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연재 11>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착한재벌샘정 2009. 7. 10. 16:11

 

 

완소남 이야기 1 - 변기의 시트는 올리고, 뚜껑은 꼭 닫아라

 

부부 싸움의 주제는 뭘까요?

국회의 파행 운행?

촛불 집회?

범죄자들의 인권 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아니죠? 아주 소소한 것, 이것 때문에 사워야 한단 말이야 싶을 정도의 문제로 싸우는 것이 보통입니다. 두 사람의 생활 습관이 많이 다르다 보니 당연히 부딪히게 되는데.... 습관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생각보다 그놈 무섭고 끈질긴 놈이더라고요.

마누라 잔소리.... 듣기 좋은 사람 어딨을까요? 그런데 마누라는 그래요. 잔소리 좀 하게 하지 말라고. 안하면 될 것을. 문제는 간단한 것 같죠?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아요. 집사람은 내가, 남편이 잔소리를 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그 원인을 다 나한테 떠넘기죠. 나는 제발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 좀 그만 할 수 없느냐고 화를 내고. 나는 집사람이 잔소리를 안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집사람은 내가 잔소리를 안 하도록, 잘하면 고치라는 거 고치기만 하면 문제는 간단하다고 하죠.

아내의 잔소리요?

현관에 들어서면 구두 좀 가지런히 벗어라.

현관 입구에서 양말 벗고 빨래통에 바로 넣어라. 양말은 거꾸로 홀라당 벗지 말고 두 짝을 말아 뭉치지 말아라.

벗을 옷은 옷장에 바로 넣지 말고 베란다에 널어 담배 냄새, 고기 냄새 등이 날아가게 해라.

팬티바람으로 있지 마라.

볼일을 볼 때는 꼭 시티를 올려라. 물을 내리기 전에 시트는 내리고 변기 뚜껑을 닫아라.

손 발 씻어라.

집에 들어와 3분 정도에 듣게 되는 말들이죠. 어떻게 했느냐고요?

신발은 벗다 보면 삐뚤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뒤집어 지기도 하는 거 아닙니까? 초등학교 신발장 같을 필요가 있겠어요? 신 벗고 뒤로 허리 굽혀 신발 정리하는 거 그거 결코 쉬운 거 아니에요.

양말도 그래요. 신발 벗고 그 자리에서 양말 벗게 되나요? 서서 벗는 거 어려워요. 일단 거실로 들어 와서 소파에 앉아서라도 벗어야지. 그리고 벗다보면 뒤집어 질 수도 있고 벗은 거 소파 부근에 던져 둘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럼 빨래통을 현관 옆에 두던 지 소파 옆에 두지 뒷 베란다 세탁기 옆에 둔 빨래통까지.... 그거 쉽지 않아요. 그리고 양말이라는 게 이상하게 습관적으로 손에 들게 되면 한쪽 입구로 다른 쪽을 말아 꼭 짝을 지어놓게 되더라고요.

양복 벗어 옷장에 거는 것까지 뭐라 그래요. 하루종일 일하고 지쳐 온 사람에게. 그럼 자기가 받아서 베란다에 갖다 걸든가?

집에서라도 편하게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하루 종일 넥타이 매고 살아보면 하나라도 덜 걸치는 것이 얼마나 편한 지 알겁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우리집인데 뭐가 어떻다는 건지.

변기도 그래요. 오줌도 맘 편하게 못 눈다니까요. 급한데 시트 올리고 말고 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변기 뚜껑은 왜 그렇게 꼭 닫으라는 건지.

왜 그렇게 손을 못 씻어 난린지. 손 자주 안 씻어도 건강하게 이제까지 잘만 살았구만.

그러면 이런 잔소리가 따발총처럼 날아오죠. 이 말과 함께 시이~~~작!

“어떻게 매일 똑같은 소리를 해야 해요, 정말. 어떻게 그렇게 안 변해?”

현관은 그 집의 첫 얼굴이다. 신발이 너절부러져 있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신발 벗는 사람 따로 있고 정리하는 사람 따로 있어서야 되겠는가. 자기 신발만 잘 챙기면 서로 편하고 깔끔한 현관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신발 안에 있던 양말, 냄새와 세균이 대단하다. 그 양말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 되겠느냐, 그리고 양말을 벗을 때 조금만 신경 써서 뒤집어 벗지 않으면 세탁할 때 다시 뒤집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두 짝을 끼워 돌돌 말아 놓아도 세탁시 다시 풀어야 하니 그러지 말아라.

