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들

착한재벌샘정 2009. 3. 27. 14:46

오늘 점심을 굶었습니다. 배는 고프지만 너무 행복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이랍니다.

요즘 저희 학교 아이들은 시간기록계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 속력이 일정한 운동, 속력이 점점 증가하는 운동, 속력이 점점 감소하는 운동을 시간기록계를 이용하여 종이테이프에 나타내는 것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가 않은 것이지요. 물론 대충 해버린다면 단 몇 분 만에 끝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저의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4교시 2학년 5반이 그 수업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아주 열심히 해주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즈음에는 자신의 결과물을 제게 제출을 하였습니다. 저도 곧 점심을 먹으로 가야지 하며 책상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텅 비어야 할 과학실에 네 명의 아이가 남아 있더군요.

유난히 느린 두 아이와 그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남아 있는 또 다른 두 아이. 두 명의 아이는 제 책상 바로 앞 실험대에서, 그리고 다른 두 아이는 과학실 중간쯤에 있는 자기 조 실험대에서 열심히 종이테이프를 당기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시작 된 지 20분이 지났건만 아이들은 멈추지를 않았어요. 저는 배가 고팠지만 아이들을 두고 과학실을 나갈 수가 없어 교재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귀에 이런 말이 들리는 순간 제 가슴은 감동으로 따뜻해졌답니다.

“우리 급식 포기하자. 내가 집에 갈 때 떡볶이 사 줄 테니까 천천히 해라.”

처음에는 도움을 받는 아이가 자기를 위해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는 친구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남아 있는 아이가 하는 말이었어요. 아이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니가 마음에 들 때까지 해라. 나는 괜찮다. 그리고 테이프는 자를 때 있잖아 이렇게, 아니 아니 그렇게 말고.....”

그렇게 네 명의 아이들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점심시간이 반이나 지나도록 과학실에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그만하고 점심 먹으러 가라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조금 지나서는 도와주는 아이만이라도 점심을 먹으러 가라고 해 보았죠. 하지만 아이들은 묵묵히 친구들 도와주었습니다. 아마 그 아이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일거라는 생각에서 그저 지켜보자 마음 먹었지요.

그동안 수업을 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느리지만 해보고자 무지 노력을 하는 아이들이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속력 반응식을 세우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이가 단위 환산도 배우고 다양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아마도 그 아이의 그런 노력이 친구로 하여금 배고픈 것을 참아가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점심 한 끼 굶는 것이 쉽지 않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보기로 하였지요. 

친구의 도움을 받은 아이는 오늘 그 시간동안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력이라는, 열정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조금 알았을 것이고, 이제 조금씩 알아간다는 기쁨도 느꼈을 것이고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꼈을 겁니다. 드디어 완성한 공책을 내고 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보였고 상기된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거든요.

도움을 준 아이 또한 그 못지 않은 것을 느꼈을 겁니다. 자신의 시간을, 점심을 포기하면서까지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는 그 느낌은 무엇에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봐라, 하니까 되지?"

하며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씨익 웃던 아이의 얼굴에서는 따뜻함이 가득했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들을 지켜보는 그 시간은 제가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아이들이 있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행복한 점심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