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가 밝았나 싶었는데 벌써 한 달이 후딱 가버리고 벌써 2월이 되었습니다. 설 연휴 준비로 바쁘시죠?
어제 친정어머니와 설 준비 장을 보러 갔었습니다. 매년 같이 장을 보지만 올해도 어머니의 시장 순례(?)는 여전하시더군요.
아침 9시 친정에 도착한 저에게 어머니 하시는 말씀
“오늘 가야 할 곳이... 가만있어 봐라. 관문시장 가야하고 대명역에 메주 알알이 사야하고 봉덕시장가야하고 복개시장가서 문어 사야하고.... 그리고 농협 하나로마트 가서 장 좀 보고 진천동가서 고기 사고. 아마 그럼 됐지 싶다.”
자아~~ 이제 슬슬 떠나 볼까요. 어머니의 설 장보기 여정을요.^^
“일단 관문시장에 가서 콩나물 사야하니까 어디 적당한데 차 세워보라.”
“부근에 공영주차장 없으니 유료 주차장에 세울까요?”
“그럴 필요 없다. 콩나물만 사면 되니께.”
“네? 콩나물만요? 콩나물 하나 사려고 관문시장가시는 거예요?”
“내가 지난번에 우연히 거기서 콩나물 샀는데 거기가 제일 좋은 것 같어. 그러니께 넌 어디 적당히 차 세우고 있음 내가 얼른 가서 콩나물만 사서 오면 돼.”
그렇게 하여 비상깜박이 켜고 기다렸는데 콩나물 사서 오시는 어머니 얼굴빛이 어째 좋지 않으시는 겁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니?”
“거참 분명히 그 때 그 할망구 맞는데 콩나물은 그때랑은 영 다르네. 괜히 여기 왔는갑다. 온김에 이천원어치 사기는 했는데 영 맘에 안 들어. 에구 괜히 여기 왔는갑다.”
다음 목적지인 대명역부근 메주 가게에 도착하실 때까지 콩나물 때문에 속상해 하시는 어머니.
“대명역 부근에 낚시라고 간판이 보일끼다. 알알이 메주를 사야 하니께 그리로 가자.”
대명역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난 것 같은데 잘 안보고 뭐했냐? 낚시 간판 잘보라하니께 참나.”
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시더니 낚시 간판 옆 메주 가게 앞에 차를 세우니
“잘 찾네. 여기가 맞구먼.”
하시는 어머니. 귀여우십니다, 저희 어머니.
다음은 생선장을 보기 위해 봉덕시장으로 GO GO.
"너거 아부지 상어 고기 얼매나 좋아하노. 암만 좋아해도 여기 상어 아니믄 안 잡수신다. 내 친구들이 좋다카는데 몇군데나 가서 사 봐도 여기만한데는 없드라. 너거 아부지 입이 얼마나 귀신같은지....“
매일 티격태격하시며 밉다 밉다 귀가 따갑도록 아버지 흉을 보시면서도 아버지 입맞에 맞는 상어 고기사기 위해 먼 시장에 오시는 어머니.....
“니 쟁갱이카는 생선 아나? 옛날에 저거 참 많이 먹었는데.... 고등어보다 비린내도 덜나고. 근데 명태 포는 세 마리는 해야겠제? 너거 잘 먹는다아이가. 소라 좀 사서 삶아 먹을까? 니 좋아하잖아. 근데 너거는 5일 밤은 되야 온다카이 그 때까지 놔둬도 될란가 모리겠다. 남들은 제사 지내믄 친정에 온다하는데 너는 그 다음날도 아니고 설 담담날까지 시댁에 있는단 말이가? 사돈 양반이야 좋겠다만은.... 하기야 윤서방이 있자고 카는 것도 아니고 니가 있자는건데 내가 뭐라카겠노? 하긴 내사 이렇게 니캉 설전에 같이 다녔으니 설 지나고는 너거 시어머니랑 같이 있어라. 그 어른 연세도 많으니.... 근데 대구포는 윤서방 좋아하나? 예슬이는 배추전 좋아하는데 많이 구우까? 다른 아들은 먹지도 않드만 너거 식구들은 좋아하잖아?”
