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담임을 하다보면 아이들 자리가 늘 큰 고민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맡겨두고 학급 회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것이 제비뽑기를 통해 자리를 정하는 것이더군요. 올해 저희 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월에는 번호 순서대로 앉게하다가 3월 말 아이들에게 넘겨주었더니 4월, 5월의 자리를 제비뽑기로 정하더군요.
그런데 어제 있었던 6월의 자리 뽑기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뽑은 자리에 무조건 앉았는데 이번에는 눈이 나쁜 아이가 뒷자리를 뽑은 경우 아이들 스스로 의논을 해서 앞자리로 옮겨 주었다고 하더군요. 6줄을 기준으로 하여 4번째 줄을 기준으로 바꾸었다고....
제가 많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배려인데 그 마음을 조금씩 키워가는 것 같아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토의를 하고 생각을 키워가면서 기준을 세우고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에게서 다시금 희망을 보게 됩니다.
저는 시간이 걸려도 학급의 일들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기를 기다려주는 편인데 이번에도 저의 기다림의 보람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잘 안될 때만 살짝 힌트를 주곤하지요.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배움'에 관한 것인데....
"학교는 배움이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배움도 분명이 필요하지만 더 큰 배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배움, 옆에 있는 친구와 어떻게 소통하면서 갈등을 해결하면서 살아갈까에 대한 배움... 이런 삶에 대한 배움이 있는 곳이 학교교라고 생각합니다. 이럼 배움은, 선생님보다는 오히려 친구들끼리 더 크고 중요한 배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며 사는 법, 더불어 사는 법, 마음에 들지 않은 친구와 소통하는 법,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일이 생길 때 지혜롭게 해결하는 법 등등 배움이 있는 학교는 여러분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선생님도 여러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선생님에게 크고 소중한 배움을 주는 여러분들이 참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느리지만 조금씩 마음을 키워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 학교에서 누리는 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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