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반주로 술 석잔을 하고 잠이 든 남편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습니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자신의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남자.
시크릿 가든 2회를 우연히 같이 보게 된 남편.
"저런 남자는 현실에는 없어. 저런 남자는 드라마속이니까 가능한 거야. 그런데 여자들은 분명 저런 백마탄 왕자를 꿈구고 기다릴거야. 정말 저런 남자는 없다니까.... 저 배우 누구야, 이름이 뭐라고 원빈?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왔던? 그 얼굴 아닌데? 뭐 원빈이 아니고 현빈이라고? 이름이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 거야? 근데 요즘 저런 얼굴이 대세구나. 이야, 딱 내 얼굴인데. 지금 내가 30대만 되었어도 딱 먹히는 얼굴인데... 갸름한 것이 딱 내 얼굴이구만. 젊었을 때 내 얼굴. 분하다 내가 너무 세월을 앞서 태어나서.... 지금이 딱 먹히는 얼굴인데....."
정말 귀여운 남편입니다. 그렇게 질투하지 않아도 제게는 현빈, 아니 드라마 속의 김주원보다 남편이 훨씬 더 멋진데. 결국
"당신이 현빈보다 훨씬 더 멋져요."라는 문자를 날리게 하던 남편.
이제 얼굴에는 주름이 생겨나고 염색을 해야하는 나이가 된 것이 남편도 서운하고 안타까운 모양이다 싶은 생각에 마음이 쨘~~~했었거든요. 물론 그런 마음만은 절대 아니었어요. 남편은 정말 드라마 속의 그 어떤 멋진 남자보다 제게는 멋진 남자거든요. 제가 무엇해도 잘했다, 잘했다, 예쁘다 예쁘다 해주는 남자거든요. 가장 고마운 것은 저를 자신의 틀 안에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인정해주는 것이랍니다.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많을 텐데도 말입니다.
늘 저를 설레게 하는 남자입니다. 하루에도 문득 문득 보고 싶고 그리운 남자.
20대에 만났던 남편은 50대가 되었습니다. 오십 하나의 나이가 된 남편. 처음 만나 연애 할 때 남편에게 이런 나이가 오리라는 생각을 했었을까요?ㅎㅎㅎ 남편도 그런 생각하겠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남편이니 잠든 저를 보면서.
도롱 도롱 코까지 곤다며 핀잔을 주곤하는 마누라의 사십대 후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늘 청춘일 것 같았는데..... 예슬이기 대학 졸업반이 되려하는 이런 시간이 오게 될 줄을.....
남편이 제가 있음으로 인해 많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제가 그런 것처럼.
제가
"나는 다음 생에도 당신과 결혼해야지."
했더니 남편은 한 동안 말이 없더니
"나는 좀 생각해 봐야지."
그랬답니다.ㅋㅋㅋ
제가 생땅콩 알러지가 무지 심한데(그거 먹고 거의 죽음의 직전까지 갔었다는 ㅠㅠㅠ) 남편은 농담(?)처럼 이런 말도 합니다.
"마누라 죽이기라는 영화 그거 별거 아니야. 우리는 생땅콩만 있으면 되는데....."
간 크기가 거의 국가 대표급이죠? 그래도 마누라에게 매일 홍시를 떠먹여 주는 남자입니다. 손에 묻히면 안된다며 늘 자기 손에는 다 묻혀가면서.
생땅콩 이야기하면서 햇볕 들어오는 쪽으로 누우면 얼굴에 잡티생긴다고 방향 바꿔 누우라고 펄펄 뛰는 남자입니다. 결국은 블라인드를 쳐주는 남자. 제가 얼굴에 잡티 생기는 거 너무 싫어한다고, 그래서 햇볕이 겁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거든요.ㅎㅎ
남편의 새해 첫 출근 길에 제가 쓴 편지 한 통이 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자기 편이 있다는 것으로 든든한 마음이 되어 어깨에 힘을 주고 세상을 향해 걸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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