그렇게 생선장을 보고 문어를 사기 위해 복개 시장으로.
“문어 한 마리 사만오천원이란다. 좀 일찍 사놓을 걸.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되는데.”
일찍 샀더라면 이렇게 비싸지 않았을 거라는 말씀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도착하기까지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 100번은 더하신 어머니.
“나는 해장국이 먹고 싶다 니 괜찮나?”
하시면 데리고 간 식당. 자리에 앉으시려다 건너편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보시더니
“저건 뭐꼬? 저거 맛있어 보이네. 우리도 저거 먹어 볼래?”
해서 시킨 등뼈 찜.
“내가 당뇨약 때문에 그러나 이렇게 입맛이 없다.” 하시면서 얼마 드시지도 않고 제 앞으로 다 밀어 놓으신 어머니.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너 나 따라 다니느라 힘들었제? 이거 너 다 먹어라. 나는 약 때문에 그런지....국물 저거 먹을 란다.”
서비스로 나온 해장국만 드신 어머니.
처음 계획대로 해장국을 시켰더라면 좋았을 것을 괜히 다른 사람 것이 맛있어 보여 시키셔놓고 입에 안 맞아 저에게 몽땅 먹이신 어머니. 어머니는 얼큰한 걸 좋아하시는데 고춧가루 한 점 안 들어간 등뼈찜은 정말 어머니 취향이 아니셨거든요. 아, 저 효도차원에서 그거 다 먹느라 정말 배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새로 생긴 농협하나로 마트가 싸다며 굳이 그곳까지 가셔야 한다는 어머니.
마트에서 무엇을 살 지 전혀 계획하지 않은 채 들어 가셔서
“가만있어 봐라 뭘 사야 하는 지 생각 좀 해보고....”
옆에 가만히, 진짜 가만히 있는 저에게 ‘가만있어 봐라’를 열 번도 더 말씀하시고는 전혀 동선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마트의 이쪽에서 저쪽을 오가시는 어머니.
“하정이가 김을 먹는단다. 김은 어디 있노? 가만있어 봐라. 계란은 어딨노? 아참 버섯 사야 된다. 버섯 어딨는 지 찾아 봐라.”
버섯을 찾아 가는 저를 불러
“근데 당근은 몇 개 사꼬?”
당근 달아서 바구니에 넣고 버섯 쪽으로 가는데
“계란 아직 안 샀나? 귤은 맛이 어떤지 니 저기 가서 한 번 먹어 봐라. 맛이 어떤지?”
어휴~~~ 정신이 없었습니다요.
그래도 첫 친손주인 하정이를 위해 김을 고르느라 제일 고민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씀 드렸습니다 이렇게.
“어머니, 그렇게 고민해서 골라도 소용없어요. 하정이 엄마 이럴지도 모르거든요. 어머니, 저희 하정이는 풀무원꺼 말고 양반김 먹어요, 하고.”
“양반김 먹는다꼬? 그럼 그 거 사까?”
“그게 아니고 어머니께서 골라 놓으셔도 다른 거 먹이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아직 철이 없던 시절에... 어머니 저희 예슬이는 그거 안 먹고 이거 먹어요 제가 다 준비해 왔어요. 크크크. 저희 어머니 어이구 더러워라, 하시던 걸요. 한번쯤 다른 거 먹여도 되고 없음 안 먹여도 되는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그저 우리 아이 잘 먹는 거, 뭐 그 것만 생각하고는. 그래서 그 소문 좌악~~ 났었어요. 저희 시누들에게도. 그거 때문에 한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소리를 들었게요. 예슬이 엄마는 아무거나 안 먹여요, 라고. 참 그 때는 왜 그랬는지.... 근데 하정이 엄마도 아직 어리니 그 때의 저처럼 그럴 수 있다는 거죠. 속 깊은 올케니 안 그러겠지만 혹여 그런대도 어머니 그저 그러려니, 내 딸도 그랬다네 생각하시고 넘어가시라고요. 어머니 큰 딸도, 저도 그런 시절 있었다고 미리 예방 주사 놓아드리는 거니 혹여 그런 일 있어도 마음 상해하시지 마시라고요. 며느리 그저 그저 예쁘다 예쁘다 좋은 마음으로 봐주시라고요. 인천서 여기까지 좀 멀어요. 그 길을 돌 갓 지난 하정이에 뱃속에 둘째까지. 그냥 가만있어도 힘들 시기에요.”
