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나쁜 운명 - 정현종(대선 후보들을 보면 지배 욕구를 생각하다)

착한재벌샘정 2012. 12. 13. 09:21
나쁜 운명 - 정현종

이 세상은
나쁜사람들이
지배하게 되어 있다.
(그야 불문가지)
'좋은' 사람들은
'지배'하고 싶어하지 않고
'지배'할 줄 모르며
그리하여
'지배'하지 않으니까
따라서
'지배자'나 '지배행위'가 있는 한
이 세상의 불행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양귀자씨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도층이란 말을 싫어한다는, 나를 지도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자기들 마음대로 지도층이라 말하는 지, TV나 신문에서도 사회지도층인사들이, 라는 말을 저리도 당연한듯 말할 수 있을까에 분노하던 시절, 제 마음이 그대로 소설 속 대사로 적혀있는 것을 보고서....

여러분들은 누가 사회지도층인사라 생각하시는지요?
예전에 대통령딸이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경찰관인 남자에게 그러더군요. 자신이 만약 디게디게 높은 사람 딸이라면 어떻게하겠냐고? 대통령이 높은 사람일까요?
대선을 앞두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시인은 지배자나 지배행위가 있는 한 세상의 불행은 그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중산층이라는 말에 매달리는 것을 보며 안타깝습니다. 중산층이되고 싶다는 기저에는 이미 이 사회의 계층을 인정한다는 것 일테니까요.
보통 이렇게 줄을 세우지요. 상류층, 증산층, 서민, 노동자

서민 -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누리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
노동자 -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그런데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모든 능력'이 노동력입니다.
중산층은요?
지주, 자본가 등 재산이 많은 사회계층인 유산계급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없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활하는 사회의 최하층인 무산계급의 중간이라고 하지요.

여러분들은 어느 계층이십니까?
저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저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제공하는 사람이기에 노동자입니다.

이 세상에 노동자 아닌 사람이 있을까요? 재벌총수도 돈벌려고 머리굴리잖아요. 그것 역시 노동이고 그들도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하지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다르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들은 노동으로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기때문이겠지만 저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지도'라는 허울을 쓴 '지배'의 욕구가 들어 차 있는 거지요.

-내가 너희들 위에 있는 거 모르겠어?
-이렇게 너희보다 위에 있는 내가 잘 지도해준다잖아.

스스로 지도층이 되는 사람들과 그들을 서스럼없이 지도층이라 말해주는 언론과 원하지도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피지도층이 되어버린, 지도받는 것도 없이 그들을 지도층이라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버린 수많은 사람들.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
서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서민과 노동자와 농민이 무엇이 다른지요?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은 노동자 농민을 '대변한다'는 허울 아래 스스로를 지도층이라, 지도자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수 많은 정책을 이야기합니다. 그 대부분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하는데, 마치 자신들의 통장을 털어 그 일들을 할 것처럼 들릴때가 많은 것은 저의 착각이고 뒤틀어진 생각때문일까요?

웃기는 건 생계형 중산층이라는 말까지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는 나는 너보다는 높거든, 나는 제일 바닥은 아니거든 이라는 욕구가 담겨 있을 겁니다.
사람 세상에는 그저 하나뿐인데..높고 낮음없이 귀함과 천함이 없이 그저 다 같은 '사람'말입니다.

스스로를 지도층이라 말하며 지배하고하는 욕구를 가진자들도 문제이지만 스스로를 그들 아래 두어버리는 많은 사람들의 무의식도 그 못지않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정을 잘 이끌어가겠다는 말 속에 들어있는 '지배욕구'....
마음이 시리다는 표현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