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는 체육대회, 금요일에는 반별 장기자랑을 하며 저희 학교 축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13반 우아한 엘리트들이 체육대회 종합 준우승, 장기자랑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답니다.
위의 사진은 저와 저희반 아가씨들이 함께 춤추는 장면입니다. 아브라카타브라 음악에 맞추어 한 팀이 예쁜 춤을 추고 저와 한 팀은 사랑의 트위스트라는 음악으로 코믹춤을 춘 뒤 마지막에 저는 빼고 아이들만 다 같이 춤을 추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갈래 머리를 하고 체육복을 둥둥 걷고 고무장갑을 낀 채 노란색 반양말로 단무지가 된 저의 모습에 저와 같이 수업을 하는 2학년 전교생이 깜짝 놀라더군요.ㅎㅎ
마지막 부분에서 좀 틀리기는 했지만 정말 온몸을 다 바쳐 열심히 추었답니다.
제가 평소에는 이렇게 우아한 모습인데 제대로 망가졌습니다. 상장 인증 사진속의 저와 위의 사진의 맨 앞에 혼자 서 있는 제가 같은 사람입니다.^^
제대로 망가진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저 자신을 위해서요. 물론 출발은 아이들을 위해서였지만 춤을 추는 그 순간 역시 저의 삶의 순간이었으니 저를 위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아이들과 하는 그 시간을 제대로 즐기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요.
체육대회 사진과 장기자랑 춤추는 사진, 상장 사진들을 일일이 학부모님들께 보내드렸어요. 노래로 장기자랑에 나간 아이가 두 명은 각각이 노래하는 부분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드렸고요. 아이들 모습이 궁금하고 구경오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신데...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일하는 엄마인 제가 너무도 잘 아니까요. 많은 분들이 고마워하시니 제 마음도 기쁘더이다.
아이들이 들으면 많이 서운해 하겠지만 저희 13반이 세번의 시험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꼴찌에 결석도 제일 많고 사고도 제일 많은 말썽쟁이반이라 담임으로서 너무 힘들고 다른 교과선생님들의 눈치도 적지 않게 보였던 시간들이었답니다. 그런데 이 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자며 반 전체가 함께 장기자랑에 나가기로 했다며 폭풍 감동을 주기 시작하더니, 체육대회 줄달리기에서도 선생님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당겼다고 저를 심하게 울컥하게 해주었답니다.
정말 너무 너무 열심히 연습했고 그 결과에 아이들 스스로도 놀라고 감동했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꼴찌들의 대 반란'이라고...
담임이 같이 해서 1등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도리어 제가 함께 하여 아이들에게 마이너스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이들은 열심히 연습을 했고, 정말 멋진 무대를 펼쳤답니다.
아이들은 무대 올라가기 전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청심환 생각이 저절로 났지만 선생님과 함께 여서 든든하고 좋았다며 또 한 번 폭풍 감동을 제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축제 구경을 와주시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해주는 의사 같아요."라고 말씀 해주셨던 학부모님도 너무 고맙고....
우아한 엘리트들이라는 믿음으로 사랑하고 기다려주고 안아준 보람이....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 지 몰라요. 3월에 이 학교에 처음 와서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는데.....잠시 운전을 멈추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다시 새삼 깨닫게 해준 우리 13반 우아한 엘리트들.
아이들이 너무 고마워서 오늘 아침 저희 13반 우안한 엘리트들에게 보낸 글입니다.^^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용혜원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가
내가 해 준 말 한마디 때문에
내가 준 작은 선물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친절때문에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살아갈 의무가 있다
나의 작은 미소때문에
내가 나눈 작은 봉사때문에
내가 나눈 사랑때문에
내가 함께 해준 작은 일들때문에 누군가 기뻐할 수 있다면
내일을 소망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다///
비오는 토요일 아침, 우아한 아가씨는 늦잠을 즐기고 있는중 인감?
체육대회에 장기자랑까지..몸살 안나야할텐데...
우리반이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니? 쌤은 1등도 감동이지만 너희들이 열심히 해준 그 연습시간들이 더 눈물나게 고마워.
그리고 쌤도 같이 하자고 해줘서 진짜 너무 고마웠어. 그렇게 열심히하는 너희들과 함께하는 추억이 생겼으니 말이야.
시인의 말처럼
<내가 함께해준 작은 일때문에 누군가 기뻐할 수 있다면>
맞아.
<내일을 소망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거.
축제에 함께여서 좋았고, 쌤이 우리 13반 담임으로서 너희와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해. 사랑해 우리 멋진 우아한 엘리트들♥♥♥
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는 말 폭풍감동이었어. 쌤도 오십바라보며 관절걱정하며 함께 춤춘건...너희들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우리 서로 너무 사랑하는 거, 맞지?
얼마 남지않은 2학년 함께 잘해보자. 너희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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