땀 냄새, 담배 냄새, 점심 저녁 먹느라 밴 음식 냄새까지 옷의 섬유 올 사이사이 냄새가 덕지덕지다. 그 상태로 옷장에 넣으면 다른 옷에 냄새가 밴다.

마누라가 우리 집인데 뭐 어떠냐며 런닝에 팬티 바람으로 있으면 보기 좋겠느냐. 누가 안 본다니, 그럼 마누라와 자식은 사람도 아니란 말인가. 넥타이에 양복을 입으라는 것도 아니고 반바지에 티셔츠 정도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는데 그게 그렇게 힘이 드느냐?

볼일을 볼 때 변기 시트에 오줌 방울이 튈 수 있느니 시트는 꼭 올리고 물을 내리기 전에 시트는 내리고 변기 뚜껑을 닫아야 냄새와 세균이 온 집안에 퍼지지 않는다.

수많은 세균이 득실거리는 손과 발을 씻는 것은 문화인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아내가 하는 말, 그거 다 맞습니다. 그래도 안 고쳐지니 그게 문제였죠.

 

“남편을 길들일 때는 개 훈련 하듯이? 이게 뭐야? 그럼 내가 개란 말이야?”

우연히 점심시간에 옆 자리 박대리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는 호기심이 생겨 박대리가 읽고 있는 메일을 보았습니다. 무슨 카페에서 회원들에게 보내 온 글이라는데 모 방송국에서 부부에 관한 주제로 방송을 하면서 나왔던 거라나요. 남편에게 일을 시킬 때는 좋아하는 일부터 시키고 하고 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칭찬을 하라.

“뭐야? 한마디로 강아지 훈련을 시키듯이 하라는 거네. 왜? 설거지 시키고 잘했다고 강아지 껌 던져 주듯이 남편 좋아하는 소주 한 잔 대접하라고 하지? 뭐 이런 개뼉다구 같은 소리가 있어. 참나, 텔레비전 앞에 아줌마들 앉히려고 별 짓을 다 하는 구나. 이러다가 온 동네 강아지 멍멍 하는 소리 들리는 거 아냐. 여보 나 설거지 했어 멍멍, 세탁기 돌리고 탁탁 털어서 빨래 널었어 멍멍. 아기 젖병 소독도 다 했어 멍멍.”

흥분한 박대리의 목소리는 이 한 마디에 툭 꺾이고 말았죠.

“남자들이 얼마나 말을 안 들었으면 개 훈련을 하듯이 해보자는 시도까지 하게 되었을까?”

“결....결혼도 안 한 아가씨가 뭘... 뭘 안다고?”

말까지 더듬으며 흥분을 다 가라앉히지 못한 박대리를 향해 쏟아지는 말들.

“개 훈련을 하듯이라.... 여자들은 뭐 행복하겠어요? 남편을 개 훈련시키듯이 하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여자들 스스로가 더 힘들 거 같은데. 유치하고 한편으로 비참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개 훈련 방법까지 써야 하는 남자와 한 평생을 살아야 하나 싶은 것이. 그런데요 그렇게 개 훈련 방법을 써서 남편이 바뀌면요? 그게 진짜 더... 그렇지 않나요? 같은 사람으로서 말로 부탁할 때는 안 들어 주던 남편이 개 훈련을 하듯이 하니 바뀌더라. 눈물 나는 또 한편으로는 황당 시츄에이션 아니에요? 그렇게 해서라도 바꾸려는 아내도.... 그렇게 해야만 바뀌는 남편도..... 그러니 뭐하러 결혼은 하느냐는 거죠? 이꼴 저꼴 안 보고 혼자가 상팔자지.”

퇴근해서 현관문을 들어서서 구두를 벗는데.... 조금만 신경 써서 벗으니 굳이 돌아서서 허리 굽히고 엉덩이 쳐들지 않아도 가지런히 벗어지더군요. 현관 올라서면서 양말 뒤집어 지지 않게 벗고 두 짝 끼우지 않았죠. 뒷 베란다에 있는 빨래 통에 넣으러 가는 일은 사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그만 둘 만큼 힘든 일은 아니었어요. 와이셔츠도 빨래통에 갖다 넣어야 되는데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으로 나누어 한다는 약간의 억울한 마음도 사실이고. 양복 벗어 옷걸이에 걸어 앞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걸어 놓는 일도 꼭 이래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걸 원한다니 하면 될 거 아냐, 싶은 마음으로 갖다 걸었죠. 와이셔츠를 들고 다시 한 번 뒷 베란다로 가면서 아까보다 조금 더 억울한 마음도 생기더군요.