그래도 한 동안 고민하시며 김을 고르시는 어머니. 마음에 드시는 걸로 결정을 하시고는
“설마 니가 진짜 그런 건 아니제? 설마 니가 그랬을라꼬? 내 이제는 다 안다. 니 내가 며느리 때문에 맘 상하는 일 있으까봐.... 니 말마따나 예방주사 놓느라 거짓말 하는 거제? 내 이제 귀가 따갑다. 하정이 에미 때문에 맘 상하는 일 있을 때마다 나는 딸을 남의 집 며느리로 넷이나 보낸 사람이다, 내 딸들도 그렇게 좋은 며느리는 아니니 이 며느리 이쁘다 이쁘다 봐주자 생각하라꼬 니가 한 말 이제 귀에 딱지 앉을라칸다. 걱정마라. 하정이 이 김 안 먹고 딴 김 먹는다케도 내 하나도 맘 안상할 자신 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사놓는기다.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커서 밥 먹는다 카잖아, 김하고.”
그렇게 마트에서의 장보기가 끝이 나고 마지막은 고기를 사기 위한 정육점.
“이마트 가는 그 네거리에서 이마트 쪽으로 가지 말고 반대쪽으로 가면 된다. 거기가 돼지괴기 한 근에 만원이란다. 우리 동네는 만 오천 원 쫌 싸도 만 삼천 원하는데 거긴 만원이니 얼매나 싸노? 지난 번 하정이 돌 때도 거기서 샀는데 안 맛있드나? 맛 있었제? 근데 니 너무 온 거 아니가? 지난 거 같은데?”
여전히 지난 것 같다고 제대로 안 보고 뭐했냐는 소리를 그 네거리 갈 때까지 하시고는 이러십니다.
“인제 여기가? 뭐 이리 먼 것 같노? 저번에는 금방 오던데? 니 어디 적당한데 차 세워봐라.”
아, 어렵습니다. 적당한데 차 세우기가.ㅋㅋㅋ
장을 다 보고 집에 오니 오후 3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딸 넷에 막내로 아들 하나를 두신 어머니. 그 아들이 멀리 인천에 있는지라 명절을 위한 장을 늘 딸인 저와 같이 봅니다.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요.ㅎㅎㅎ 어머니는 며느리와 같이 장을 보시면 이렇게 가시고 싶은 곳 다 가실 수 있을까 싶거든요.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틀리지않는다는 것을 어머니를 볼 때마다 한해한해 더 절실히 느끼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게다가 며느리 눈치가 보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 지난 주 시어머니랑 목욕탕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십이 넘으신 어머니는 저와 목욕탕 온 것이 처음이 아닌데도 굳이 혼자 씻을테니 등이나 밀어달라고 합니다. 때가 많이 나오는 것을 며느리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실거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늘 그냥 하시고 싶은대로 둡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씻었다 싶으면 등 밀어드린다면서 결국은 온몸을 다 밀어드리지요. 팔에 때가 밀려나오는 것을 보며 얼른 물을 부어 때를 씻어내시면서
"내가 다 씼어다니까.... 그냥 등이나 밀어주면 된다"
하시는 어머니. 당신 며느리가 된 지 20년이도 더 된 며느리에게도 그런 마음이신데.....그러니 저희 어머니도 가시고 싶은 곳 다 말하지 못하며 며느리 눈치가 보이지 않을가 싶고...... 그리고 그 며느리도 얼마나 힘이 들까 싶어요. 딸인 저도 가끔은
'이건 정도가 좀 심하신데.....'
싶을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직 어린 새댁인지라 더더욱....
