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교사의 모든 수업은 늘 학생들에게 공개수업입니다

착한재벌샘정 2009. 3. 23. 00:05

지난 13일 전주로 출장을 갔었습니다. 전북교육청에서 마련한 강의였는데 교육문화회관에 무려 1,600명이나 되는 분들이 모였다고 하더군요. 전북교육청 소속 초, 중, 고 교감선생님들과 학생부장님, 전문상담선생님들과 장학사들이었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강의를 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때 제 강의를 들으셨다는 선생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전해 오셨어요.


‘교실 문을 열라는 말씀에 처음에는 충격받았습니다. 학교로 돌아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후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존재가.... 학생들이 마치 거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두려워졌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학생들을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수업을 한 지 한 주가 지났습니다. 제가 변한 것이 있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수업 들어가서 오늘 어디 할 차례냐고 묻지 말라고 하셨죠? 그건 준비되지 않은 수업이라고. 어디 할 차례인지는 알고 그 반만을 위한 수업을 준비하라고.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반에 들어가기 전에 그 반의 진도가 어디인지는 알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아니, 그렇게 합니다. 지금은. 조금 더 지나면 그 반만을 위한 준비된 교사가 되어갈 것 같습니다. 기특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선생님께 다짐을 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릅니다. 학생들을 위해.....  

(중략)‘


메일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학생’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네, 하고요. 교사이지만 저는 학생이라는 말을 그리 잘 쓰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즐겨 쓰는 말은 ‘아이’거든요.^^ 전 그 말이 좋아요. 우리 반 아이, 우리 학교 아이들, 나와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

 

메일을 보내신 선생님이 충격을 받았다는 ‘교실 문 열기’

제가 강의를 갈 때 마다 꼭 부탁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공개 수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부형 공개 수업과 같이 아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수업을 참관할 때 사용하는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교사의 모든 수업은 모두 공개수업이라고. 누구에게냐고요? 그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에게지요. 매 시간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수업을 새삼 공개수업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는 것인 지....

교사의 수업은 매 시간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공개되고 있고 또한 평가까지 받고 있으니 교사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장학사도, 교장 교감도, 동료 교사도, 학부형도 아닌 아이들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를 위한 수업일까요? 수업은 그 일을 직업으로 살고 있는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며 그 수업을 받고 인생을 키워나갈 아이들에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사인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교사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되고 진행되는 수업이라면 수업 도중 한 두 사람 더 들어 와 본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공개되고 있는 수업인데,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평가를 받으면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인데, 아이들보다 더 생각해야 할 그 누군가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늘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수업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수업을 진해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는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명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을 생각해 보면, 수업 준비... 최선을 다해 할 것입니다.

그렇게 매일 매일을 학부모들이 뒤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훈계가 필요하다면 그 누가 와 있어도 할 것은 해야지요. 아이들의 기초 실력이 낮아 수업 내용의 수준을 낮추어야 한다면 그건 교사의 실력부족이나 무성의함으로 인한 것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가끔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교사이기 전에 인간인데 당연하지요. 하지만 결국 아이들 앞에 서는 교사인 걸요. 그럴 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저기 과학실 뒤에 이 아이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와 있다면 어떨까, 하고.

비굴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이에게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수업은 교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삶의 시간’들입니다. 그 시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고요. 아이들도 학교에서 행복해야하지만 교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은 곧 저의 삶이니까요.

그리고 믿습니다. 이 땅의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살아가고 계시는 선배님들에게서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칠게요.

경상여중으로 전근 와 3주. 아이들에게 두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첫 편지를 받은 후, 한 아이가 수업이 끝나고 과학실을 나가면서 연습장 한 귀퉁이를 찢어 쓴 쪽지를 던지듯이 주고는 황급히 나가더군요. 거기에는 이런 글을 적혀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사랑한다는 편지는 첨이에요.ㅠㅠ>

가슴 전체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번분수를 계산 할 줄 몰라 눈가가가 촉촉해지던, 키가 너무 작아 아직은 초등학생 같은 그 아이의 얼굴이....

두 번째 쓴 편지는 너무 열심히 잘 해주고 있는 아이들 전체에게 쓴 편지이기도 하지만 그 아이의 짧은 쪽지에 대한 답장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