기는 하지만 아내와 같이 영화를 본 기억은 거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내와 같이 영화 보기였죠.
“자기는 영화 언제 봐?”
“무슨 영화요?”
“자기가 그랬잖아. 이거 사는 이유가 집에서 영화 보기 위해서라고.”
“아....”
아내는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어요.
“내 말은 집에 혼자 있을 때.... 그러니까 내 말은 DVD 빌려서 언제 보느냐 뭐 그런 말이지?”
“거의...”
“거의 매일?”
내 말에 아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더니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변하더군요.
“자기는 내가 하루 종일 뭐 하는지 모르죠?”
“그거야, 나 출근하고 나면 설거지하고 대충 집 청소하고 그리고....”
“설거지하고 대충 집 청소 하고 그리고요?”
“그거야.... 마트에도 가고 가끔은 쇼핑도 가고 그러겠지?”
“그러게요. 그런데 설거지하고 대충 청소하고 하루 종일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 월급 타서 꼬박꼬박 갖다 줘,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야, 가끔은 외식도 시켜 줘, 생일이라고 이벤트도 해줘.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야, 그런 말이 하고 싶은 거죠?”
“.....”
“알아요. 직장생활 안 해본 것도 아니니 남편이 하루를 어떻게 박 터지게 살다오는 지 모르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숨이 막혀요. 진짜 누가 내 목을 이렇게 잡고 조이는 것 같아요.”
“알아.”
“알아요? 당신이 안다고요?”
“아니,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그래 조금은 알 것 같아. 당신 결혼하고 아기 가진다고 사표 쓰고 난 다음부터 지금까지 힘들었을 거라는 거... 다는 몰라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
“.......”
“아니,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당신이 영화 좋아한다고 그래서 텔레비전 큰 거 산다고 했었는데 영화를 자주 보는 가 싶어서, 그래서 물어 본 거였어. 사실 우린 연애할 때도 영화 같이 잘 안 봤잖어. 당신은 액션 영화 싫어하고...”
“내가 액션 영화 싫어해서?”
“아니, 아니, 그게 저어... 순서가 조금 바뀌었어.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는 내가 늘 조니까.... 그러다 보니.....”
“근데 새삼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예요?”
아내에게 휴가 때 본 아침방송부터 친구 녀석의 잡아 놓은 물고기 이야기, 그리고 며칠 동안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를 했죠. 아내가 그렇게 울 줄은 몰랐어요. 많이 서러웠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약속을 했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같이 DVD를 보자고. 혹 시간이 된다면 영화관도 가자고. 아내가 원하는 요일이 금요일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난처하기도 했어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 금요일에 약속이 제일 많은지라.... 아내는 밤 10시로 시간을 양보해 주더군요. 금요일 밤 10시, 세상없어도 그 시간만큼은 집에서 아내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 앉기로 약속을 했죠. 참 이상한 것은 그 후 달라진 우리의 시간들이죠. 같이 동네 대여점을 가는 일이 생겼고, 신문에서 영화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을 해서 같이 보게 되었고 인터넷에 영화 관련 기사가 뜨면 꼼꼼히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아내가 원하는 프랑스 영화를 비롯해서 유럽 영화를 봤는데 사실 큰 고역이었죠. 졸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써야 했는 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도 조금씩 영화를 고르는 것이 달라지는 거예요. 액션 영화를 고를 때도 있고 유치하다며 고개를 젓던 로맨틱 코메디도 고르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 전 처갓집에 갔을 땝니다. 조카들과 피자를 먹는데 장모님이 그러시는 겁니다.
“최서방, 자네 피자도 자시나?”
“아, 그게요. 한 5년 조금씩 먹다보니... 이제는 두 조각 정도는 먹힙니다. 은근히 맛이 있더라니까요.”
“별일이네. 처음에 장가 왔을 때는 피자라면 고개를 젓던 사람이.”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것, 그건 어쩌면 한 입을 베물기 시작하는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파자라면 진짜 고개를 저었었거든요. 그런데 아내는 피자를 참 좋아했어요. 영화 보는 날마다 아내가 좋아하는 피자를 시켰는데 처음에는 거의 아내 혼자 먹었었는데 한 입, 두입 먹다보니..... 이젠 아내가 지겹다고 다른 시켜 먹자고 하는데 나는 맛만 좋을 걸요.
금요일 영화요? 내가 아내를 해줄 수 있는 아주 작은 산소 공급이죠. 하지만 아내는 그것을 통해 깊은 숨을 쉰다고 합니다. 금요일 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말만큼 쉽지는 않아요. 회식 자리가 있어 늦어도 아내는 혼자 보거나 먼저 자거나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웃기는 건 아내가 영화보다 잠드는 날이 생겼다는 겁니다. 코까지 도롱도롱 골면서. 하루 종일 아이 둘과 씨름을 하다보니 그렇다며 변명을 하는 아내. 하지만 아내는 꿈을 가지게 되었죠.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나면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들에 관해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어요. 이제는 그 글쓰기에 관한 꿈이 아내의 가장 풍부한 산소 공급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블로그도 만들었어요. <부부가 같이 본 영화, 서로 다른 이야기>라는.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를 하나 더 만든 셈이죠. 가끔 아내 블로그에 들러 같이 본 영화에 대한 아내의 생각을 읽어 보죠. 정말 서로 너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절감할 때가 있죠. 아내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예전에는 양동이가 철로 된 불투명한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투명한 것으로 바뀌었다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남편의 취미를 같이 하라는 아침 방송을 보며 느꼈던 그 벽. 그 벽을 무너뜨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아, 내가 아내 때문에 하게 된 일이 또 있어요. 패션 잡지 보는 거요. 아내는 한달에 한 권 꼭 패션 잡지를 사요. 마르끌레르나 보그, 바자 중에 한 권을 사죠. 처음에는 이걸 왜 보나, 온통 광고뿐 이구만 싶었는데 어느 날 부턴가 화장실에 갈 때 잡지를 들고 들어가더라고요. 아내는 이 옷이 예쁘다 이 목걸이가 멋지다 열심히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 것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죠. 그저 이것도 아내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한 방법이구나, 생각할 뿐이죠. 아내이기 전에 여자라는 생각을 하면 답이 조금씩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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