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치유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착한재벌샘정 2012. 10. 23. 21:00

힐링이라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치유라는 말도 한자어이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에는 치유라는 단어보다 힐링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우리말에도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힐링은 이렇게 훼손되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료하여 고치는 것을 의미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의 힐링은 몸의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 쪽에 더 그 무게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상처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만은 아이들의 치유가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부모이고 교사이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닌데, 부모 품에서 공부만 하면 되는 아이들이 무슨...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가장 많은 시급한 건 학생들이라고 말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겠다.

저자와의 만남 시간에 마주한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해왔다. 어떤 글에서 1.5등급의 아이들이 가장 불쌍하다는, 절대 1등급이 될 수도 없지만 끝내 자신도 부모도 포기하지 못하고 조금만 더에 매달려 피를 말리는 아이들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은 어떠냐고. 그런데 나는 대답을 할 기회조차 얻을 수가 없었다.

“9등급 중에서 불안하지 않고 피를 말리지 않는 아이들이 어디 있겠어? 4등급인데 나는 편할 거 같아? 2등급까진 아니더라도 한 등급만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 아니 내 마음보다는 엄마의 바람에...”

말끝을 흐리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왔다. 그런 아이를 곁눈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며 한 아이가 어렵게 말을 시작했다.

전 솔직히 가장 바닥이에요.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는 되는, 적어도 6, 7등급은 되어야 성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은 저보고 쉽게 이야기 하고요. 넌 좋겠다. 어차피 포기했으니 마음은 편하겠다고요.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도 매일 매일을 눈치와 스스로에게 주는 구박과 절망으로....”

또 한 아이가 말했다.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연필 깎는 칼로 내 손등을 긋고 있었어요. 전 아무 감각도 없었는데 짝이 소리를 지르며 울고 그 소리에 반 아이들이 고함지르고 난리를 치는 통에 퍼뜩 정신을 차리니 제 손등에서 피가.... 전 늘 불안에 시달려요. 매일 5층 우리 반 교실에서 저 혼자만 1층 교실로 떨어지는 꿈을 꿔요. 제가 앉은 자리만 구멍이 뻥 뚫리면서 저만 혼자 1층으로 떨어지는데 그 공포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은 넌 무엇이 걱정이냐고 하지만 언제 2등이 되고 5등이 되고 10등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그 불안감이 봤던 책을 보고 보고 또 보게 만들어요. 책을 덮으면 불안하니까 잘 때 교과서를 책상 위에 주욱 펼쳐두고 자는 버릇도 생겼어요.”

아침에 집을 나서면 밤 10시가 되어야 학교나 학원을 떠날 수 있는 아이들. 초등이라고 중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거의 대부분 그렇게 하지만 언제나 1등에서 35등으로 줄이 세워지는 현실 앞에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주어야 한다. 부모고 교사니까.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스마트 폰을 마음대로 하는 거? 인터넷, 게임을 실컷 하는 거?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내 마음을 좀 알아주세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를 우리는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한다고 했는데 성적이....”라는 아이에게

그걸 공부했다고 하면 안 되지. 고만큼 해서 성적이 오를 거라 생각한거니? 니 공부하는 거 보면서 뻔하다는 생각했었어, 그러면 그렇지, 라고 말하지 말고 아이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말해주자.

그랬구나.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많이 속상하고 서운하겠구나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자.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입을 연다. 그것이 바로 치유이다.

 

<이 글을 쓴 뒤 지인들께 썼던 글입니다. 블로그에 있지만 다시 한 번 연결하여 읽어주십사 하여 옮겼습니다.>

 

고운말 - 이해인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요
언어가 많아도 잘 골라써야만 보석이 됩니다

우리 오늘도 고운말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해요
녹차가 우려내는 은은한 향기로
다른 이를 감싸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말

하나의 노래 같고 웃음 같이 밝은 말
서로 먼저 찾아서 건네보아요

잔디밭에서 정성들여 찾은 네잎 크로버 한 장 건네주듯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그만…’
하는 변명을 자주 안 해도 되도록
조금만 더 깨어 있으면 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운말 하는 지혜가 따라옵니다

삶에 지친 시간들 상처 받은 마음들
고운 말로 치유하는 우리가 되면
세상 또한 조금씩 고운 빛으로 물들겠지요?
고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지요?///

자중한다 했으면서 또...ㅎㅎ
어제 모신문사에서 힐링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하더군요.

치유도 순 우리말은 아지만 언제 부턴가 힐링이란 단어가 우리곁에 와 있어 안타깝다고, 훼손되고 상처받은 것을 치료하여 고치는 것이 치유인데 우리 말의, 언어의 치유가 절실하다며 글을 시작했어요.

영어가 더 그럴듯하고 폼나보이는 세상...방송도 힐링을 외쳐대고 신문도 힐링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

우리말에 이토록 상처를 주고 있음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방송프로 제목이 힐링캠프고 신문의 기획기사 주제가 힐링이라니...
알러뷰보다 사랑해, 쌩유보다 고마워라는 우리의 고운말로 마음을 전해보세요. 숙제도 낼게요.ㅎㅎ
한용운님의 <가갸날에 대하여>를 꼭 읽어보세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이', '시즌'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라는 대목은 참 큰 의미를 주는 구절이죠. 1926년에 발표된 시라는데 지금 우리들에게 하는 말인듯 해요.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
그 속엔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라는 구절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하지요. 말속에 우리의 목숨이 들어 있다는...고운 우리말로 마음 전하길..

 

숙제 못하시는 분을 위하여^^

 

가갸날에 대하여 - 한용운

 

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와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이', '시즌'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

끝없이 바다에 쑥 솟아오르는 해처럼
힘 있고 빛나고 뚜렷한 가갸날.
'데이'보다 읽기 좋고 '시즌'보다 알기 쉬워요.
입으로 젖꼭지를 물고 손으로 다른 젖꼭지를 만지는 어여쁜 아기도 일러 줄 수 있어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
그 속엔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 속엔 낯익은 사랑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감겨 있어요.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하여요.
검이여, 우리는 서슴지 않고 소리쳐 가갸날을 자랑하겠습니다.
검이여, 가갸날로 검의 가장 좋은 날을 삼아 주세요.
온 누리의 모든 사람으로 가갸날을 노래하게 하여주세요.

가갸날, 오오 가갸날이여.

 

 

 <매일신문에 쓴 글로 신문에는 지면 상 이 글보다 조금 줄여 나왔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것은 전 지금 경북여상에 근무중인데 한 번도 근무해 본 적 없는 경상중으로 나오다니...ㅠㅠㅠ 작년에 있던 경상여중도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