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절망하지 않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

착한재벌샘정 2012. 12. 20. 17:17

엄마의 건망증-유응교

엄마가 외출할 때면
현관문이 불이 난다.

핸드폰 가지러
지갑 가지러
핸드백 가지러

몇 번씩 들어왔다 나가며 하는 말
'이이고 내 정신 좀 봐'

갑자기 냉장고 안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가끔씩 가스레인지 위엔
연기가 가득 찬다.///

인터뷰가 있어 서울가는 기차 안입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오늘 아침 현관문을 몇번 열었네요.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하면서...
전날 밤에 아주 꼼꼼히 챙기는 성격인데 어제는 그러질 못했거든요.ㅠ
스무 살 인생에도 적었지만 전 참으로 단순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해보지만 제 힘으로 안 되는 건 담담히 받아들이는...하지만 어제는 밤새 생각이 많았습니다. 87년 교직을 시작하며 사립학교 교사가 전교조활동을 했었고 십년전 쯤 스스로 탈퇴했습니다. 절 무척 아껴주는 선배가 그러더군요.
"스스로 욕을 번다."
할때는 한다고 곤욕을 치르고 탈퇴할때는 더 비난을 받고...그래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2007년 대구교육상을 받았을때 전교조 안하니 받은 줄 알아, 라는 말은 <표면상으로는 탈퇴하고 충분히 활동할 방법 많잖아.  너 너무 아까워서 그래.>라던 분의 말씀보다 더 크게 모욕과 아픔을 주더군요.
우리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지요. 교사로서 제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가 제일 중요하다 생각했고 전교조가 저와 생각이 같다고 판단해 가입했고 아니란 판단에 탈퇴했고. 둘 다 저에게 힘겨운 것이었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선택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선거처럼 스스로의 선택이 좌절될때도 있지요. 이럴때 패배의식과 좌절에 빠지거나 더한 경우 허무주의나 방관자가 되어버리면 안될 것입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희망을 절대 놓지않았으면 합니다. 밤새 수많은 절망의 문자들이 쏱아지는 것을 눈물로 읽고 답하며 그래도 희망을 말해준 이유는 바로 참여하고 선택했기에 분노할 줄 알고 절망하려하는 이 젊은이들이 희망이라 믿기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냉장고에서 전화가 울리고 가스렌지 위에 연기가 가득해질 수 있으니...결과는 받아들이되 지금부터 더 정신차리고 잘해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내 정신 좀 봐, 라는 분이 또 있어요. 택시 기사분이 순환도로 빠져나오는 길을 착각하여...차 안에서 기차표 반환하고 약속시간 한 시간 늦추고...근데 출발하려는 기차 겨우 타서 지금 차표도 없어 승무원 기다리며 무임승차 중입니다.ㅎㅎ끝까지 포기안하고 애써준 기사님덕분이지요. 우리도 이렇게 희망의 끈을 놓지말아요.^^
아.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화사하게 차려입었습니다. 흰색바지, 분홍색 티에 보라색 가방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