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븐 요리는 소개 하지 마. 오븐 없는 사람 얼마나 짱 나는 지 알어?"
주부 5년차인 막내 동생의 볼멘소리.
혼수로 오븐만은 꼭 사라고 했더니
"오븐에 뭘 얼마나 자주 해먹겠어? 돈이 적은 것도 아니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오븐 산 친구들도 애물이라고, 모자라는 수납공간으로 밖에 안 쓴다던걸 뭐. 오븐 값으로 분위기 있는 곳에 가서 사 먹는 게 편하고 더 싸게 먹히지 않을까?"
라던 동생.
나는 오븐 요리를 좋아해 텔레비전을 생략했던 가난한 혼수에 오븐 겸용의 전자렌지에 많은 돈을 들였었다.
몇 년 후 가스렌지가 고장 나 가전제품 매장에 갔을 때 남편은 가스오븐을 사자고 했다.
"전자렌지가 오븐 겸용이니까 가스렌지로 사."
"뭘 하나사도 앞으로 10년은 내다보고 사야할 거 아냐. 나이 40이 넘었을 때 주방에 가스렌지 보다는 오븐이 있는 게 훨씬 낫지."
10년이 지난 우리 집 오븐은 폼 나기는 커녕 손님들의 지적(?) 대상 1호가 되어있다. 흰색 주방에 혼자 독야청청(獨也靑靑)이 아닌 독야흑흑(獨也黑黑)에 온통 흠집까지. 손잡이는 전부 새 것으로 바뀌었는데 교체시기가 다르다 보니 손잡이와 몸체, 손잡이와 손잡이들 간의 불협화음 이란.
하지만 그 불협화음은 어떤 재료도 멋진 화음으로 소화해내는 '그라탱'을 구워낸
결과이리라. 그라탱(gratin)은 '재료와 소스를 그라탱 접시에 담고, 빵가루와 치즈가루를 뿌려 표면이 누르스름할 때까지 오븐에 구운 요리 또는 조리법'이라고 한다. 그 재료는 해물에서부터 각종 야채, 생선까지 수 없이 다양하고 그로 인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맛들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이다.
퇴근길에 만난 노점 할머니께서 다듬고 있는 옥수수. 욕심내어 한 냄비를 삶았더니 식구들 모두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어댔지만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식으면 별 맛이 없는데, 하는 생각 끝에 선택한 요리가 그라탱. 먹고 싶은 재료들 섞고 치즈 듬뿍 얹어 굽기만 하면 되니까 내가 즐겨 선택하고 우리 아이들이 맛나게 먹어주는 그라탱.
그런데 이 요리 이름을 뭘로 하지?
'애들아, 이거 이름 지어 봐봐봐.'
◇재료=삶은 옥수수 2개, 토마토 2개, 감자 1개, 브로콜리 50g, 모차렐라 치즈 100g, 마카로니 100g, 게맛살 3줄, 버터 40g, 마요네즈 5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①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마카로니를 먼저 삶는다.
②감자는 전자렌지에 삶아 뜨거울 때 으깬다.
③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 후 작게 자른다.
④맛살은 1㎝ 정도로 썬다.
⑤토마토는 +자로 칼집을 낸 뒤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 후 0.5㎝ 정도 두께로 썬다. ⑥큰 그릇에 삶은 옥수수 알갱이, 마카로니, 으깬 감자, 맛살을 넣고 잘게 다진 버터와 마요네즈, 소금으로 버무린다. 버터가 들어가니 소금은 조금만.
⑦그라탱 그릇에 ⑥의 재료를 담고 토마토와 브로콜리를 얹고 맨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다.
⑧220도에서 20분간 굽는다.
2004년 7월 1일 매일신문 요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