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잘 먹자

감자꼬마주막밥

착한재벌샘정 2004. 6. 26. 14:48
 “어휴 배고파. 아침도 못 먹었는데 이러다 저녁까지 굶겠어.”

“아침은 꼭 먹는다면서요?”

“그러게 말이야. 세상없어도 아침은 먹는데 오늘은 일이 그렇게 됐어.”

“이럴 줄 알았으면 감자라도 삶아 오는 건데. 어제 감자 한 바구니 샀는데.”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방송 녹화는 예상과는 달리 저녁 시간이 다 되가도록 끝날 줄 모르고 아침 안 먹으면 죽는(?) 아는 내가 그 때까지 밥 한 끼 못 먹었으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코끼리’라는 별명을 가진 내가 여기서 쓰러진다면? 같이 일하고 있는 스텝들을 아무리 둘러 봐도 날 들쳐 업고 뛰어 갈 사람이라고는 없으니 참아야지 하고 있는데 작가 아가씨의 삶은 감자라는 말에 나는 벌써 집 주방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나도 별수 없다.

“난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딸들이 자라면서 하는 말 중 적지 않게 하는 말일 것이다. 그 중에 매일 식구들 남긴 음식 아까워 ‘그럼 이걸 버리냐?’시며 드시던 어머니를 보며 나중에 절대 남은 음식 안 먹겠다 큰소리쳐댔었는데.

내 눈앞에는 찬밥과 아침에 먹다 남긴 구운 김이 어른거리고, 피자를 따라 왔던 피클이 좀 오래 됐는데 어쩌지 하는 걱정이 절로 드니 말이다.

감자에 구운 김, 피클이라….

뭘 해먹지? 갑자기 감자를 꼭 먹어야겠다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남은 김과 피클까지? 이 강박감은 도대체 뭘까?

 

방송 대본 뒤에다 세 가지가 재료가 모두 들어가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적어 보는데 딴 짓 하는 것이 카메라 감독님에게 딱 걸렸다. ‘어허~ 그러고 계실 시간이 아니지 싶은데요.’라며 은근히 압력이 들어오니. 하지만 내 성질을 나도 이기지 못하는 때가 있으니 난들 어쩌리요.

 

밤 11시가 되어 집에 돌아 왔건만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주방으로 직행. 전자렌지에 감자 삶고 달걀은 완숙으로 삶아야 하니 넉넉하게 14분 삶고 혼자 먹는 거지만 그래도 장식은 해야겠다 싶어 브로콜리도 꺼내고.

 

간식은 꼭 아이들만 먹으라는 법이 있나? 라며 열심히 먹으니 혼자 생각해도 어찌나 흐뭇한 지. 물론 이에 따르는 부작용은 감수를 해야 한다. 내일 아침에는 ‘퉁퉁 부은 코끼리’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재료= 밥 1공기, 감자 2개, 김치 2줄기, 피클 30g, 잔멸치 15g, 달걀 2개, 구운 김 자른 것 10장, 마요네즈 2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소금과 올리브유 약간씩

◇만들기=①감자는 삶아 뜨거울 때 으깬다.

②멸치는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볶아 잘게 다진다. 씹히는 것을 좋아하면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다지는 것이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

③김치와 피클은 잘게 다지고 물기를 짠다. 너무 세게 짜버리면 싱거우므로 적당히.

④큰 그릇에 ①, ②, ③과 마요네즈, 참기름, 깨소금을 섞은 뒤 밥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⑤④의 재료로 꼬마 완자를 빚는다.

⑥구운 김은 믹서에 갈고 달걀은 삶아 노른자만 체에 내린다.

⑦완자를 김 가루와 달걀노른자에 굴려 골고루 묻혀 접시에 낸다.

 

            0617-1

 

            0617-2

 

 

2004년 6월 17일 매일신문 요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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