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준비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
‘형성평가’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은 어떨까?
오후에 예슬이게 보낼 책을 책장에서 고르다가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 중 마음에 남는 구절들을 옮겨 적은 공책을 보게 되었어요. 언제 적 것인지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 오래 된 공책. 휘리릭 넘겨보니 많이도 적어 놓았더군요.^^ 대부분의 내용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이었어요.
공책에 적힌 그 많은 긍정의 말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긍정의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래서 그런 지 수업준비를 하다가 ‘형성평가’라는 말보다 아이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 줄 다른 말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이렇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를 이렇게요.
중학교 2학년 과학의 첫 단원은 ‘여러 가지 운동’이라는 것인데 중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공부해보았던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했었어요. 조금 더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나름 최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험문제가 아닌 비록 형성평가라 하더라도 ‘풀어야 하는 문제’는 그 어떤 것이든 아이들에게는 부담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문제를 푸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해보았는데 어떨 지..... 솔직히 저도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답니다.
일단 한 번 해보고 아이들의 반응과 의견을 들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또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올해 세운 목표 중에 ‘아이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자’라는 것이 있어요. 아이들과 과학수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여러분들의 생각을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은 바보같이 선생님 생각만으로 가버릴 수 있거든요. 작은 이야기라도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꼭 해주세요. 수업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말이 너무 빠르거나 진도가 너무 빠르거나, 그 어떤 것도 괜찮아요. 이건 선생님의 수업이 아니라 여러분들과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잖아요. 선생님 혼자 마구 마구 달려가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잘 도와줘야 해요. 부탁할게요. 선생님을 잘 도와주세요.”
그래서 그런 지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러 교탁 앞으로 오곤 합니다.
“선생님, 강의 원고 써서 발표하는 거 너무 긴장 되요. 다음 시간에 하지 말고 조금 더 연습 한 다음에 하면 안 돼요?”
“우리가 쓴 강의원고가지고 강의하면 1분도 안 걸린다고 했잖아요. 그럼 선생님은 한 시간 수업하려고 얼마나 많은 걸 써요? 되게 많이 쓰겠네요?
“단위 바꾸는 거 어려워요. 연습을 조금 더 했으면 좋겠어요.”
“학습목표 이야기 할 때 너무 신기했어요. 선생님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까 진짜 어떻게 말해야 할 지.... 기준점이 꼭 있어야 하는 거 영원히 안 잊어버리겠어요.”
“저는 아무리 글자를 크게 쓸려고 해도 잘 안돼요. 제 꺼 너무 작아 못 읽는 건 아니죠. 앞으로 더 크게 쓰도록 할 테니까 꼭 읽어주세요.”
“산수 못하면서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다고 했잖아요. 그럼 나누기 공부를 더 하면 될까요?” 등등
올해는 친한친구교실, 멘토 활동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외부 강의도 최대한 줄이고 경상여중 2학년 공주들과 행복하고 신나는 과학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큰소리 쳤거든요. 잘 도와주겠다고. 그 약속 꼭 지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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