‘그래도 강아지 훈련을 받을 수는 없잖아.’

스스로에게 말하며 화장실로. 제일 중요한, 절대 잊어버리는 안 되는 일. 변기 시트 올리고 볼일 보고 시트 내리고 변기 뚜껑 꼭 닫고 물 내리고. 손 씻고 발도 씻고. 뽀드드득.  아차, 뒤에 쓰는 사람을 위해 화장실 뒷정리도 하고.

거실로 나오는데 진짜 너무 억울하게도 아내는 내가 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겁니다. 주방에서 저녁 준비하면서 거실에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 눈길 주기가 바빠 보이더군요. 제대로 안 할 때는 망원경으로 보고 있던 것처럼 잔소리를 해대더니 너무 한다 싶은 겁니다.

“구두 정리했고 양말도 안 뒤집어 벗어 빨래통에 넣었고 양복도 앞 베란다에 널어 뒀고.... 내 말 들려? 듣고 있는 거야? 변기 시트 올리고 볼일 봤고 변기 뚜껑 닫고 물도 내렸어. 손도 발도 깨끗이 씻었고 뒷정리도 다 했다니까. 엉? 텔레비전 좀 꺼. 보지도 않는 걸 틀어 놓고 그래?”

불쑥 아내가 한 마디 던지는 겁니다.

“그래서요?”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했다고.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했다니까.”

“해보니까 어때요?”

“.... 솔직히 번거롭고 귀찮지....”

“당신이 안 하면 그 일 다 누가 해요? 현관에 벗어 둔 당신 구두 내가 챙겨요. 소파 옆에 벗어 둔 양말과 와이셔츠 내가 빨래통에 갖다 넣어요. 옷장에 걸어 둔 옷 꺼내서 내가 건조대에 갖다 널어요. 변기 시트 씻는 일, 내가 해요. 화장실 뒷정리, 내가 해요.”

“현관이야 좀....”

“그래요. 현관에 벗어 둔 구두는 좀 흐트러져 있어도 그냥 둬도 돼요. 하지만 양말과 와이셔츠는 내가 갖다 두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소파 옆에 그대로 있어요. 양말도 내가 풀고 뒤집지 않으면 그대로고요. 옷장의 옷, 냄새 좀 배여도 그냥 둘 수도 있어요. 변기 시트, 당신도 큰 볼일 볼 때 막상 앉으려면 눈살 찌푸려질 걸요. 늘 내가 깨끗하게 씻어두고 닦아 둔 곳에 앉으니 그런 생각 안 해봤겠지만요.”

“그래서 했잖아. 해도 그 잔소리는 여전하구만. 하여튼....”

“이것 역시 당신에게는 잔소리군요. 그래요, 잔소리. 근데 이 잔소리, 당신이 하게 만들었잖아요.”

“또 나야?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도 당신이 잔소리하잖아 지금.”

“당신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뿐이에요. 자기 구두 챙기고 자기 양말 벗어 정리하고 자기 옷 관리하고 자기 손 발 씻었어요. 그래서 가만있었어요. 그렇게 안하면 하라고 잔소리를 해대겠지만 다 했으니 아무 말 안 한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구두 어쩌고 양말도 어쩌고... 당신이 이야기 하지 않았음 이런 이야기 할 필요 없는 거였어요.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을 가지고.... 개 재주 배우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강아지 한 가지 재주하고 과자 달라 안아 달라 보채는 것처럼.”

“뭐, 뭐? 강아지? 재주? 에이씨 오늘 정말 이 놈의 강아지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우습네요. 그날 정말 강아지가 있었다면 심하게 한방 걷어 차였을 지 모릅니다. 그날 이후 많이 달라졌죠. 집사람이 부르면 대답도 잘 합니다. 아무리 야구가 9회말 투 아웃 만루에 홈런 공이 날아가고 있어도 집 사람이 부르면 집사람의 눈을 마주보고 대답하죠. 야구는 귀로 들어도 되지만 아내의 얼굴은 내 눈으로 봐야할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부부가 같이, 같이 행복하게 사는 거 별거 없어요. 고집 안 피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 훈련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남편 대접 받아야지 강아지 취급 받아야 되겠습니까?   

변기 시트 꼭 올리고 변기 뚜껑 닫는 거 그거 별로 안 어려워요. 아내가 원해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집의 식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거든요.  

 

* 이 글부터 제가 직접 찾아가 만났던 분들의 인터뷰 글들입니다. 메모하고 녹음했던 것들을 정리한 것으로 글 주인의 허락도 받은 것입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멋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 시간들이 새삼 떠오르네요.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곳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