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창피를 당했냐구요? 바로 이 사진 때문에요. ![]() 온 가족을 창피하게 만들고 어제 오후에 교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의 두 번째 책이 나왔거든요.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입니다. 제가 촌사람이라는 게 어제 확실히 증명된 순간이지요. 책 나왔다고 서점 가서 책 들고 이렇게 사진 찍는 사람, 정말 촌스럽죠? 지난 5월 10일에 출판사로부터 책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지방에 있다 보니 원고만 주었지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한 번도 출판사 분들을 만나 보지도, 중간 과정을 보지도 못했어요. 가야넷의 박희정 차장님도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책을 만들기는 처음이라며 웃으시더군요.이런 사정이다 보니 어찌나 궁금하던지요. 그래서 마침 일요일이라 대구 교보서점에 전화를 해 보니 책이 들어 왔다더군요. 어서 보고 싶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특히 남편에게 서점에 꽂혀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서 책 구경을 가자고 졸랐지요. 남편은 아카시아가 한창인 앞산으로 온 가족이 등산을 갈 계획을 갖고 있었던지라 오후에 가자고 하더군요. 마음이 좀 급하긴 했지만 오전 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공원에서 롤러블레이더와 자전거를 타며 놀다가 앞산의 아카시아 숲으로 소풍을 갔어요. 오후 5시쯤에 서점에 갔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책이 없는 거예요. 남편과 아이들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사정을 알아보니 책이 도착하기는 했으나 아직 창고 박스에 들어 있는 상태라고 하더군요. 책을 쓴 사람인데 어떻게 좀 볼 수 없느냐고 했더니 1시간 쯤 후에 오라기에 저녁 먹고 길거리 테이프 장수에게 최신곡 테이프를 사고는 다시 가니, 저도 처음 보는 제 책이 떠억하니 누워(?)있는 거예요. 남편도 마누라 책이 서점에 있는 걸 처음 본지라(지난 번 책이 나왔을 때는 그저 집에서만 보았거든요.)좀 신기해하더군요. 제가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해 한 장 팍 찍었는데 그 순간 그 순간 예슬이는 창피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저 만치 물러서고 영문을 모르는 정빈이의 눈은 더욱 동그래지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편은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편에게 그 총각 다시 한 번 눈에 힘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한 장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너무 이상하게 나온 거예요. "사진이 왜 이래? 좀 잘 찍지? 다시 찍어야 겠다."했더니 그런데 어떻게 사진을 찍었느냐고요? 과장급 이상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전화를 해서 허락을 받아 달라고 졸라서는 "매장 방문객 확인용"이라는 목걸이를 남편에게 걸게 한 뒤에 찍었지 뭡니까? 지난 번 EBS 면접 보러 갔다가 찍은 사진하고는 엄청 다르죠? 그날은 그래도 살짝이지만 화장도 하고 옷도 정장을 입었었는데 일요일 아이들과 놀다가 세수만 한 얼굴에 사진 찍게 해달라고 졸라대느라 땀범벅이 된 얼굴인지라 좀 민망합니다. 남편은 이왕 창피는 다 당한 거고 실컷 찍으라고 하더군요. ^_^ 이렇게 까지 유난을 떤 이유가 있답니다. 이 책은 참 어렵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요. 작년부터 준비를 한 책이니 꼭 1년 만에 세상에 나왔네요. 요즈음 저처럼 아이를 키우는 사람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다고 누가 사서 보겠느냐고 그러시더군요. 좀 더 빨리 뭘 깨치게 한다든지, 좀 더 똑똑하게 키워 어디 나가 번듯한 상이라도 탄 아이이야기든지, 보통 아이를 영재로 만들어 주는 책이라면 몰라도, 하시면서 말입니다.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잘 팔릴 책을 만들고 싶다며 거절하시는 분들 앞에서 절망하기도 했었지요. 어제 서점의 총각이 그러더군요. 요즈음 대부분 책의 기준이 잘 팔리는 책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좋은 책이니 잘 팔리겠지만요. 저는 이 책이 잘 팔릴 책인지는 확신하지 못합니다. 단지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요. 저는 아이를 엘리트로는 키우지 못할지 몰라도 결국은 저와 저희 아이들처럼 평범한 소시민들에 의해 세상은 존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믿는지 증거를 하나 댈게요. 지난 5월 4일 모 라디오 방송에 제가 저희 반 서른 일곱 명의 공주들에게 보내는 어린이날 축하 메시지가 방송이 되었어요. 저희 반에는 여러면에서 참 많이 어려운 학생들이 있거든요. 그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이지만 사랑과 관심을 받은 시간으로 치면 아직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들이라며 몇 자 사연을 적었어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사연을 들으신 분들 중에 저희 반 아이들에게 후원자가 되어 도움을 주시겠다는 연락이 왔지 뭡니까? 방송국에 제 연락처를 물어서 말입니다. 아, 이 때 휴대폰의 존재가 참 아쉽더군요. 제게 연락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후원회 분에게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고맙고 감격스러운 건 말로 다 못하지요. 제가 전화 받으며 너무 고마워 눈물을 다 흘렸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지요. 바로 이 분들입니다. ![]() 저희 아이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을 닮으며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런 제 마음을 담은 책이라 제게는 정말 소중한 책이지요. 제가 온 가족을 부끄럽게 해가며 사진 찍어달라고 졸라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도 소중하기에. 저희 반 공주들의 궁전에도 초대할 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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