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이 된 큰 아이는 지금 열애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친이 지금 유학중이라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눈치 백단의 제가 안테나를 최대한 올려 봤더니....ㅎㅎ
같이 있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그리움이 사무치는 모양이에요.
급기야 침대에 드러누워 버린 딸 아이의 곁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연애를 해 본 선배로써.
아이는 그리움이 너무 커서인지 제가
"오빠가 많이 보고 싶은 거야?"
한 마디에 그 큰 두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버리더군요.
이제는 인터넷 전화로 보는 얼굴말고 진짜 얼굴을 보고 싶다는 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저는 왜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하던지요.
"오빠는 내가 보고 싶을 때 볼 수도 없고, 졸전 준비할 때 그렇게 힘들 때도 그랬고, 아플 때도...."
아이는 진짜 사랑에 푸욱~~~ 빠져 있더군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한 번 봐봐. 아버지 얼마나 크고 강한 분이셔? 우리 집 가장으로서 기둥이시잖아. 그런데도 어머니에게 의지하고 힘들 때마다 어머니 찾는 거 너도 보고 알잖아. 남자들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때 많아. 유학 생활 힘들겠지. 그러니까 여친인 너에게 위로받고 싶을 거야."
"자기가 좋아서 간 유학이잖아요."
"당연히 자신이 원해서 간 거지. 슬이도 네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잖아. 이제 3월이면 들어오잖아. 그런데 만약 네가 유학갈 때 그때는?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가는 거잖아. 그 때 오빠 혼자 한국에 남아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오빠가 너 졸전 준비하는데 맞춰 일부러 피하듯이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그건 좀 억지다. 사람은 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이 거 하나는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상대방의 꿈을 꺽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거야. 어머니가 평생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으로 산다고 했지? 그 당시 어머니가 취업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했더라면 아버지의 인생은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어제 아버지가 술 많이 취하신 거, 그리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거 느꼈지? 어제 총동창회 신녕 교례회에 엄마가 같이 갔었어. 아무도 부인을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엄마에게 굳이 오라는 아버지의 문자에 엄마는 아버지 마음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가서 어버지 옆에 있었지. 곧 선거가 있어. 어제 그 자리에도 동창들 중에 선거에 나가는 선후배들이 열 사람이 넘게 다녀가더구나. 수북히 싸인 명함들을 보면서 아버지 마음이 어땠을 것 같아? 세상없어도 정치는 안된다고 아버지의 꿈을 한 번 더 꺾은 엄마야. 아버지는 그런 생각하셨지도 몰라.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선후배들의 명함을 받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내가 저렇게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어야 하는 건데... 마누라 때문에 이게 뭐야.... 아버지는 그 시간들이 힘들어 어머니를 불러 옆에 앉혀두고서는 견디고 계셨을거야. 이 사람이 안된댔으니 안되는 거야... 접어야 하는 거야....그러면서 한편으로 아버지께 가장 고마워하는 것이 아버지는 어머니가 하고 싶은 일을 꺽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야. 어머니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아버니는 늘 흔쾌히 그래? 그럼 한 번 해봐, 그 말씀과 함께 최고의 응원가가 되어 주셨어. 지금까지 늘. 어머니 참 나쁘지? 하지만 아버지도 알아. 엄마 스스로 접은 꿈이 있다는 것을. 그것이 너무도 크기에 다른 것을 다 응원해주고 싶어한다는 걸. 너도 하고 싶은 일이 있듯이 오빠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거잖아. 그리고 너때문에 잠시 멈추고 3월에 들어 온다고도 하잖아."
"그래도...."
"이쁜 딸 슬, 사랑이 쉽지는 않아. 가족인 우리도 한 번 봐. 부모인 우리들과도 생각이 틀리기도 하고 적지 않은 갈등을 겪잖아. 남남이 만나 사랑하는 거야. 그러니 언제나 늘 좋을수만은 없어. 그리고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이라는 것이 늘 행복만의 연속이지는 않아. 행복할 때도 있고 속상하고 서운할 때도 있고, 갈등을 겪을 때도 있고, 실망하고 마음 아플 때도 있고. 하지만 그런 인생속에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 스스로가 행복을 만들고 찾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해. 괜시리 마음의 감옥을 만들어 자신을 그 안에 가두어두고 힘들어 하지는 말았으면 해. 실컷 사랑해. 그리고 어쩌면 이별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또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거야.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면서 그 안에서 삶이 조금씩 더 견고해지는 게 아닐까. 어머니가 보니 지금 넌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런 것 같은데? 한 숨 푹 자렴. 아무 생각말고."
아이 방의 불을 끄고 나와서 딸 아이의 남친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우리 슬이가 오빠가 많이 보고 싶은가 봐요.^^
그리움이 너무 커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요.
늘 바쁜 부모와 살다보니 혼자서 잘 한다는 이유로 혼자 뭐든 해 온 아이라 남친에게는 든든하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클거예요.
