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 많은 비난과 오해를 받으면서 글을 올리느냐고요. 어제 제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이에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라는 글을 블로그와 아고라 고민방에 올린 후 아고라에 달린 댓글들 중 일부입니다.
비난의 글도 많고 자기 블로그 홍보하기 위해서다, 자기 책 팔려는 속셈이다 등등 오해의 글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글의 아래에 제 블로그 주소를 남긴 이유에 관해 쓴 글입니다.
제목 : '이민서♥이영미'에서 다시 '이영미'로 바꾼 이유
이영미
참 흔한 이름이지요.ㅎㅎ
젊은 시절 어찌나 흔한 이름인 지 대구 동성로에서 '이영미'하고 부르면 열 명을 돌아 볼 거라는 저의 투덜거림에 친정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셨드랬는데....
"좋은 이름어서... 이쁜 이름이어서, 그래서 아버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기 딸에게 그 이름 지어준거야. 그래서 많은 거야."^^
이번 청소년 폭력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아고라에 올렸는데 거기에는 글쓴이가 블로그와는 또 다르게 실명 '이영미'로 쓰여지더군요.
제 블로그에서 '이민서♥이영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역시 실명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의견이 다르고 제 글에 불만이 많은 분이 계실 것은 예상을 했지만 저로 인해 이영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엉뚱한 선생님이 피해를 보신 경우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영미
이영미 교사
교사 이영미
이런 것으로 검색을 하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뜨는데 저는 '이민서♥이영미'라는 이름을 사용하니 불통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나 봐요.ㅠㅠ
그래서 그 글 아래에 이런 이야기도 남겨 놓고 제 블로그 주소도 남겨 놓았답니다.
댓글 중 전교조냐며, 제 글로 인해 전교조를 비난하는 것이 글도 있어 아니라고 해명하는 글도 덧붙였었는데.....
에궁,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일이 흘러갈 때 참 많이 안타까워요.
그리고 글만 올려놓고 내뺀 무책임한 사람이라고도 하고요. 제가 일일이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은 사람은 저 마다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고 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저와 같아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의견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밤새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글을 씁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살과 왕따 사건의 모든 아이들이 어른들과 사회로 인한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탁이가 제게 온 이유를 저는 압니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을 제게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우리 탁이는 제게 영원한 제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저희 집에 처음 왔던 날,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던 모습, 동생을 업어주던 모습, 동생이 가르치는 바이올린을 배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던 일, 엄마 대신 동생들에게 라면을 끓여먹이던 든든한 오빠의 모습, 처음 가는 가족 여행을 위해 너무 멋을 내기 위해 금발로 염색을 해 남편을 화나게 했던 일, 오페라하우스에서 잠이 들어버렸던 일, 대학에 들어간 선물로 입으면 모범생으로 보인다며 더플코트를 선물로 받고 싶다던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양아치라는 말, 문제아라는 말, 보호관찰 받는 아이라는 말이 아닌 모범생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던 아이는 그 말을 듣게 될 수많은 미래를 꺾여버렸습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인해 영원히....하지만 그 아이의 변화는 제게 용기와 믿음, 희망을 주었고 아이를 가슴에 묻은 슬픔을 이기도 또 다른 아이를, 그 다음 아이를, 그리고 그 다음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도 모두 제게 희망의 증거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25년이라는 시간동안 학교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에게서도 저는 희망을 믿습니다. 그들의 변화는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한다면....
저는 집의 아이들과 학교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자.’
오래 전 일이지만 한 대학 병원의 문이 이중의 여닫이로 되어 있어 아픈 아이를 업고 양쪽에 짐을 들고 들어가면서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 건의함에 편지를 쓰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찾아 병원 문을 자동문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로 신문에 난 저의 제안입니다.
그렇게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1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병원에서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받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 중 큰 아이 이후 참으로 힘들게 7년 만에 작은 아이를 얻었습니다. 그 아이는 심장병을 가지고 제게 왔고 의사의 진단은 생존율 0라고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열일곱 살이 되어 제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자식의 목숨이라는 선물을 세상은 제게 주었습니다. 몇 번의 수술에 수고해준 많은 의사들과 간호사, 약을 개발해 준 사람들 등등....새마을호를 타고 4시간동안 칭얼거리는 아이를 업은 채 의자에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서울까지 가던 저에게는 KTX도 세상이 준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압니다. 작은 아이를 통해서, 가슴 묻은 우리 탁이를 통해서 자식은 그저 제 곁에 살아 숨쉬기만 해도 너무도 감사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향해 제 고마움을 돌려주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와 제 아이의 친구들에게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제 아이 혼자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제 아이와 제 아이의 친구들이 같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이렇게 비난과 오해를 받으면서도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이들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간절함 바람으로, 혹여 제 글로 그 믿음을 가져주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수많은 비난과 오해는 묵묵히 제 몫으로 받아들이고 갈 수 있습니다.
제가 배운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이
“아이들은 교사에게서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사인 너를 배워간다”
라는 말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모두의 삶의 선배이고 스승입니다. 아이들은 우리를 배웁니다. 인성은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저 젖어들듯이 아이들에게로 스며들어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도덕책에나 나오는 소리 집어치우라는 분도 계시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도덕책을 펼치고 거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내가 제대로 배우고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비난과 오해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것은 저는 교사이기 전에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를 세상에 오게 한 엄마로서의 책임.
저는 가끔 그런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내게로 왔을까?
부모의 책임은 너무도 크잖아요. 제가 제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듯이 제 아이들도 저를 선택해서 제게로 와 준 것을 아닙니다. 엄마와 아버지, 세상에 단 두 사람만 믿고 이 세상에 온 아이가 바로 우리들의 자식들입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대로 세상에 오게 하였다면 사랑으로 키워주어야 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저는 교사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자기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인터넷에 올려지는 글이니 그 누구나 볼 수 있고 25년이라는 세월동안 저와 함께 한 수 많은 아이들 중 누군가도 읽게 될 것입니다. 제 글이 아이들에게 읽혀질 때 그 아이들에게 거짓과 위선으로 느껴지지 않아야 함을 저는 압니다. 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교사여야 하니까요.
블로그에만 올리지 않고 아고라에 올린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에게 여러분들의 노하우를 나누어주십시오. 지금 여러분들이 조금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고 계시는 것들을요. 공유를 통해 같이 노력한다면 저는 분명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들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이에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http://blog.daum.net/rhea84/13728360
<학교 폭력(청소년 폭력)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 http://blog.daum.net/rhea84/13728357
<자살과 왕따 사건의 모든 아이들이 어른들과 사회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http://blog.daum.net/rhea84/13728350
<나가수에서 아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다> http://blog.daum.net/rhea84/1372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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