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아리까지 온 눈으로 아침이 걱정이었는데 아파트 현관을 나오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한 사람 지날 수 있도록 깔끔한 길이 나 있는 게 아닌가.
양손에 짐을 든 노신사가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 오는 아내를 보며 하시는 말씀.
"이 길 새벽부터 내가 만들었다. 당신 미끄러지지말라고. 큰길은 녹아도 이 길은 다져진 눈이 그대로 있어서. 경비는 경사진곳 하느라 바쁜거 같고 해서. 그래도 조심해라."
아내가 말했다.
"당신 제 정신이요?"
"오랫만에 집에 오는데 하필 눈이 이케 와서. 춥다 얼른 가자."
양손에 든 짐을 보니 아마도 아내가 한동안 집을 떠나 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 계셨던걸까?
아내의 걸음에 맞추느라 천천히 걷는 눈처럼 흰머리의 노신사를 보며 눈물이 고여와 깔끔한 길이 눈덮힌 길마냥 뿌옇게 보였다.
부디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기를...
노신사가 아내를 위해 새벽부터 수고한 길과 마주하고 있는 앞동 앞의 길을 비교해보니 그 감동이 더 찐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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