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잘 먹자

시리얼 바

착한재벌샘정 2004. 7. 16. 09:48
 

“1번.”

“몇 번 까지 있어요?”

“2번”

“에게게, 겨우 2번까지 밖에 없어요.”

“준비할 재료가 별로 없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어려운 글자들 있으니 잘 받아 적어. 1번. 볶은 땅콩 30그램.”

“네? 뽁은 이에요 복근이에요?”

“이 아가씨야 받아쓰기 하는데 그런 거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어딨어? 한 번만 더 부른다. 볶은 땅콩 30그램.”

작은 아이가 메모지에 열심히 적고 있는 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 친구가 한 마디 거든다.

“볶은 할 때는 기역 두개 해야 해. 그렇죠, 아주머니?”

“어허, 받아쓰기를 둘이 함께 한단 말이지?”

내 말에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두 아이는 서로 손뼉까지 마주치며 깔깔 웃어댄다.

 

“1번 다 썼으면 2번. 콘프레이크, 괄호하고 단맛이 없는 것.”

“괄호를 해야 해요, 아니면 괄호 하고, 라는 것도 글자로 써요?”

“네가 생각하고 판단해.”

두 아이는 아주 심각히(?) 고민을 하더니 괄호를 하고 그 안에 ‘단맛이 없는 것’이라는 글자를 쓰고는 ‘그럼 됐죠?’라는 말을 남기고 쏜살같이 현관문을 나섰다.

 

“어머니, 볶은 땅콩은 중국산 밖에 없다는데요. 어떡해요?”

슈퍼마켓에서 걸려온 전화. 이런 돌발 상황을 대비해 내 휴대폰까지 들고 나가다니. 저 성격도 만만찮군.

“그럼 안 볶은 걸로 국산으로 사와. 집에서 볶으면 되니까.”

 

우리 집 아이들은 요리를 하면서 글자를 깨쳤다. 요리 책을 보면서 글자를 익히고 이렇게 장을 봐야할 재료들을 받아 적으면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면서.

 

“설탕의 색이 어떻게 변하는 가 잘 봐.”

“어어, 점점 더 까매져요.”

“캐러멜라고 해. 설탕이나 물엿이 열에 의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인데 빵을 구우면 겉이 갈색이 되잖아. 같은 현상이지.”

“어머니의 과학 강의가 시작되었군요. 랩으로 해주세요. 지원이가 어머니가 랩으로 설명할 때가 제일 재미있대요.”

 

아, 나는 오늘 또 무지 행복해지는구나. 절대 음치의 랩송에 열광해줄 이, 이 아그들 말고 또 있으랴.  

 

◇재료= 시리얼 1컵(단맛이 없는 것), 땅콩 30g, 설탕 50g, 물엿 2큰술, 물 1큰술, 빈 우유팩, 나무젓가락  

◇만들기=①땅콩은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볶는다.

②씨리얼과 볶은 땅콩을 1회용 비닐에 넣고 나무 방망이로 콕콕 두드려 잘게 부순다.

③빈 우유팩을 잘라 모양 틀을 만든다.

④프라이팬에 설탕, 물엿, 물을 넣고 약한 불에서 젓지 않고 갈색으로 변할 때 까지 둔다.

⑤완전히 갈색으로 변하면 ②의 재료를 넣고 재빨리 섞어준다.

⑥모양 틀에 ⑤의 재료를 반쯤 넣고 나무젓가락을 놓은 뒤 다시 재료를 넣어 꼭꼭 눌러 준다.

⑦완전히 식으면 모양틀을 떼어내고 장식하여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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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6월 24일 매일신문 요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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