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학교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저희 반 단체차림은 베트맨이 그려진 티셔츠 망토를 휘날리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반 공주님들은 최선을 다해 티볼에서 우승, 400계주에서 3등, 단체 줄넘기에서 2등이라는 멋진 결과를 얻었습니다.
티볼은 준결승전에서 26:9로 이길 정도로 저희반 공주님들의 실력은 대단하답니다. 400계주도 4등으로 달리다가 마지막 주자가 2m 정도를 남기고 앞질러서 3등을 했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멋진 모습이어서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어제 있었던 영어 페스티벌에서는 영어 팝송부분에 참가하여 장려상을 받았고 장기자랑에서는 3학년 언니들을 제치고 대망의 1등을 하였으니 이틀동안 거의 모든 상을 휩쓴 듯 합니다.^^
하지만 등수보다 제가 더 고마운 것은 누구보다 질서 정연하게 행상에 참여를 하고, 휴지통까지 준비를 하여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매점을 가기도 하고 과학과에서 준비한 솜사탕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설 때에도 저희 공주님들은 질서와 공중도덕을 잘 지켜주어 이틀 동안의 축제 내내 얼마나 기특했는 지 모른답니다.
저희 반 공주님들은 저희 학교에서 최고로 에너지(?)가 넘치고 넘치는 반인데 흐트러지지 않고, 참을성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우리 공주님이 훌쩍 큰듯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밝고 쾌활하고 통통 튀는,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지켜주는 저희 공주들이 참 좋습니다.
체육대회를 하는 오늘, 저의 모습이 어땠는 지 궁금하시지는 않겠지만...ㅎㅎ
그래도 보여드리고 싶어 복도에서 인성부장님께 기념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답니다.ㅎㅎ 아이들과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지만 독사진으로 기념 찐~~~하게 하려고요.
베트맨 문양에 망토도 그렇지만 제 목에 걸려 있는 글자에 주목해 주세요.
<취급 주의>......푸하하하하하....
교무실에서의 해석은
"그 반은 아이들이 담임을 폭탄으로 생각하는구나..."
저의 해석은
"저희 반에서 제가 제일 보물이래요. 그래서 살살, 정말 살살 다뤄야하는 절대 취급주의 품목이라네요. 이런 보물 보셨어요?"
극과 극의 해석이지만 어쨌든 이 네 글자 '취급주의'로 저는 오늘 체육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베트맨 티셔츠에도 비밀(?)이 있답니다. 아이들과 같이 면티셔츠를 맞추었는데 저희 반에 조금(?) 통통한 공주님이 있는데 혹시나 적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던 지 3XL 사이즈를 신청을 했지 뭡니까? 아이들 옷은 딱 맞아야 예쁜데 말이에요. 그래서 제 것과 바꾸어 주었는데... 그러고 나니 저도 난감한 거예요. 이건 티셔츠가 아니라 원피스, '하의 실종'도 아닌 '하의 존재' 원피스인거예요. 제가 비주얼에 몹시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는 거 아시죠?ㅎㅎ
고민을 하다가 티셔츠에서 베트맨 문양을 오려내어 제가 가지고 있는 검은색 티셔츠에 옮겨 붙였답니다. 자른 흔적이 보여 미울 것 같아 테두리에는 집에 있는 짜투리 레이스를 붙였더니 아주 색다른 베트맨 티셔츠가 탄생을 했답니다. 레이스 붙인 부분의 사진입니다.
아이들은 겉옷 안에 제가 베트맨 티셔를 입은 줄을 모르니 담임이 자기들과 같은 베트맨 티를 입지 않아 실망을 하는 눈치였는데... 운동장에 나가기 전에 겉옷을 벗고 금색으로 빛나는 베트맨 문양을 보여주자 감탄과 함께 너무 신기해하더군요. 망토를 휘날리며 '취급주의'를 목에 매달고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더니 전교생이 모두들 저의 포스에 숨이 막힐 것 같다고....ㅎㅎ
저희 공주님들로 인해 저는 오늘 '취급주의녀'로 재탄생을 하였답니다.
좋은 추억이 생겨 너무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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