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며

착한재벌샘정 2004. 6. 24. 07:38
 

어제부터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 김선일씨의 소식을 접하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될 수 있으면 컴퓨터 앞에 앉지 않고, 앉게 되더라도 그 소식만은 외면하려 하면서 지냈습니다.

어제 정빈이의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를 칼럼에 올리면서도 인터넷을 켜지 않고 한글에서 글을 써서 옮겨왔을 정도이니까요.


자식을 가슴에 묻어 본 사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아는 지라....


안 보려 그리도 외면하며 지냈건만 여기 저기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 분의 부모님의 모습이 어찌나 크게 제 가슴을 때리는지.

그러면서 눈물겹게 그리운 우리 아들 탁이.

제 마음이 이럴진데 우리 탁이 어머니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니 마음은 더 찢어지고.


결국 전화를 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지난 어버이날 즈음 키홀더 드린다고 잠시 뵙고는 못뵈었거든요.

진작부터 한 번 보고 싶다고 언제 시간이 되느냐시는 걸 제가 그 동안 바빴던 탓에 만나 뵙지를 못했었거든요.

제가 나오는 신문은 다 찾아 읽으시며 저 보다 더 기뻐해주시고 마치 멀리 있는 자식 그리워하듯 하십니다.

어제는 제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제 손을 꼬옥 잡고 식당으로 가는 내내 그 손을 놓지 않으시더군요.

그 손에서 전해지는 힘이 그 분의 슬픔의 크기 같아 저절로 후두둑 눈물이 떨어지고.


김선일씨의 소식에 새삼 더 아들 생각나시고 큰  슬픔에 상심하실 것 같아 재롱(?) 떨러 갔었는데 제가 도리어 위로를 받고 왔답니다.


밥 먹는 내내 제 숟가락 위에 이것저것 반찬 얹어주시느라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그 저 넋 잃은 듯 저를 바라보시는 눈길에서 마치 제게서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탁이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저려왔어요.


사람이란 그런 가 봐요.

어떤 일이든 결국은 제 슬픔만큼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

고 김선일씨의 일을 지켜보면서 이리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건 제 안의 슬픔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자식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

내 곁을 지나치는 그 또래 아이들의 모습에도 주르르 눈물이 쏟아진다는 것.

입안에 든 음식이 돌맹이가 되어 맴돈다는 것.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통곡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더 힘들다는 것.

그 모든 것을 가슴에 묻어야만 한다는 것.


그 슬픔 알기에 마음 같아서는 부산 시립병원까지 가고 싶은 것이 제 심정입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우리 탁이가 있는 절에 갈까 합니다.

그곳에서라도 그 분의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그 분의 부모님들을 위한 제 작은 기도도.


전쟁,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0624

 

이 책 속에 우리가 해야할 일들이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전쟁에 대해 반대하고 분노할 줄 알고 그로 인해 가난과 슬픔에 빠져 있는 이들을 우리가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