오십이 다 되어가는 딸과 같이 가시고 싶은 곳 어디든 다 가자 말씀하시며 딸과 데이트한다는 기분으로 다니신다는 어머니. 며느리를 보아도 다 맡기시지 못하고 당신이 일일이 장보러 다녀야 한다는 것이, 며칠 손님처럼 왔다가는 며느리가 서운할 수도 있으실 어머니. 명절에 자식들을 보아 좋기도 하지만 그 많은 일들이 이제는 귀찮고 두려울 수도 있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저희 시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친정어머니께서 그러신 것처럼 시어머니께서도 똑같으실 거라는 생각.....
그래서 두 어머니께 모두 마음을 다 하고 싶습니다.
내 부모 늙어가듯이 시부모님도 늙어 가시고 내 부모 내가 애달픈 것만큼 남편도 똑같은 마음이겠지요. 굳이 니부모 내부모를 나누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제 마음이나 남편 마음이 다르지 않을거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저도 늙어 제 어머니의, 시어머니의 마음이 될 테고요.
명절을 축제로 만든 이유입니다. 지금 제가 축제를 열어야 언젠가 저희 아이들도 축제를 열 테니까요.
지난 추석의 일입니다.
어머니 집의 텔레비전이 고장이 났다는, 어머니 연세도 있으니 어디 중고라도 하나 사오라는 큰시숙의 전화가 왔었습니다. 전화받고 텔레비전을 사러 간 가게에서 정빈이가 그러더군요.
"아버지 제일 좋은 것으로 큰 것으로 삽시다. 할머니 연세가 구십이 넘었으니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어요. 그러니 좋은 거 해보셔야 하잖아요. 할머니도 좋은 거 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그리고 할머니는 연세가 있으셔서 눈이 나빠도 저희보다 더 나쁘니 크고 좋은 것으로 보셔야 하잖아요. 어른들은 왜 시골에는 쓰던 것을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할까요? 제가 나중에 중고 텔레비전 사다드리면 아버지는 어떻겠어요?"
그 순간 남편과 저, 얼마나 반성을 했는 지 모릅니다. 중고를 사드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만큼의 생각은 못했던 게 사실이거든요.ㅠㅠ
최신형으로 어머니 방에 좀 크다 싶은 것으로 사갔더니 3명의 시누이들조차도 이러시더군요.
엄마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신다고 이런 걸 사왔냐고.
"형님, 저희가 정빈이 말 듣고 두 손들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사왔답니다."하며 정빈이의 이야기를 전했더니....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저희와 다르지 않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날 제가 정말 어머니께 정말 죄송했던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저희 어머니 그러시는 겁니다.
"야야, 방송국에서 우리 집에 테레비 새로 샀는 지 아는 갑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집 테레비 새로 샀다고 늘 나오던 사람은 안 나오고 오늘따라 유난히 인물이 훤한 사람들만 나오는 거 보니 그라제."
그 순간 마음이 얼마나 짠~~~하던지요. 눈이 침침한 어머니께서는 크고 선면한 화질로 보이는 텔레비전 속의 사람들이 늘 나오던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로 보이셨던 모양입니다. 그만큼 크고 선명한 화질의 텔레비전은 어머니께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저희 집 텔레비전을 바꿀 생각만 했지 어머니께 고화질의 텔레비전이 절실할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이지요.
"당신 고마워요."
"내가 뭘?"
"당신이 늘 부모님들께 잘하니 정빈이가 당신보고 배워서 저런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었으니까.... 당신 참 잘 산 것 같아요. 당신 딸이니 당신 닮았지 누구 닮겠어요. 예전에 아버님 살아 계실 때 당신이 아버님 업고 동네 다니는 거 보면서 우리 애들이 나중에 당신 아프면 자기들이 아버지가 할아버지 업어드리는 것처럼 자기들도 아버지 업어 준다고 해서.... 에고 내가 업어드릴 껄.... 했었던 거 기억나요? 당신 옆에 오래 잘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당신 덕분에 아이들에게 효도 받으면서 살 거니까.
제가 명절을 축제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지금 제가 축제를 열어야 언젠가 저희 아이들도 축제를 열 테니까요.
저는 부모님들과 저희 아이들과 함께 이 축제를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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