맏이다 보니 부모에게도 자기는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담도 적지 않은...
그러다보니 오빠한테는 한없이 기대고 어리광부리고 자신의 약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근데 오빠는 멀리 있고....
오빠가 힘들다고 하니 마음은 아프고....
한편으로 부담도 되고..
오빠까지 내게 의지하려고 하나 싶은 것이....^^
엄마 눈에는 보이고 느껴지거든요. 오빠가 이해해줘요. 그 마음도 알아주고요.
멀리서 힘들겠지만 연애, 그거 쉽지 않아요, 알죠?ㅎㅎ>
이거이 여친 엄마가 너무 오버하는 거라 생각하면 어쩌나 솔직히 걱정도 되네요.ㅎㅎ 오지랖인가 싶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속상해하고 눈물 흘리는 딸을 보면서 오랫만에 저희 부부 연애시절을 추억하게 되네요.^^
너무 잘샐기고 다정한 남편 주변에는 늘 여자가 너무 많았어요.ㅎㅎ
근데 남편은 이럽니다.
너무 열려있는 사고와 자유로운 영혼의 당신이라 남자들이 전부 오해해. 저 여자는 나를 좋아하는 거야, 하고. 그래서 네 주위에는 늘 남자가 너무 많았었어.ㅎㅎ
솔직히 여자가 너무 많았던 건 맞아. 하지만 뭐 어쨌든 당신 애인은 나였고 결혼도 나하고 할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됐고.
이러는 제게 남편은 이럽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리고 50이 훌쩍 넘어버린 남편은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우리 마누라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너희들은 모를거야. 우리 마누라는 나를 진짜 많이 사랑한다니까."푸하하하
근데 이건 진짜 맞아요. 그러니 의의를 제기할 순 없어요.
제가 3년 전 결혼기념일에 다음에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할거라고 했을 때 남편은 흠칫 놀라더군요.
그리고 자기는 조금 생각해보고 대답한다더니 아직 대답이 없답니다.ㅎㅎ
예쁜 사랑을 하고 있는 딸을 보며 남편과의 시간들을 추억해보며 혼자 한참 웃었네요.
조금 마음이 플렸는지 일어나 제방으로 온 아이에게 제가 자신의 남친에게 쓴 카톡 문자를 보여주엇더니 씨익 웃는 딸 아이.
저희 딸도 언젠가는 제 나이가 되어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올리는 날이 오겠지요.
아, 제가 남편의 정치에 관한 꿈을 꺾은 이유는....
작년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서였습니다.
"여보, 세상없어도 우리 인생에 정치와 선거는 없어요, 알겠죠? 이번 서울 시장 선거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수백번 생각해보아도 아니에요. 당신 기억해요? 만약 제가 선거에 나가도... 이렇게 아무것도 털릴 것이 없는 제가 나가도 뭔가 털리는 일이 만들어질까, 라고 했을 때 당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랬었죠. 만들어진다고. 그때까지도 저는 반반 정도였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이루어내야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 모든 것을 다 뛰어 넘을 가치있는 이념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한 때 정치는 저의 꿈이었어요. 그리고 접었죠. 그것이 제게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아는 당신이기에 제가 하고 싶다는 일은 뭐든 응원해준다는 것도 알아요. 그것을 알기에 당신의 마지막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니라는 결론이에요. 제가 이제는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내가족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서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지금의 정치판에서는 아니에요. 어쩌면 내가 나가서 이런 정치를 바꾸어보겠다 할지 몰라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하지만 아니에요. 가족은 가족이기에 어쩌면 감수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피부과 병원 의사이야기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그 사람은 나경원씨때문에 그런 곤욕을 치룰 이유가 없는 사람이에요. 한 사람으로 인해 정말 이유없이 상처받는 사람이 너무 많이 생긴다면 이건 아니에요. 더 큰 힘이 생긴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켜가요.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 해요. 당신은 지금의 당신 자리에서 저는 지금의 제 자리에서... 분명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거예요."
남편에게 그런 말을 꺼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 지 모릅니다. 20대부터의 꿈이었던 것을 아는지라... 그 동안 많이 돌아오면서도 그 꿈이 있었기에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누라인지라... 그러는 저를 남편은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제가 30대에 정치쪽의 꿈을 접으며 얼마나 많이 아파했는가를 아는 남편이기에 당신도 받아들이려 그렇게 속으로만 울었는지도.....
그렇게 저희들은 꿈은 접었지만, 꿈을 접은 사람이 결코 실패자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와 교사가 그렇게도 싫으신가요? (0) | 2012.02.02 |
---|---|
한계레 2월의 하니북에 선정 된 <기다리는 부모가...> (0) | 2012.02.02 |
용띠 해에 계룡문고에서 용이 된 저의 책들입니다. (0) | 2012.01.31 |
나가수에서 아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다. (0) | 2012.01.29 |
아이들과 서점에 가는 이유 (0) | 2012.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